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이나타운’ 김혜수 “주근깨 가득 내 얼굴, 정말 좋았다” [인터뷰①]
OSEN 김윤지 기자
발행 2015.04.26 06: 46

배우 김혜수가 화려함을 지웠다. 하얗게 센 머리카락은 마음대로 뻗쳐있고, 얼굴엔 주근깨가 가득하다. 물론 분장이지만, 보형물로 뱃살을 두둑하게 채웠다. 우리가 아는 김혜수가 맞는지 고개를 갸웃할 정도다.
오는 29일 개봉하는 영화 ‘차이나타운’(감독 한준희, 제작 폴룩스픽쳐스)은 이처럼 김혜수의 비주얼 변화만으로도 관심 가는 작품이다. 그의 전작들을 떠올려 보자. 영화 ‘타짜’(2006) ‘도둑들’(2012) ‘관상’(2013) 등 그의 캐릭터들은 눈부시도록 여성스러움이 강조됐다. 반면 그가 맡은 ‘차이나타운’의 엄마는 차이나타운을 지배하는 사채업자로, 냉혹하고 비정하다. 누군가의 목을 칼로 긋는 일 따위에 동요하지 않는다. 외양부터 압도적이다. 
정작 김혜수는 자신의 특별한 도전이 즐거운 듯했다. 언론시사 후 기자간담회에서 “여배우로서 ‘어떻게 보여질까’라는 우려를 하지 않을 수 있는 캐릭터를 만나 행운”이라고 말한 그다. 실제 인터뷰를 위해 취재진을 만난 날, 화창한 봄 날씨처럼 들떠 보였다. 

 
=완성된 영화를 보고 나니 어땠나.
“감독님이 잘 만든 것 같다. (웃음) 누구도 누락되는 캐릭터가 없다. 촬영을 한 후 잊고 있다가 후시녹음을 위해 치도(고경표)와 마주하는 나이트클럽 신을 봤다. 정말 무섭더라. 찍을 때 신나게 찍었는데, 다시 보니 무서웠다.”
=한준희 감독은 엄마 역은 김혜수 외에는 대안이 없었다고 했다.
“‘나 말고 다른 누군가 하면 어땠을까’라는 생각을 항상 한다. 제작사 안은미 대표에게 그런 질문을 했는데, 내가 아니면 없다고 했다. 1년이라도 기다릴 생각이라고 했다. 초지일관 그 이야기를 하는 걸 보면 (나 아니면 대안이 없었다는 말이) 맞는 것 같다. (웃음) 처음 시나리오를 받았을 때 시나리오 자체는 호감이었다. 캐릭터도 매력적이었다. 하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지만, 선뜻 엄두가 나지 않았다. 언론시사 때 영화를 보면서 당시 그렇게까지 망설였던 실체를 알았다. 엄마가 곧 차이나타운이었던 거다. 그렇게 험난하고 무자비하고 잔혹해야지 살아남는다는 걸 온 몸으로 증명해야 했어야 했고, 그게 굉장히 부담이었던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작품을 하게 됐다.
“제작사가 꽤 오래 기다려 줬다. 그게 고맙고 미안해서 한 건 아니다. 감독이 데뷔하려면 너무 어려운 환경이다. 다양한 소재로 한국영화가 풍성해지길 바라지만, 현실적으로 그렇지 못하다. 관객 수는 많아지지만, 작은 영화들은 어려워지지는 분위기이다. ‘차이나타운’처럼 파격적이지만 나름 잘 만든 시나리오를 쓸 수 있는 사람이라면 대중적인 글은 더 잘 쓸 수 있다고 생각했다. 한준희 감독에 ‘굳이 왜 어렵게 시작하느냐’는 말을 했는데, ‘이 작품이 저의 최후의 작품어도 좋습니다’라고 답했다. 결정을 할 때 영향을 준 말이었다. 작품에 대해 생각하는 시간이 길어지면 보통 하지 않는다. 이것저것 따져서 작품을 하는 편이 아니라서, 물러서는데 이 작품은 4~5개월 동안 재고를 했다. 그렇게 부담스러운 마음을 안고 몇 달 동안 한준희 감독은 ‘노(NO)라고만 하지 말고 다음 수정고를 기다려라’고 했다. 수정고를 본다는 게 출연 긍정과는 상관없었다. 그런 상황에서 수정고가 더 좋게 나오기 않은데, 잘 나오기도 했다.”
=깊은 고민 끝에 했는데 촬영하는 동안 후회는 들지 않았나.
“당시에는 마음이 힘들었지만, 결정한 후에는 아무 생각도 하지 않았다. 가끔 ‘내가 미쳤지. 이걸 왜 한다고 했지’란 생각이 문득문득 들었다. 엄청난 숙제여서 자꾸 미루는 마음이었다. 그러다가 미술팀이 본격적인 준비를 하면서 아이디어를 나누고 구체적인 이야기를 하게 되면서 확 가속도가 붙어서 신났다.”
 
