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벤져스2’ 수현 “캡틴 아메리카-토르, 삼각관계 기대” [인터뷰②]
OSEN 김윤지 기자
발행 2015.04.28 08: 13

지난 23일 개봉한 ‘어벤져스: 에이지 오브 울트론’(감독 조스 웨던, 수입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이하 어벤져스2)에는 다양한 새 얼굴들이 등장한다. 퀵실버(애론 테일러 존슨)와 스칼렛위치(엘리자베스 올슨) 등 화려한 능력을 보여주는 초능력자가 있는가 하면, 울트론(제임스 스페이더)과 비전(폴 베타니)처럼 새로운 개념의 존재들도 등장한다. 그중 국내 관객들의 시선을 사로잡는 이는 수현이 연기한 유전공학자 닥터 헬렌 조다.
기존 할리우드 진출 국내 배우들이 전형적인 동양인 캐릭터에서 출발했다면, 수현의 시작은 조금 다르다. 닥터 헬렌 조의 연구소는 서울 세빛섬에 위치하고, 그는 종종 한국어 대사도 소화한다. 하지만 인종이나 국가를 강조하는 법이 없다. 분량은 많지 않아도 입체적인 캐릭터로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이밖에도 단아함이 돋보이는 외모, 177cm의 큰 키, 유창한 영어 실력 등 여타 할리우드 스타들과 어깨를 나란히 해도 부족함이 없는 그다.
특히 영화 말미 연구에 분주한 모습을 보여줘 ‘어벤져스3’ 출연에 대한 기대감도 높은 상황이다. 마블코믹스에서 헬렌 조는 동양인 슈퍼히어로 아마데우스 조의 엄마라는 점이 그의 속편 출연에 무게를 실어주고 있다. 보안 유지에 엄격한 할리우드 특성상, 지난 1년 동안 ‘어벤져스2’와 관련해 긴 침묵을 지켜야 했던 수현으로부터 작품과 캐릭터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극중 헬렌 조가 토르(크리스 햄스워스)에 대한 관심을 보이는 듯한 대사가 있다. 러브라인이 있었던 것인가? 
“그 대사를 넣을지 말지 고민이 많았다. 마블은 항상 그런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는 것 같다. 하지만 이번에는 워낙 많은 캐릭터들이 등장하고, 이야깃거리가 많지 않았나. 거기서 헬렌 조와 토르의 이야기까지 발전시키는 건 무리인 거 같다. 다만 그 대사를 통해 헬렌 조의 인간적인 부분을 살려줘 고마워하고 있다.”
=만약 헬렌 조와 토르의 로맨스가 발전됐다면, 토르의 연인 제인 역의 나탈리 포트먼과 연적이 되는 것인가?
“그렇다. 극중에서 제인이 노벨상을 탈 수 있다고 했으니까, 과학으로 겨뤄야 했을 것이다.”
=영화를 떠나서 로맨스를 이루고 싶은 ‘어벤져스’ 캐릭터가 있나.
“어려운 질문이다. 다 매력이 있다. (고민 후) 캡틴 아메리카(크리스 에반스)가 헬렌 조를 구해주지 않나. 복선이길 기대하고 있다. 토르와 캡틴 아메리카와 삼각 관계도 좋을 것 같다. 헐크(마크 러팔로)와 이어져 블랙위도우(스칼렛 요한슨)와 겨뤄 좋을 건 없는 것 같다.”
=극중 헬렌 조는 영어 대사와 함께 한국어 대사를 소화한다.
“대본에 한국어로 적힌 대사는 없었다. ‘헬렌 조가 보조출연자에게 한국말로 말한다’는 내용이 영어로 적혀 있었다. 현장에서 도와주는 사람도 없어 분위기를 보면서 알아서 대사를 넣어야 했다. 현장에서 나온 애드리브인 셈이었다. 내가 제대로 말하지 못하면 스스로 고백을 해야 했다. 그래서 더 긴장됐다.”
=극중 토니 스타크(로버트 다우니 주니어)의 조력자인 동시에 원치 않게 비전의 탄생에 기여한다.
“비전이 만들어 지는 과정에서 큰 역할을 했다는 것이, 나로서는 큰일을 해낸 것 같다. 헬렌 조가 빌런인 울트론과 어벤져스를 오간다는 자체가 재미있었다.”
=원래 마블 코믹스의 팬이었나.
“어릴 때 ‘엑스맨’ 보면서 자랐다. 미국에서 많이 노출된 콘텐츠이지 않나. 나 역시 ‘엑스맨’을 많이 봤다. ‘어벤져스’ 중에서는 아무래도 아이언맨을 가장 좋아했다. 의외성이 있는 캐릭터이고, 요즘 사람들이 좋아하는 캐릭터다. ‘아이언맨’(2008)이 나왔을 때 마지막 장면에서 토니 스타크가 ‘제가 아이언맨입니다’라고 선언하는 장면이 있다. 신선한 충격을 받았다. ‘이런 슈퍼히어로 영화도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작품으로 봤던 어벤져스 출연 배우들을 실제 만났을 때 기분이 어땠나.
