센 언니 제시도 유재석을 만나면 웃긴다. 할 말 다하는 제시가 방송인 유재석과 조화를 이루며 ‘개그 커플’로 맹활약을 했다. 출연자들의 성향을 귀신 같이 파악해 부각시키는 예능 조련사 능력이 탁월한 유재석이 이번에도 대형 ‘예능 꿈나무’를 발굴했다.
제시는 지난 26일 방송된 SBS 예능프로그램 ‘일요일이 좋다-런닝맨’에서 유재석과 조를 이뤄 우승을 하기 위해 열심히 뛰어다녔다. 이날 웃음 형성은 제시와 유재석, 그리고 뼛속까지 개그맨인 장도연이었다.
엠넷 랩 서바이벌 프로그램인 ‘언프리티 랩스타’에서 하고 싶은 말을 다 쏟아내는 솔직함, 무대를 집어삼키는 카리스마로 10여년간의 부침을 딛고 스타덤에 오른 제시. 사실 ‘런닝맨’ 같은 웃자고 하는 경기에서 제시와 같은 ‘센 캐릭터’는 자칫 잘못하면 ‘나댄다’는 욕을 먹기 딱 좋다. 그런데 ‘런닝맨’은 출연자들의 성향을 파악해 예능 장치로 활용하는데 놀라운 재주가 있는 유재석이 버티고 있다. 수많은 게스트가 오고가는데도 태도 논란이 많지 않은 것은 제작진이 출연자의 성향을 호감으로 포장하기도 하지만, 일단 현장에서 재미를 만들어가는 유재석의 지지가 밑바탕 돼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기도 하다.
이날 제시는 강한 전투력으로 경기에 열성적으로 임했다. 이기겠다는 일념 하에 눈에 불을 켜고 달려드는 제시의 행동은 이 프로그램의 기획의도와 잘 맞아떨어지며 재미를 선사했다. 또한 이 모습을 놓치지 않고 포착해 제시의 적극적인 성향을 부추기도 하고, 의외의 허당 매력을 강조하는 유재석의 노련한 진행이 돋보였다. 성격이 급한 탓에 말을 빨리하다가 유재석을 ‘재혁이’, ‘개석이’라고 부르기도 하고, 도망치라고 소리 지르다가 반말을 하기도 하며 출연자들이 좌충우돌 뒤엉켜 아비규환이 되는 현장에는 제시가 늘 있었다.
가식 없이 솔직한 모습으로 사랑을 받고 있는 제시답게 ‘런닝맨’에서도 거침 없이 질주한 것. 이날 방송의 압권은 어쩌다 보니 ‘디스전’이 된 ‘상대방으로부터 들어야 하는 말 경기’였다. 유재석은 제시로부터 “네가 뭔데 날 평가해”라는 말을 들어야 했고, 제시는 유재석으로부터 “너 미쳤니”라는 말을 영어로 들어야 했다. 처음 경기 방식을 이해하지 못해 독설을 내뿜고 유재석의 말에 속상해하던 모습을 보이던 제시는 경기 방식을 완전히 깨우친 후에는 펄펄 날아다녔다.
특유의 엉뚱한 매력 속에 유재석과 본의 아니게 서로를 비방하는 말을 주고받은 것. 자신에게 랩을 못한다고 지적을 한 유재석에게 “MC나 똑바로 해”라는 독설을 날린 장면은 이날 ‘런닝맨’의 잊지 못할 명장면이었다. 유재석의 깐족거리는 속사포 놀림 속에 제시가 화를 눌러가며 되받아치는 과정이 웃음을 터뜨리게 했다. 이들이 재미를 더해 주고받는 비방전은 웃음이 빵빵 터졌고, 제시의 귀여운 매력이 돋보였다.
다른 프로그램에서는 행여나 버릇이 없어보인다든가, 다른 출연자에게 험한 말을 한다는 이유로 시청자들에게 비난을 받을 수 있었지만 유재석은 이 같은 ‘욕받이 캐릭터’를 사전에 차단했다. 평소보다 더 깐족거리고, 제시에게 본인 역시 심한 독설을 내뱉으며 웃자고 하는 ‘디스전’의 묘미를 십분 살린 것. 여기에 제시의 허점 가득한 실수를 꼬집어 폭로하기도 하고, 제시의 리듬감 있는 말투를 따라하며 제시의 행동 하나하나를 귀엽게 만드는 포장 능력을 발휘했다. 천부적으로 웃기는 감각이 있는 유재석의 노련한 진행 속에 제시가 자신의 성격을 솔직하게 드러내는 것만으로도 안방극장의 호감도를 끌어올린 것.
이날 ‘런닝맨’은 제시뿐만 아니라 장도연 역시 웃음을 선사했다. 열심히 하다가 급격하게 체력이 떨어져 고생하기도 하고, 김종국에게 은근히 들이대는 모습으로 재미를 선사했다. 또한 제시의 말투를 따라하며 ‘언프리티 랩스타’ 비방전을 재연하는 상황극을 만들어오기도 했다. 유재석은 재밌다는 환호를 보내며 “오늘 집에 가서 발 뻗고 잘 수 있겠다”면서 개그맨으로서 만든 개그가 통했을 때의 쾌감을 공유했다. 개그맨 후배를 배려하는 그의 세밀한 멍석깔기 덕분에 가능한 일이기도 했다. 덕분에 이날 ‘런닝맨’은 기존 출연자와 게스트의 웃음 조합이 평소보다 빼어나며 시청자들을 쉴 틈 없이 웃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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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닝맨’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