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에 살이 모자라면 눈이 안 간단다. 타이트한 트레이닝복을 입고 운동하는 여성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야릇한 표정을 짓는 뮤직비디오는 좀 더 본격적이다. 박진영의 ‘어머님이 누구니’는 대놓고 야한 곡. 그런데 이상하게도 선정성 논란이 불거지거나 불편한 기색을 보이는 이들이 많지 않다. 조금만 거슬려도 ‘논란’으로 번지는 요즘인데, 박진영은 오히려 각종 음원차트 1위를 휩쓸며 큰 사랑을 받고 있다. 이유는 뭘까.
이 같은 이야기가 지난 20일 박진영이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도 나왔다. 서울시 청담동의 한 카페에서 인터뷰가 진행되는 도중 ‘박진영의 야한 노래’에 관한 질문이 던져졌다. 다른 가수들과는 달리 박진영은 야한 노래를 해도 논란이 없다는 것, 또 ‘박진영 표’ 야한 곡들이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는 것이다. 분명 질의응답이었는데 기자들도 함께 분석에 나섰다.
의견을 종합해보면, 본능에 충실하게 솔직했고, 밝고 퇴폐적이지 않으며 건강한 느낌이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스토리가 있어 자극적인 상황에 대한 설명이 가능하다는 점도 한 가지 이유였다. 먼저 박진영은 해명(?)부터 했다.
“사실 제 노래 중에 야한 노래가 차지하는 비중은 그렇게 높지 않아요(웃음). 슬픈 생각이 들면 슬픈 노래를 썼고, 놀고 싶을 때는 그런 음악을 썼죠. 마찬가지로 야한 생각이 들 때는 야한 노래를 쓰는 것 같아요. 곡이 떠오르지 않는데 억지로 쓰려고 노력하면 내가 좋아하는 음악이 ‘일’이 돼버릴 거 같아요. 그건 가수로서 누릴 수 있는 즐거움을 포기하는 일이죠.”
정말 솔직한 가수다. 기자들과 모인 자리에서 언론의 문제점을 거침없이 지적하며 열변을 토하기도 하는 그다. 음악에 있어서는 오죽할까. 그의 그때그때의 감정을 담아 노래를 만들고 가사를 쓰기 때문에 곡에 진정성이 담긴다. 데뷔 전부터 써온 곡들을 쭉 이어 붙이면 박진영의 인생이 되기도. 이에 그의 콘서트는 박진영의 ‘딴따라 삶’이 담긴 한편의 드라마다.
“노래가 인생의 기록으로 남았으면 하는 생각을 해요. 이번 신곡 ‘어머님이 누구니’도 제 스토리의 일부가 담긴 것이고, 이에 많은 분들이 공감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해요.”
공감의 방증이었을까. 지난 12일 발매한 디지털 싱글 ‘24/34’ 타이틀곡 ‘어머님이 누구니’는 공개 후 일주일이 지난 시점에도 각종 온라인음원차트에서 1위 자리를 지켰다. 야한 이 곡이 논란은커녕 사랑 받는 이유에 대해 박진영은 “건강함이 뒷받침 돼 그런 것 같다”고 자평했다.
“퇴폐적인 생활 속에서 쓴 것이 아니라 그게 잘 전달된 것이 아닐까 해요. 저 스스로가 퇴폐적인 것을 굉장히 싫어하거든요. 공감이 있고, 재미있는 느낌이 있는 것을 좋아하죠. 조금이라도 어두운 느낌은 있다면 거부감이 들어요. ‘어머님이 누구니’가 야하긴 하지만 건강함이 뒷받침 된 야함인 거 같아요. 밝고 유쾌하고, 스토리가 있고, 공감이 있다는 것이죠.”
이날 인터뷰의 키워드도 ‘건강’이었다. 그는 요즘 누구보다 건강한 생활을 하고 있다. 박진영은 “60대까지 현역으로 가수 활동을 하고 싶고, 그 나이에 20대 때보다 더욱 춤을 잘 추고 싶다”고 말한다. 이를 통해서 후배 가수들에게는 귀감이 되고, 자신을 응원해주는 팬들에게 위안을 주고 싶다는 것인데, 그러기 위해 건강해야하고 젊어져야한다는 것이다.
진심은 통하는 법이다. 이토록 ‘건강’하고, 진정성 있는 음악을 하는 그이기에 선정성의 잣대를 들이대는 이들이 적은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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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YP엔터테인먼트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