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MC 유재석이 진행하는 프로그램마다 매번 다른 무기를 꺼내고 있다. 어떤 프로그램에서는 공감을 주무기로 활용하고 있고, 어떤 프로그램에서는 천의 얼굴을 드러내고 있고, 어떤 프로그램에서는 가열차게 달리고 있다. 데뷔 후 24년간 시청자들을 만나고 있는 그가 질리기보다는 더욱 오래도록 보고 싶은 ‘보석 같은 MC’로 꼽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유재석은 현재 MBC 예능프로그램 ‘무한도전’을 필두로 KBS 2TV 토크쇼 ‘해피투게더3’, SBS ‘일요일이 좋다-런닝맨’, ‘동상이몽, 괜찮아 괜찮아’를 이끌고 있다. ‘무한도전’에서는 끊임 없는 도전이라는 프로그램의 기획 의도를 가장 잘 대변하는 상징이다. 10년이 넘은 토크쇼 ‘해피투게더’는 쉽게 질리는 토크쇼의 생명선을 이어오는데 있어서 유재석의 배려와 재치 넘치는 진행, 그의 따뜻한 인간미가 큰 역할을 했다.
조를 나눠 대결을 벌이는 ‘런닝맨’에서는 깐족거리면서도 다른 출연자의 예능 장기를 잘 끄집어내며 중심을 잡고 있고, 가족간의 이해를 내세우는 ‘동상이몽’은 중재자의 역할을 훌륭히 수행 중이다. 4개의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는 셈이다. 목요일 심야 시간대와 주말 황금 시간대를 모두 꿰차며 국내 최고의 MC라는 사실을 떨치고 있다.
여러 프로그램, 심지어 프로그램의 간판 역할을 하고 있지만 시청자들은 유재석을 선택하는데 주저함이 없다. 일단 그가 출연 중인 프로그램의 성격이 모두 다르다는 게 ‘같은 유느님’이라도 ‘다른 유느님’으로 느껴지는 이유다. 다른 출연자를 배려하고 재밌는 분위기를 이끌고, 즐거운 판이 만들어졌을 때 솔선수범으로 그 판을 흥미롭게 만드는 것은 당연지사. 여기에 프로그램 성격에 맞춰 유재석의 예능 캐릭터의 변주가 이뤄진다.
‘무한도전’은 워낙 매주 새로운 특집을 하기 때문에 그 속에서 캐릭터 성장이 이뤄지고 있고, ‘해피투게더3’는 출연자들의 이야기를 경청하며 재밌는 지점을 부각시키는 역할을 한다. ‘런닝맨’은 다른 프로그램보다 조금은 더 깐족거리며 편안한 분위기를 만들고, ‘동상이몽’은 자신의 이야기보다는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를 종합해서 깔끔하게 정리하는 일에 치중을 하고 있다.
이 같은 캐릭터의 다양한 활용법은 ‘무한도전’의 영향이 크다. 정해진 형식 없이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가며 발전을 이뤄내는 방식, 유재석은 그런 성장형 예능프로그램의 중심에서 프로그램과 자신의 도약을 이끌어왔다. 그래서 ‘무한도전’이 10년간 사랑받았고, 그리고 앞으로의 10년도 거뜬할 것이라는 예측이 들게 하고 유재석 역시 정체하지 않고 조금은 더디더라도 앞을 향해 걸어가고 있는 것이다. 더 이상 성장하고 높게 올라갈 수 없을 것이라는 지점에 오른 후에도 돌이켜보면 유재석은 다른 MC들에 비해 매년 한발짝 멀리 떨어져 있다.
‘무한도전’이 10살 생일이 지났고, 그가 진행하는 ‘동상이몽’은 정규 첫 방송을 호평 속에 마쳤다. 그리고 1991년 데뷔 후 24년째 방송을 하고 있다. 언제나 동네 오빠 같고, 삼촌 같은 모습으로 안방극장을 찾는 ‘유느님’의 진짜 도전이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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