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의 힘은 대단했다. 열광적이고 뜨겁고, 또 환호로 가득 찼다. 90년대 인기가수 총출동에 관객들은 '불타는 토요일밤'을 선물 받았다.
'슈퍼콘서트 토요일을 즐겨라'가 25일 오후 6시부터 서울 마포구 상암동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렸다. 이날 공연에는 1990년대 인기 가수들이 총출동한 만큼, 1만 5000여 명의 관객들이 공연장을 가득 채워 뜨거운 함성을 쏟아냈다.
이번 공연에는 김건모, 이은미, 조성모, DJ DOC, 터보, 김원준, 김장훈, 룰라, 지누션, 이정현, 코요태, 왁스, 소찬휘, 박미경, 김현정, 영턱스 클럽, 클론, 구피, 철이와 미애, 채정안 등이 출연했다. 앞서 MBC 예능프로그램 '무한도전-토토가'로 90년대 인기 가요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상황. 이날 공연은 그 시절의 추억과 향수를 자극하면서 '토토가' 이상의 열광적인 함성이 오갔다.
걸그룹 피에스타의 무대로 막을 연 '토요일을 즐겨라' 콘서트는 히트곡 무대가 연이어 펼쳐지면서 관객들을 추억 속으로 이끌었다. MC 주영훈의 인사로 본격적인 공연이 시작됐다. 철이와 미래, 영턱스클럽, 룰라, 구피, 박미경, 소찬휘, 김현정, 코요태 등이 히트곡을 연이어 불렀다. 특히 박미경의 '이브의 경고' 무대에는 강원래가 함께 등장해 눈길을 끌었다. 변함없는 그들의 모습에 팬들의 함성은 더욱 더 커졌다.
익숙한 음악과 화려한 댄스, 학창시절을 생각나게 하는 음악에 관객들은 자리에서 일어나 그들을 반겼다. 1부 무대가 끝날 때까지 기립해서 함께 노래하고 춤추며 공연을 충분히 즐기는 모습이었다.
1부 마지막 무대에 오른 조성모는 "대기실에서 함성과 선배, 동료들의 공연을 봤는데 심장이 오랜만에 이렇게 심하게 뛸 수가 없었다"라고 소감을 말했다.
이어진 2부의 첫 무대는 지누션이었다. '토토가'를 통해 오랜만에 완전체로 무대에 올랐던 이들은 이번 공연에서도 폭발적인 에너지로 관객들을 사로잡았다. 지누션의 등장에 관객들의 함성은 더욱 커졌고, 지누션 역시 신나는 무대로 추억 여행을 시작했다. 특히 최근 발표한 신곡 '한번 더 말해줘'의 무대까지 꾸미면서 공연의 열기를 더욱 뜨겁게 달궜다.
원조 요정 S.E.S의 무대에 대한 함성도 대단했다. 바다와 슈가 무대에 등장하자 남성 팬들의 함성은 더욱 커졌고, 노래를 따라 부르면서 공연에 빠져들었다. 이날 바다와 슈는 함께 무대에 오르지 못한 유진에 대해 언급하며 "예쁜 아이를 낳은 유진이를 위해서 노래를 바친다. 다음에 함께 할 수 있게 또 다른 꿈을 담아서 노래를 부르겠다"라고 말했다.
작은 체구에 엄청난 에너지를 가진 가수 이정현의 무대 역시 폭발적이었다. 특히 관객들 중에서는 이정현의 히트곡 '와' 의상과 부채 소품을 가지고 춤을 추는 모습이 포착돼 눈길을 끌기도 했다. 이정현 특유의 폭발적인 에너지가 어두워져가는 야외 공연장을 뜨거운 함성으로 가득 채웠다.
쿨의 무대는 흥겨움 그 자체였다. 코요태의 신지가 유리 대신 무대에 올라 쿨과 함께 히트곡 무대를 꾸미며 관객들을 일으켜 세웠다. 흥겨운 리듬에 맞춰 춤추는 관객들은 쌀쌀한 밤 바람을 열기로 바꿨다. 이재훈은 "1부 때부터 지켜봤는데 감동의 물결이다. 가슴이 벅차고 예전 생각이 난다. 신나게 달리자"라고 소감을 말했다.
이어진 DJ DOC의 무대. 이들은 신나는 무대 대신 '비애'로 공연의 포문을 열었다. 이어 히트곡 '여름이야기'와 '머피의 법칙'를 부르며 악동 DJ DOC다운 신나는 무대를 꾸몄다. 자리에서 일어난 관객들도 무대 위의 DJ DOC와 함께 춤을 추면서 추억을 되짚었다. 이들은 "오늘 반가운 얼굴들 많이 나오는데 좋은 추억 만들어라. 우리도 일조하겠다"라고 관객들에게 인사를 전했다.
3부의 첫 무대는 룰라가 장식했다. 이상민과 김지현, 그리고 채리나 세 사람이 무대에 올라 90년대 히트곡 '3.4'를 열창하며 풍성한 무대를 완성했다. '떼창'은 물론, 함께 춤을 추는 관객들이 대부분이었다.
룰라의 무대 후 조PD와 하이디, 빅플로, R.ef, 영턱스클럽, 구피, 채정안, 김원준 등의 히트곡 무대가 이어졌고, 밤이 깊어질수록 공연장의 열기 또한 더욱 뜨거워졌다. 특히 3부는 최근 무대에서 쉽게 볼 수 없는 가수들의 향연이라 더욱 특별한 순간이었다. 특히 영턱스클럽은 송진아를 포함해 완전체로 무대에 올랐고, 구피와 R.ef 등도 오랜만에 다시 뭉쳐 반가움을 더했다. 공연에 푹 빠진 관객들과 쉬지 않고 쏟아지는 히트곡 메들리가 월드컵경기장을 한순간 1990년대 클럽으로 바꿔놨다.
엔딩은 김건모가 장식했다. 김건모는 '잠못드는밤', '첫인상', '핑계', '사랑이 떠나가네', '빗속의 여인' 등 많은 히트곡을 부르면서 '슈퍼콘서트 토요일을 즐겨라'의 화려한 피날레를 장신했다. 이후 전 가수들이 무대에 올라 DJ DOC의 곡 'DOC와 춤을'을 부르면서 공연을 화려하게 마무리 지었다.
'슈퍼콘서트 토요일을 즐겨라'는 많은 가수들의 합동 공연으로 쉽게 볼 수 없는 180분 간의 화려한 쇼로 마무리됐다. 90년대 인기 가수들이 총출동해 한 무대에 서는 것도, 당시의 히트곡으로 공연장의 열기를 뜨겁게 달아 올린 것도 관객들에게 모두 소중한 추억으로 다가왔다. 무엇보다 관객들이 자리에서 일어나 함께 노래하고 춤추며 공연 속으로 빠져든 모습이라 공연이 더욱 풍성해졌다.
'무한도전-토토가'의 열기를 잇는 '슈퍼콘서트 토요일을 즐겨라', 90년대의 특별한 추억 여행이 토요일밤을 뜨겁게 달구기에 충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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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섭 기자 greenfield@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