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뱅이 길었던 공백을 깨고 드디어 완전체로 팬들을 만났다. 월드 투어 포문인 이번 서울 공연을 통해 빅뱅은 팬들에게 잊을 수 없는 특별한 시간을 선사했다. 오랜 기다림에 대한 섭섭함은 한 방에 날릴 수 있었던 꽉 찬 공연이었다.
빅뱅은 25, 26일 양일간 서울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에서 월드투어 ‘메이드(MADE)’ 첫 공연을 선보이고 총 2만 6천 관객을 열광시켰다. 신곡 ‘루저(Loser)’와 ‘배배(BAE BAE)’를 포함한 총 21곡의 화려한 무대가 3년여의 공백을 깨끗이 씻게 했다.
입증된 실력과 포스로 무대에 선 빅뱅에 팬들 역시 식지 않은 열기로 환호를 보냈다. 오랜만에 국내 무대에 선 것에 대해 빅뱅은 “굉장히 보고 싶었다”고 팬들에 애정을 드러내면서도, “사실 오랜만에 고향 가족을 만난 것 같은 어색함이 있다. 긴장이 많이 됐다”고 수줍게 소감을 전하기도 했다. 그래도 돌아온 빅뱅, 여전한 가창력과 랩 실력, 그 무엇보다 카리스마가 빅뱅의 건재함을 알렸다.
드디어 시작된 빅뱅의 첫 곡은 ‘판타스틱 베이비(Fantastic Baby)’. 모습을 드러낸 완전체 빅뱅의 카리스마는 여전했다. 무대 위를 장악한 다섯 남자들과 화면으로 클로즈 업 돼 보이는 이들의 강렬한 눈빛이 공연장을 더욱 뜨겁게 달궜다. 팬들은 야광봉을 흔들며 ‘떼창’으로 빅뱅의 귀환을 반겼다. 빅뱅은 이어 ‘투나잇(Tonight)’, ‘스튜피드 라이어(Stupid Liar)’를 연달아 부르며 인상 깊은 오프닝을 꾸몄다.
빅뱅 멤버들은 26일 국내 콘서트 마지막 날을 맞아 “끝까지 즐기고 가셨으면 좋겠다”, “즐거운 추억 많이 남기시길 바란다”며 짧고 굵은 인사를 건넸다. 이어 ‘하루하루’ 무대로 팬들과 함께 공연을 이어갔다.
이어진 무대는 ‘하우 지(How Gee)’와 ‘필링(Feeling)’. 한층 더 강렬해진 에너지와 컬러풀한 조명이 공연장을 가득 채웠다. 승리는 DJ 실력을 뽐내며 분위기를 이끌기도 했다. 관객은 마치 ‘빅뱅의 파티’에 초대된 기분으로 음악을 즐겼고, 한껏 달아오른 에너지가 공연장을 후끈하게 했다.
그리고 기대했던 신곡 ‘루저(Loser) 뮤직비디오와 무대가 공개됐다. ‘루저’는 제목처럼 어딘가 쓸쓸한 감성의 곡. 비트가 세지 않고 리드미컬한 랩과 멜로디가 귀를 사로잡았다. ‘루저, 외톨이, 상처뿐인 겁쟁이’, ‘못된 양아치, 거울 속의 너’라는 가사가 스스로를 자책하는 듯 했는데, 곡 자체는 빅뱅이 지금까지 선보였던 것과는 확실히 다르면서도 임팩트가 있었다. 무대에서 멤버들은 감성과 가창력을 끌어 올려 관객을 몰입시켰다. 중독적인 후렴구는 금새 여운을 남겼고, 팬들은 처음 듣는 노래에도 함께 ‘떼창’을 해 눈길을 끌었다.
빅뱅은 이후 ‘블루(Blue)’, ‘배드 보이(Bad Boy)’, ‘카페’, ‘거짓말’ 등의 공연으로 분위기를 이어갔다. 멤버들은 공연 중간에 수줍게 “많이 긴장 됐다”며 본심을 드러내기도 했는데, 이후에도 거짓말처럼 여유로운 모습으로 공연을 선보였다.
멤버들 각각의 실력이 탄탄한 만큼 솔로 무대도 더 없이 화려했다. 승리는 ‘스트롱 베이비(Strong Baby)’로 그 만의 꽉 찬 무대를 선사했다. 파워풀한 댄스와 노래가 관객을 뛰게 했다. 승리는 이어 지드래곤, 태양과 함께 ‘렛츠 토크 어바웃 러브(Let’s Talk about Love)’로 공연을 이어갔다.
대성은 ‘날개’, 탑은 ‘둠다다(DOOMDADA)’, 태양은 ‘눈, 코, 입’, 지드래곤은 ‘삐딱하게’로 빈틈 없는 솔로 무대를 꾸몄다. 멤버 각각의 장점과 개성이 확실히 보이는 솔로 공연이 이날 콘서트를 더욱 다채롭게 했다. 지드래곤과 태양은 듀엣 곡 ‘굿 보이(Good Boy)’로 뭉쳐 팬들을 열광시키기도 했다.
끝 무대는 신곡 ‘배배(BAE BAE)’와 ‘마지막 인사’였다. 특히 ‘루저’와 함께 이날 첫 공개된 ‘배배’ 무대가 이목을 집중시켰는데, ‘배배’는 ‘Baby baby, 지금처럼만 아름다워 줄래 너, 시간이 지나도 설렐 수 있게’, ‘넌 시들지마 이기적인 날 위해’라는 가사처럼 사랑하는 이에게 귀엽게 고백을 건네는 내용이 담겼다. 하지만 ‘노란 꽃을 든 남자’ 등의 가사가 팬들을 향한 노래라는 힌트를 줬다. 늘 서로 사랑하자는 가수와 팬의 음악이었다.
콘서트를 마무리하며 지드래곤은 “솔직히 말해서 작년에 슬럼프 아닌 슬럼프가 있었다”고 고백하면서도, 결국 나올 새 앨범 ‘메이드’에 대해 큰 자신감을 보였다. 그는 “수록곡으로 이렇게 드리면 안 좋아하실 것 안다. 그래서 다 타이틀 곡이다. 우리 투어 이름이 ‘메이드’인데, 다 곡들이 ‘메이드’다. 앨범에 대해 자신감 있다고 말씀 드리고 싶다. 부담 없이 재미있게 즐겨 주시면 좋겠다. 앨범 나오면 이 곳에서 다시 만날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번 빅뱅의 월드투어는 실내공연장에서는 처음으로 48톤의 ‘스틸트러스(Steal Truss)’를 활용해 ‘누드스테이지’를 설치, 기존 콘서트와는 전혀 다른 확 트인 무대를 선보였다. 또한 조명, 프로덕션 디자이너 로이 베넷, 비욘세의 비디오그래퍼로 활약 중인 에드버크, 앞서 빅뱅 월드투어에 참여했던 음악감독 길 스미스가 참여해 역동적이면서도 섬세한 사운드를 구성해냈다.
빅뱅의 완전체 컴백은 지난 2012년 6월 ‘스틸 얼라이브(Still Alive)’ 이후 3년여 만이다. 빅뱅은 이번 월드투어를 통해 중국, 일본, 동남아, 미주 지역까지 약 15개국에서 70회 공연을 개최, 총 140여만명의 관객을 동원한다.
한편 빅뱅은 국내에서 오는 5월 1일부터 8월 1일가지 매달 한 곡 이상의 신곡으로 컴백할 예정. 오는 9월 ‘메이드’ 앨범을 완성한다.
sara326@osen.co.kr
YG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