타인을 통해 자신의 모습을 되돌아보는 자아 성찰 리얼리티 프로그램 ‘나를 돌아봐’가 시선을 끈다. 세상 무서울 것 없던 이들이 자신보다 더 센 캐릭터를 만나면서 자신을 돌아보고, 이로 인해 통쾌한 웃음을 선사하는 ‘나를 돌아봐’는 어디까지가 진짜 본인의 성격인지 쉽게 가늠할 수 없는 리얼함 속에서 흥미를 유발한다.
특히 조영남과 이경규 커플의 이야기가 관심을 끌고 있다. 개그계의 대부로서 호통치는 이미지가 강했던 이경규는 자신을 누르는 강력한 캐릭터, 조영남의 일일매니저로 지내며 진땀을 흘리는 것. 운전부터 소품, 일정 챙기기까지 쉬운 것이 하나도 없는 조영남의 일일 매니저 체험기는 '천하의' 이경규를 땀나게 하는 새로운 볼거리를 선사 중이다.
이경규는 그간 각종 토크쇼에 출연한 후배들의 폭로로 인해 괴팍하고 자기중심적이라는 이미지가 강했는데, 엄격하고 입이 거친 조영남의 곁에서 허둥지둥하는 모습으로 웃음을 선사한다. 대기실과 주차장을 몇 번씩 오가며 심부름을 해 화가 나 미칠 지경이지만 성질을 죽이고 대기실 바닥에 엎드려 가사를 받아 적는 이경규의 모습은 그에게서 전혀 상상하지 못했던 그림으로 생경하지만 묘한 중독성을 발휘한다.
그간 방송에서 공개된 이미지를 종합해볼 때 후배들 앞에 ‘폭군’ 수준이던 이경규는 일견 약자에 강하고 강자에 약한 유쾌하지 못한 모습으로 비쳐질 수 있지만, 누구나 한번쯤 꿈꿨을 관계와 상황의 역전을 예능적으로 풀어낸 ‘나를 돌아봐’는 이들의 관계를 유쾌한 기조로 감싸며 자신의 행동을 반추해보는 의미를 살려내 호평을 이끌어낸다.
조영남은 ‘약자’로 설정된 이경규 앞에서 신랄한 욕을 쏟아내며 분위기를 냉각시키지만, ‘나를 돌아봐’의 정체성인 ‘역지사지’ 정신은 이를 그저 배설되는 욕이 아닌 이경규의 행동을 돌아볼 수 있는 주요 장치로 소화해내며 의미와 재미, 리얼함을 하나도 놓치지 않고 있다.
또한 막말 논란에 휘말려 힘든 시간을 겪는 장동민이 원조 욕쟁이 김수미에게 얻어맞으면서 반성하는 모습, 멈추지 않는 장난으로 유상무를 힘들게 했든 유세윤이 자신의 장난을 고스란히 되돌려 받는 모습 등이 그려지면서, ‘나를 돌아봐’는 갑을 관계에 지친 시청자에게 대리 만족을 선사하며 입소문을 타고 있다.
시청률조사회사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지난 24일 방송된 '나를 돌아봐' 2부는 전국 시청률 5.2%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 첫 방송분(4.4%) 보다 0.8% 포인트 상승한 수치. 4부작으로 기획된 ‘나를 돌아봐’가 정규 편성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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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돌아봐'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