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행 종합 선물세트 같은 백야(박하나)의 인생. 친엄마에게 버림받고, 친오빠 교통사고 사망에 남편까지 결혼 당일날 숨진다. 이제 사랑하는 남자와 잘 되나 싶었더니 주변 모든 사람이 이 여자의 결혼을 막기 위해 혈안이 돼 있다. 해도 너무한다 싶다.
27일 방송된 MBC 일일극 '압구정 백야'에서는 화엄(강은탁)과 백야의 결혼을 막으려는 단실(정혜선)과 정애(박혜숙)의 모습이 그려졌다. 단실은 퇴원한 지 얼마 안된 백야를 불러 "화엄 몰래 외국으로 떠나라. 살 곳은 다 준비돼 있으니, 너는 몸만 가면 된다. 너와 화엄이 결혼하는 게 불길하다. 화엄이 다른 여자와 결혼해 애 낳고 살때까지 들어오지 마라"는 청천벽력과 같은 소리를 한다.
이어 단실은 "염치없는 부탁이지만 우리 마음도 이해해달라. 하지만 굳이 네가 화엄과 결혼한다면 어쩔 수 없다"고 덧붙였다. 이 말에 백야는 눈물을 흘리며 "알겠다"고 말한다. 이후 집에 돌아와 일본 출장에 가 있는 화엄과 통화하며 화엄 몰래 폭풍 눈물을 흘렸다.
주변 누구에게도 이 말을 할 수 없는 백야는 마지막으로 조카와 시간을 보내며 또 울음을 터트렸다. 그 시간 선지(백옥담)는 철없이 백야가 자신보다 먼저 딸을 낳을까봐 걱정하는 모습을 보였다.
친엄마 은하(이보희)에게 버림받고, 나중에 엄마를 찾고도 엄마라 부르지 못하며 살고 있는 백야. 오히려 너무 뻔뻔한 엄마때문에 그녀에게 복수하겠다는 생각마저 품는다. 그리고 은하를 만나고 돌아오는 길에 오빠는 교통사고로 사망하고, 결혼식을 올린 조나단(김민수)은 결혼 당일 죽음을 맞는다. 그리고 이제 정말 사랑하는 화엄과 맺어지나 했더니 화엄의 가족들이 발벗고 나서 이들을 막고 있다. 그야말로 총체적 난국이다.
하지만 이렇게 불행을 짊어진 백야가 동정이 되지 않는 건 모든 상황들이 너무 황당하기 때문이다. 인생의 온갖 불행을 맛보고 있는 여자 캐릭터. 응당 눈물이 쏟아져야하건만, 상식적이지 않은 엄마에 말도 안되게 죽은 남편. 집요할 정도로 반대를 하는 화엄의 가족. 그 어느 것 하나 공감할 수 있는 상황이 없다. 종영을 얼마남지 않은 '압구정 백야'가 그래도 결말만큼은 상식적이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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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압구정백야'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