=신인 감독과의 작업이고, 배우들 역시 본인 외에는 거의 후배들이었다. 현장에서 본의 아니게 이끄는 역할이었을 듯하다.
“다들 그걸 기대했을지 모른다. 하지만 그런 것은 없었다. (웃음) 연기를 10년, 20년 해서 다 알 것 같으면 얼마나 좋은가. 그렇지 않다. 나도 불안하고 걱정한다. 그래서인지 한편으로 한준희 감독이 대담하고 배짱이 있다고 느꼈다. 가끔 저렇게 무모할 수 있을까 싶었다. 그렇다면 이유가 있는 거다. ‘무엇이 있을텐데’라는 기대감이 들었다. 소년처럼 생겼는데 보통은 아닌 것 같다. 직관력이나 자신감이 대단하다.”
=영화 속 분위기는 살벌하지만, 촬영장 분위기는 굉장히 좋았다고 하더라.
“촬영하면서 힘들다는 생각이 안 들었다. 꽤 진지한 분위기였지만, 내적으론 즐겁게 신나게 촬영했다. 긴장하고 집중하고 있지만, 무겁고 억눌린 상태가 아니라 부담없이 편안한 현장이었다. 그런 현장이 생각보다 많지 않다. 내가 원한다고 해서, 구성원들이 최고라고 해서 무조건 그런 분위기가 나오는 게 아니다. ‘타짜’할 때 처음 느꼈다. 초반에 연기가 마음먹은 대로 되지 않았는데, 최동훈 감독의 이야기가 힌트가 됐다. 그 이후에는 정말 재미있게 촬영을 했다. 그 다음부터 모든 작품이 다 그럴 줄 알았다. 그렇지도 않았다. 그런데 ‘차이나타운’이 그랬다. 분장할 때부터 신났다. 만날 웃으면서 분장을 받았다. 분장팀장에게 ‘주근깨 있는 내 얼굴이 정말 좋아’라고 말하면, 분장팀장은 ‘관객들도 좋아할지 모르겠다’고 했다. (웃음)”
=외적인 변화가 있긴 하지만, 대사는 거의 없다. 오해의 상황에서도 변명을 하지 않는다. “여자는 어떠한 일에도 후회하거나 변명하지 않기 때문에 남자보다 강하다”라고 한준희 감독이 말했다. 동의할 수 있나.
“한준희 감독이 그런 여자들만 만났나 보다. (웃음) 일부분 동의한다. 남녀 우월의 문제가 아니라, 조직 사회를 생각하면 남자들이 더 잘 적응한다. 그들이 일군 사회여서가 아니라 구조적으로 그런 것 같다. 직장생활을 실제 해보지 않았지만, 직장에는 ‘라인’이라는 것이 존재하지 않나. 여성 개개인은 스스로가 부적응자라고 여길 수 있지만, 여성이 강해서가 아니라 개개인으로 버티는 성향이 있는 것 같다. 그런 의미에서 일부분 동의를 한다.”
=엄마라는 단어는 대부분 모성애를 포함한다. ‘차이나타운’에서도 엄마와 일영(김고은)은 혈육은 아니지만 유사 모녀 관계다. 그렇지만 엄마가 일영에게 모성애를 느끼는지는 알 수 없다.  ‘차이나타운’ 속 엄마에게 모성애라는 것이 존재했나.
“우리가 생각하는 상식적이고 일반적인 모성애는 아니다. 다른 종류의 감정이다. 엄마는 일영을 만날 때부터 특별하게 생각한다. 그래서 자신을 대신할 수 있는 모든 훈련을 일영에게 시킨다. 일영은 그걸 모른 채 점점 준비를 하게 된다. 엄마가 일영에게 느끼는 감정은, 자신에 대한 감정이다. 상하관계이지만 엄마는 일영을 그렇게 대하지 않았다. ‘내가 이 아이를 지켜야지’가 아니라, 일영이 곧 자신이기 때문에 고로 그렇게 대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차이나타운’에는 흡연신이 정말 많이 나온다. 스크린을 보고만 있어도 간접흡연을 하는 느낌이다.
“이 신에서 담배를 필까 말까 설정하는 게 아니라, 엄마는 그런 사람이다. 그렇다고 엄마가 입담배를 피우는 사람이겠나. (웃음) 하지만 촬영하면서는 워낙 많이 피우다 보니 어쩔 수 없이 몸이 반응했다. 매스껍고 울렁울렁했다. 어지러워 하니까 소품팀 스태프가 ‘괜찮으면 대신 불을 붙여줘도 되느냐’고 했다. 한 모금이라도 덜어주려는 배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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