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쪼개기] ‘파랑새의 집’, 과연 출생의 비밀만 문제일까
OSEN 권지영 기자
발행 2015.04.27 10: 11

 KBS 주말극이 10%대 시청률을 기록하는 굴욕을 맛봤다. KBS 2TV 주말드라마 ‘파랑새의 집’은 시련을 극복해 나가는 청춘들의 성장과 혈연을 뛰어넘는 가족의 확장을 담아낸 드라마를 표방하며 출생의 비밀 카드를 전면에 배치했는데, 시들시들한 시청률로 위태로운 1위를 유지하고 있다.
27일 시청률조사회사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지난 26일 방송된 ‘파랑새의 집’ 20회는 23.9% 시청률을 기록했다. 또 이에 앞서 지난 19회분은 19.7% 시청률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4월 ‘참 좋은 시절’ 17회가 기록했던 19.4% 시청률 이후 1년 만에 다시 10%대 시청률로 곤두박질친 기록이다.
‘파랑새의 집’은 태수(천호진 분)와 선희(최명길 분) 가족의 이야기를 큰 축으로 이들의 악연을 그려내는 중. 특히 은수(채수빈 분)가 선희의 친딸이 아님이 밝혀진 가운데 그의 친부가 태수라는 분위기를 풍기며 이야기를 끌어나가고 있지만, 더딘 전개가 이어지며 다른 이야기의 발목까지 잡고 있는 모양새다.

취업에 고민하는 청춘의 이야기를 진지하게 그려낼 것으로 기대를 모은 ‘파랑새의 집’은 방송 초반부터 뛰어난 능력에도 변변치 않은 스펙에 취업 문턱에서 고배를 마시던 지완(이준혁 분)이 사실 태수의 회사 실제 주인이었던 상준의 아들이라는 설정으로 시청자의 맥을 빠지게 했다.
취업난에 시달리며 수십차례의 면접을 보고, 학벌 때문에 현실의 벽에 부딪히며 고민하던 지완이 한순간 회장 아들이었다는 배경을 얻고 표정부터 달라지는 모습은 그에게 공감하고 몰입하려 했던 시청자에게는 다소 배신감이 들 수 있는 캐릭터의 숨겨진 설정이었던 것. 이후 지완이 아버지와 태수의 관계를 알고, 태수의 비리를 밝혀낼 것으로 기대를 모았지만, 현재 지완 캐릭터는 회사 내에서의 고군분투보다는 출생의 비밀에 충격 받고, 삼각 러브라인의 축을 세우는데 소비되고 있어 아쉬움을 남긴다.
태수의 아들인 신입사원 현도(이상엽 분)는 연인인 은수가 업무적인 지적을 받는 공식적인 회의 자리에서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는 식의 비현실적인 설정을 보이기도 한다. 아빠의 회사에서 연애하는 회장 아들 현도의 모습은 그의 성장의 폭을 더욱 크게 보일 수 있는 장치일수도 있지만, 쉽게 공감할 수 없는 현도의 모습은 몰입도를 깨뜨리고 있는 것. 현도와 은수의 알콩달콩한 러브라인은 은수의 출생의 비밀이 밝혀졌을 때 현도의 충격을 더욱 애통하게 그려낼 것으로 예상되지만, 어설픈 장치들이 시청자의 감동을 방해할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지완과 영주(경수진 분), 미진(엄현경 분), 은수와 현도(이상엽 분) 등 청춘의 깊이 있는 고민과 생기 넘치는 러브라인은 방송 초반부터 꺼내든 출생의 비밀 장치와 깊게 엮이며 흡인력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공감을 불러일으키지 못하는 이야기의 전개는 시청자의 시선을 사로잡지 못하며 이름 뿐인 주말극 1위를 유지하고 있다.  
jykwon@osen.co.kr
‘파랑새의 집’ 방송화면 캡처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