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엽이 훈훈한 외모와 중저음의 목소리로 감춰왔던 코믹함을 마음껏 뽐냈다. 그는 사랑하는 여자에 츤츤거리는 ‘츤데레’였다가, 회장 아들이라며 허세를 부리지만 무시당하는 ‘허당’이었다가, 여자친구와 만난 여자 상사에게까지 질투를 느끼는 ‘팔불출’이 되는 등 2% 모자란 듯한 모습이 오히려 시청자들에 매력 포인트로 다가온 것.
지난 25일 방송된 KBS 2TV 주말드라마 '파랑새의 집'에서는 드디어 같은 회사에서 일하게 된 은수(채수빈 분)와 현도(이상엽 분)의 모습이 그려졌다. 현도는 은수의 가족들의 마음을 얻기 위해, 또 은수와 1분 1초라도 함께 있기 위해 홀로 고군분투하는 상황.
현도는 은수와의 관계가 급물살을 타자 은수의 엄마인 선희(최명길 분)에게 잘 보이기 위해 엄마 수경(이혜숙 분)차를 훔치는 대담함까지 보였다. 차를 끌고 나선 현도는 장을 보러간 선희와 은수의 앞에 나타나 우연히 만난 척 차에 태우고 “두 분을 만나서 이렇게 집까지 데려다 드리는 영광을 얻게 됐다”라며 너스레를 떨었다.
불편해하는 선희에게는 “제가 어떻게 짐 들고 가는 어머니를 두고 그냥 가겠냐”며 “어머님이랑 가까워지고 싶었다”고 아부했다. 이 장면 속 이상엽은 현도라는 캐릭터에 녹아든 듯 능글맞은 표정과 제스처로 물오른 현실 연기를 뽐내 그의 매력을 백배 살렸다.
다소 황당할 수 있는 상황도 웃어넘기게 만드는 현도의 매력 어필은 계속됐다. 또한 회사 적응에 어려움을 겪는 은수에 격려하기 위해 퇴근 후 술자리를 함께 한 상사 미진(엄현경 분)에게까지 질투하는 팔불출 면모도 과시했다. 현도는 미진에게 전화해 “지금 술 드시는 거냐. 술 드시면 개 된다고 하던데 막 사람 물고. 빨리 들어가시라”며 괜한 잔소리를 늘어놨다. 은수와의 데이트 시간을 뺏은 미진에 애꿎은 화풀이를 한 것. 이처럼 밀당 따윈 모르는 막무가내식 질투도 여성 시청자들의 마음을 사로잡는데 일조한 포인트가 됐다.
극 중 현도는 대기업 회장의 아들이지만 그간 수없이 등장했던 재벌 2세 캐릭터와는 확연히 달랐다. 부모에게 차 키와 신용카드를 모조리 뺏긴 채 월급만으로 살게 된 현도는 추가 수당을 위해 모두가 꺼려하는 창고 정리 야근 업무에도 자원했다. 뿐만 아니라 현도가 회장 아들임을 모르는 직원에게 “왜 이렇게 일을 못하냐”며 등짝을 얻어맞는 수모(?)도 겪었다. 발끈한 현도가 “내가 누군줄 아냐”며 “나 회장 아들이다. 나중에 후회하지 마라”라고 허세를 부렸지만, 직원은 “개망나니 같은 회장 아들이 왜 여기서 이러고 있겠냐”며 코웃음을 칠 뿐이었다.이 때 혼자 남아 잔뜩 분한 표정으로 얼굴을 일그러뜨린 현도의 얼굴이 시청자들의 웃음을 자아냈음은 물론이다.
허세 가득하지만 허당 같은, 툴툴대지만 팔출출인 현도의 반전매력은 부모님의 과거 악행, 출생의 비밀이라는 무거운 소재들 속에서 극의 활력을 더해주는 비타민 같은 존재로 활약하고 있다. 특히 현도로 완벽하게 분한 이상엽의 능청스러운 연기가 앞으로 또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기대된다.
한편, '파랑새의 집'은 시련을 극복해 나가는 청춘들의 성장과 혈연을 뛰어넘는 가족의 확장을 담아낸 드라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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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랑새의집' 방송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