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물 상궁이 나타났다. 이제껏 상궁들은 사극에서 극히 미미한 역할을 해왔다. 왕이나 중전들의 뒷배경이기 일쑤였던 상궁이 '화정'에서는 다르다. 특히 김여진이 연기하는 김개시는 광해를 쥐락펴락하며 막대한 권력을 휘두르고 있다. 광해에게 위협이 되는 왕족들을 처단하는 일등 공신이 되고 있다. 역대 광해에 관한 드라마나 영화에서 보기 어려웠던 새로운 캐릭터의 등장이다.
27일 방송된 MBC 월화극 '화정'에서는 광해(차승원)에게 위협이 될 수 있는 정명 공주(정찬비)와 영창 대군(전진서)을 죽이려는 김개시(김여진)의 모습이 그려졌다. 인목대비(신은정)는 과거 한 대사가 "뱃 속에 있는 아이가 살 수만 있다면 이 나라를 이끌 큰 인물이 될 것"이라는 예언을 자신의 측근들과 이야기한다.
이 이야기를 알게 된 개시는 영창을 역모죄로 몰아 궁 밖으로 내친다. 대신들이 억울함을 호소하자, 광해는 덕형(이성민)을 비롯한 대신들에게 '삭탈관직'을 명한다. 이후 개시는 "정명과 인목을 폐위시켜야 한다. 그리고 결국에는 정명과 영창을 죽여야한다"고 광해에게 충고한다. 광해는 그 말에 심하게 동요하고, 개시는 "인간이 될 것인지, 왕이 될 것인지를 선택하라"고 종용한다.
이후 인목은 대사가 예언이 당시 자신의 뱃속에 있는 아이 정명을 가르켰음을 깨닫고, 예언 속 주인공이 영창이 아니라 정명이었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된다. 이에 정명을 궁 밖으로 피신시킨다. 개시는 정명이 궁에서 사라졌다는 사실을 알고, 예언 속 인물이 정명이라는 생각에 그 아이를 찾으라고 명한다. 개시는 광해에게 "곧이어 영창과 정명이 죽었다는 소식이 들릴 것"이라고 말하고, 광해는 "니가 정녕 그 아이를 죽였단 말이야"라고 칼을 겨누며 분노했다. 하지만 개시는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광해에게 맞서는 모습을 보였다.
광해의 이야기를 다룬 작품에서 개시라는 인물이 크게 부각된 적이 없었다. '화정'을 통해 새롭게 등장한 개시는 그 어떤 모사꾼보다 빠른 두뇌회전력과 피도 눈물도 없는 행동으로 시청자들을 놀라고 하고 있다. 특히 광해를 쥐락펴락하며 자신의 목적을 이뤄나가는 모습에 감탄이 쏟아질 지경. 개시의 이런 행동으로 인해 오히려 그 속에서 놀아나고 있는 광해에게 동정이 느껴질 정도다.
개시를 연기하고 있는 김여진의 섬뜩한 표정연기가 캐릭터를 살리고 있음을 물론이다. 이 무서운 여자가 앞으로 가져올 피바람에 드라마의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bonbon@osen.co.kr
'화정'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