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영화팀] 극장가에는 광풍이 몰아치고 있다. 지난 23일 개봉한 ‘어벤져스:에이지 오브 울트론’(이하 어벤져스2)이 몰고 온 흥행 바람이다. 이에 대항하는 용감한(?) 한국영화가 있으니 29일 개봉하는 범죄물 ‘차이나타운’과 코미디 ‘위험한 상견례2’다. 승산이 아주 없는 것은 아니다. 차별화된 장르와 신선한 캐스팅이 두 영화의 강점이다. ‘어벤져스2’에 참패를 당할지, 혹은 소중한 승리를 거둬낼지 미리 살펴봤다.
# ‘차이나타운’, 오랜만에 만나는 묵직한 여자 영화
줄거리: 지하철 10번 보관함에 버려진 아이 일영(김고은)은 ‘엄마’라 불리는 차이나타운의 지배자 우희(김혜수)를 만나 그의 식구로 성장한다. 엄마에겐 일영 외에도 여러 ‘자식’이 있는데, 모두 일수와 각종 범죄에 활용된다. 그 중에서도 “자라지도 않고, 자랄 생각도 없는” 일영은 ‘엄마’의 후계자로 점쳐지는데, 어느 날 자신에게 친절을 베푸는 남자 석현(박보검)을 만나면서 ‘엄마’와 대립하게 된다.
이야기는 일반적인 범죄드라마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차별점은 충무로에서 오랜만에 등장한 ‘센’ 여성 캐릭터 일영과 ‘엄마’다. 두 인물은 실제 모녀 사이는 아니지만, 동일한 운명을 타고난 관계다. 서로를 애증이 뒤섞인 미묘한 감정으로 대하는 그들은 한 장면에 등장하는 것만으로 긴장감을 자아낸다. 대사는 몇 마디 없지만 존재만으로 카리스마를 내뿜는 김혜수, 소녀의 성장과 혼란을 절묘하게 포착해내는 김고은 등 두 배우의 조합이 인상적이다 .
차이나타운이란 배경은 또 다른 주인공이다. ‘엄마’와 일영을 포함해 쏭(이수경), 곤(엄태구), 치도(고경표), 탁(조복래) 등 차이나타운에서 살아가는 이들은 부모에게, 혹은 세상에서 버려진 사람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아가기 위해 그들은 끊임없이 그들만의 방식으로 자신의 쓸모를 증명한다. 인생은 고(苦)이라는 것을 말해주듯 처절한 생존의 법칙이다. 전반적으로 짙은 비장함이 돋보이는데, 그 애잔함이 안기는 여운이 상당하다. 청소년관람불가.
김윤지 기자 jay@osen.co.kr
# '위험한 상견례2', 웃겨야 산다
줄거리: 온 가족이 경찰공무원인 집안의 막내이자 전직 국가대표 펜싱 선수, 그리고 현직 강남경찰서 마약 3팀 팀장 영희(진세연 분)는 7년 째 경찰고시생 남친인 철수(홍종현 분)의 뒷바라지를 하고 있다. 철수는 문화재 전문털이범 아빠와 각종 문서 위조 전문가 엄마를 둔 뿌리 깊은(?) 도둑 가문의 외아들. 공직 생활 동안 평생 쫓던 지명수배자의 아들을 사위로 받아들일 수 없는 영희네 식구와 자식을 절대로 경찰로 만들 수 없는 철수네 식구는 본격적인 철수 방해 작전에 나서게 된다.
앞서 '위험한 상견례' 1편에서도 그랬듯, 만나서는 안 될 두 남녀와 그들을 둘러싼 가족의 방해 공작은 보는 이들에게 웃음을 안긴다. 특히나 경찰 가족과 도둑 가족의 만남은 설정 자체부터 웃음을 안기는 코믹한 소재. 또한 전편에서 전라도와 경상도의 구수한 사투리들이 웃음을 자아냈다면 이번 '위험한 상견례2'에선 신정근-전수경 커플의 몸개그와 상황 설정들이 웃음을 안기는 포인트로 작용한다. 덕분에 '어벤져스2'와는 전혀 다른 장르로 대결을 펼칠 수 있게 됐다.
하지만 코미디 영화가 웃겨야 살 수 있듯, '위험한 상견례2' 역시 그 유머 코드가 맞지 않는다면 보는 이들에게 지루함을 안길 수도 있겠다. "철수야, 철수하자" 등 대부분이 말장난에서 비롯되는 웃음인데다가 왜 등장했는지 모를 엉뚱한 상황들이 관객들의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들 수도 있다.
김경주 기자 trio88@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