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들어 박하나의 첫 회 황당했던 코스프레가 떠오른다. 당시 비구니로 변신했던 박하나의 모습은 결말을 미리 암시하는 복선이었을까.
'압구정백야' 첫 회에서 박하나는 승려복을 입은 채 나이트 클럽에 방문했었다. 황당하기 짝이 없는 엉뚱한 코스프레는 임성한표 막장 에피소드 중 하나로 생각됐으나, 최근 스토리를 감안한다면 박하나가 비구니가 된다는 결말도 꽤 신빙성이 있다.
최근 박하나는 극 중 누구보다도 불행하다. 친엄마에게 버림 받는 것은 물론, 친오빠가 교통사고로 사망하고 결혼 당일 남편까지 벽에 머리를 부딪혀 죽는다. 또 어렵사리 사랑을 확인한 강은탁과도 좀처럼 이어지지 않고 있다. 뿐만 아니라 박하나와 결혼하려 했던 김효영 역시 약혼을 결정한 후 교통사고를 당하며 불행을 겪었다.
이에 박하나는 극 중 눈물샘이 마를 날이 없다. 상처에 상처가 더해지며 마음이 갈기갈기 찢기는 중이다. 그럼에도 이같은 박하나의 눈물이 시청자들을 설득시키지는 않는다. 황당한 전개의 복합체인 '압구정 백야'는 이미 몰입과는 거리가 멀어진 상태다.
박하나가 열연 중인 극 중 백야의 상황이 이렇다보니, 첫회 보여줬던 승려복 코스프레가 단순한 것이 아닐 가능성도 크다. 임성한 작가의 황당한 대사나 장면들은 결과적으로 치밀하게 계획된 것일 때가 많았다. 그간 작품에서 역시 깨알같은 복선들이 귀결되는 때가 있었기에 첫 회 승려복 역시 결말에 대한 힌트였을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압구정백야'는 극 초반 대사의 일부를 3000배와 축원기도 등 불교와 관련된 용어를 썼었다. 등장인물의 이름에서도 불교 용어들이 쓰였다. 강은탁의 극 중 이름 화엄은 불교에서 많은 꽃으로 장엄하게 장식됐다는 의미이며 백야의 극 중 본명 선종도 부처의 깨달음을 근본으로함을 뜻한다.
초반 이같은 불교 용어와 연관이 된 등장 인물들의 이름들은 임성한 작가가 어떠한 의도로 지었는지에 대해 궁금증이 높았다. 기상천외한 스토리들이 이어졌던 '압구정 백야'의 결말이 다가오고 있는 가운데, 백야가 자신의 이름대로 결국 자신의 처지와 상황에 깨달음을 느껴 비구니가 될 지도 모르는 일이다.
'압구정백야'는 임성한 작가의 은퇴작이라는 점이 알려진 후 관심이 높아졌다. 현재까지 10편을 집필한 임성한 작가가 자신의 마지막 작품의 결말을 어떤 방법으로 꾸며낼 지, 기대가 쏠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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압구정 백야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