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에게 9년이란 시간은 어떤 기억으로 남아있을까? 무명 가수로 살아온 그 시간의 무게나 깊이를 쉽게 상상할 수 없지만, ‘치열’이라는 이름만큼 무대를 위해 분투해 왔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었다. 그만큼 그의 무대는 완벽했다. 끝내 보이고 만 눈물에서는 이를 홀로 만들어오기 위해 애썼던 가수의 설움과 감격이 담겨있었다. 포스트 임재범이라 불러도 좋을 만큼 강렬하면서도 폭발적인 가창력을 가진 황치열은, 무명의 설움을 딛고 일어났다는 점에서 제2의 문명진이라 불러도 좋았다.
황치열은 지난 25일 방송된 KBS 2TV 예능프로그램 '불후의 명곡'에서 서유석의 ‘구름 나그네’를 불러 B1A4 산들의 3연승을 저지하는 동시, 국악소녀 송소희를 이겨 2연승에 성공했다.
이날 9년 무명 가수로 소개된 그를 윤민수는 “임재범이 인정한 보컬"이라고 칭하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국내 최고의 보컬리스트 중 한 명인 임재범의 인정을 받았다는 황치열의 가창력에 대해서 청중의 기대감은 컸고, 베일을 드러낸 첫 무대는 이를 완벽하게 만족시켰다.
황치열의 ‘구름 나그네’는 임재범을 떠올리게 했다. 포효하는 듯한 고음과 풍부한 성량이 무대 위에 있는 그의 카리스마를 배가시켰다. “음악을 반대하는 아버지를 뒤로 하고 노래를 한 지 9년, 9년 만에 이 무대에 섰다. 최선을 다해 노래를 하겠다”는 그의 이야기는 듣는 이들에게 노래와 시너지 효과를 일으키며 뭉클함을 자아냈다.
혼신을 쏟아낸 노래의 말미, 너무 감격한 나머지 끝내 눈물을 보이고 만 황치열의 모습은 사뭇 감동적이었고 선배 가수들의 칭찬을 받았다. 설움을 토해내듯 노래를 부른 그가 받은 점수는 416점. 후에 대선배 부활에게 우승을 빼앗기긴 했지만 첫 무대 치고 큰 성과였다.
황치열의 모습은 과거 문명진의 모습을 떠올리게 했다. 문명진 역시 무명의 설움을 딛고 ‘불후의 명곡’에서 자신의 진가를 여실히 보여주며 보컬리스트로 이름을 알렸다. 이제 그의 이름은 ‘인생 역전’의 대명사로 불러도 될 정도. 문명진 만큼 실력부터 무대매너까지 부족함이 없는 황치열의 미래가 기대되는 방송이었다.
더불어 황치열은 노래 외에도 자신만의 예능감을 갖고 있어 더욱 돋보였다. 윤민수를 비롯한 가요계 선배들의 성대모사를 하는 그의 모습은 배꼽을 잡게 할 만큼 능청스러우면서도 모사가 정확해 웃음을 자아냈다. 뿐만 아니라 비보이 출신답게 절도 있는 춤동작을 보여주는 장면에서는 의외의 매력이 폭발했다.
이처럼 '불후의 명곡'은 또 한 번 숨어있던 보석, 진주를 찾아냈다. '불후의 명곡'이 발굴해 낸 차세대 스타 가수 황치열이 보일 앞으로의 활약에 기대감이 모인다.
한편 이날 방송된 '불후의 명곡'은 음유시인 서유석 편에는 부활, 정인, 럼블피쉬, 황치열, B1A4 산들, 노을, 송소희가 출연했다.
eujenej@osen.co.kr
'불후의 명곡'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