“선뜻 나서서 인사하는 성격은 아니다. 순서상으로는 캡틴 아메리카를 가장 먼저 봤다. ‘캡틴 아메리카: 윈터 솔져’(2014) 프리미어 애프터파티에 참석했는데, 멀리서 지켜만 봤다. 가장 먼저 인사를 한 이는 마크 러팔로와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였다. 다가가지 못하고 있었는데, 먼저 다가와 줬다. ‘닥터 조가 궁금했다’며 인사를 건네줬다.”
=그중 가장 가까운 배우는 누구인가.
“가장 많이 이야기를 한 사람은 마크 러팔로였다. 세트장에서도, 내한했을 때도 이야기를 많이 나눴다. 실제로 장난기 많은 과학자 같은 느낌이 있다. 한국에 대한 관심도 많고, 농담도 좋아했다. 연기 경력이 길지만, 털털하고 재미있다.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는 다가가기 힘든 ‘포스’가 있다. 보조 출연자들에게 재킷을 벗어주기도 하고, 상하의를 주황색으로 맞춰 입고 나타나 농담을 하기도 한다. 유쾌하고 소탈한 면이 있지만, 그럼에도 다가가기 어려운 무엇이 있다.”
=마크 러팔로는 지난 16일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 크리스 에반스 등과 내한해 프로모션을 펼쳤는데, 어떻게 함께 어울렸나.
“‘왜 내가 한국에서 인기 많은거야?’라고 묻더라. 한국에 처음 왔는데, 다들 굉장히 좋아해줬다더라. 이렇게 팬들이 열정적인 건 처음 본다고 하더라. 그들이 보기에 한국 팬 분들이 눈에 띄게 열정적인가 보더라. 그 전부터 마크 러팔로에게 ‘한국에서 인기 많다’고 말해줬는데 계속 믿지 않았다. 이번에 그 말에 실감을 한 것 같다. 김치 담구는 법을 알고 있어 너무 황당했다. (웃음). 김칫독 뚜껑을 완전히 닫으면 안 된다는 것도 알고 있다. 김치돌솥밥을 주문해 줬는데, 보통 서양인들은 맵다고 하는 편인데 맛있게 먹었다. 실제 정치적 이슈나 환경 운동에 관심이 많고, 그런 부분들이 몸에 배인 사람이다. SNS를 보면 자신을 항상 아빠라고 소개한다.”
=마블코믹스에 따르면 헬렌 조는 아마데우스의 엄마다. 하지만 헬렌 조의 과거 등은 알려져 있지 않은데, 전사(前事)는 어떻게 설정했나.
“캐스팅 당시 역할이 헬렌 조라고만 말해주고 다른 이야기는 없었다. 직접 마블코믹스를 찾아봤는데, 거기에도 한국인이라고만 나와 있더라. 아마데우스 조의 엄마라는 설정도 있지만,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다. 그래서 대본에만 의존한 부분이 있다.”
=할리우드에 진출한 동양인 배우들이 악역으로 출발하는 경우가 많은데, 헬렌 조는 그렇지 않았다.
“전형적인 동양인 캐릭터로 나오지 않았다는 게 가장 기뻤다. 조스 웨던 감독님도 그렇고, ‘동양인 캐릭터니까 이래야 한다’라는 게 없었다. 현장에서도 저를 전형적인 동양인 배우로 보는 것 같지 않았다. 아무래도 키라든지, 언어적인 부분이 이유인 것 같았다.”
=지난 ‘어벤져스2’ LA 프리미어 때도 그렇지만, 할리우드 프로모션에 참가할 때 메이크업이나  옷차림 등이 한국에서 선호하는 스타일이더라.
“해외라고 해서 그 사람들의 시선에 맞춰야겠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자연스러운 모습으로 가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캡틴 아메리카: 윈터솔져’ 프리미어에 갈 때는 처음이라 부담감이 있었는데, 이번 LA프리미어는 편안한 마음으로 참석했다. 스포트라이트를 받아야겠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날씨에 맞춰 시원하게 입었다. 해외 언론들 같은 경우에는 히스패닉이나 소수 인종들이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에 나오는 것을 격려한다고 하는데, 마블스튜디오의 작품에 다양한 국적과 인종의 배우가 출연하는 걸 환영해주는 것 같다.”
 
=‘어벤져스2’의 서울 촬영 분량을 두고 다양한 이야기가 오가고 있다. 어떻게 생각하나.
“다른 촬영지보다 한국임을 뚜렷하게 알 수 있어 좋았다. 대결신 중에서도 중요한 장면이 서울을 배경으로 한다. 그래서 더 비중이 있지 않았나 싶다. 멋진 곳도 많지만, 한국의 자연스러운 모습을 보여준 것이 아닌가 싶다.”
=국내 관객들이 캐릭터 헬렌 조는 어떻게 받아들였으면 좋겠나.
“자랑스럽게 봐주시는 분들이 많은 것 같다 감사하고 기쁘다. 다양한 모습들을 보여드리기 위해서 노력할 테니까, 열린 마음으로 지켜봐 주시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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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경훈 기자 rumi@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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