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능인’ 솔비, 예술인 권지안이 된 사연 [인터뷰]
OSEN 정준화 기자
발행 2015.04.28 15: 14

 솔비가 그림을 그린다고? 생각지도 못한 ‘그림’이다. 벌써 다섯 번째 전시회를 준비 중. 꽤나 심도 있는 글을 쓰고, 인디 감성이 진하게 풍기는 음악을 직접 프로듀싱 해 부르는 모습은 신기하기까지 하다. 그러면서 다양한 공익활동에 적극적으로 에너지를 쏟고 있는데, 우리 기억 속 솔비가 맞는지 의심스러울 정도다.
몇 년 전만해도 솔비는 TV만 틀면 브라운관에 등장해 망가짐도 불사하는 푼수기로 웃음을 주던 ‘가수 출신 예능인’ 이미지였다. 그런데 지난해 3월 권지안이라는 본명으로 미니앨범 ‘상큼한 아이스크림 같은 나는 31’를 발매 하고나서부터는 완전히 상반되는 ‘예술인’의 행보를 걷고 있다. 그 사이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이 분명하다.
사람이 변하는 데는 무언가 결정적으로 작용하는 것이 있는 법. 솔비를 만나기 전 가장 궁금했던 것은 왜, 언제부터 그림을 시작했느냐는 것과 그것이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 지였다. 신곡 ‘첫사랑’ 발매를 두고 성사된 만남이었지만, 다짜고짜 갑자기 그림을 그리는 이유부터 물었다. 당황했을 법도 한데, 그도 신곡 홍보는 뒷전이었다.

솔비에게 변화의 물결이 들이닥치기 시작한 것은 2010년부터다. 그때부터 지금에 이르는 데까지 ‘슬럼프’가 있었고, ‘도전’이 있었고, 그 사이에 ‘그림’이 있었다. 예술을 이해하기 시작하면서 음악에 대한 깊이가 깊어졌다는 것이 고무적이다. 솔비가 직접 전한 이야기다. 
“2010년 정도에 찾아온 방황의 시기가 터닝포인트였던 거 같아요. 당시에는 많이 지쳤었고, 그러면서 내가 뭘 하면서 살아가는 건지에 대한 생각을 하게 됐어요. 슬럼프였죠. 바쁘게 지내면서 못하고 지나쳤던 것들이 많았음을 느꼈고, 다양한 것을 경험해보고려고 했어요. 그림이 그 중 하나였어요. 빠져들수록 매력을 느꼈고, 마음이 안정되더라고요.”
정신적 안정을 찾기 위함이었다. 힘들었던 시간들을 그림으로 극복해낸 것. 사실 당시 솔비는 대중에 삐쳐있었다. 누구보다 솔직하려고 노력하고 즐거움을 주기 위해 망가짐도 불사했지만, 돌아오는 것은 ‘악플’ 뿐이었다. 여자 가수가 이미지를 포기하면서까지 솔직하게 자신을 다 드러낸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 큰 용기이고 노력임이 분명하다. 그런데 이상하게 안티만 늘어나니 속상할 수밖에. 당시 분위기는 예능으로 관심을 받으면 음악에까지 관심이 이어지는 요즘과 달랐다.
그렇게 솔비는 붓을 잡았다. 그의 말대로 가수로서의 삶에도 터닝포인트였다.
“그림을 그리기 시작한 시간이 길지는 않았지만, 미술을 통해서 음악을 배운 것 같아요. 그림 안에 철학과 메시지를 담으려고 노력하는 제 모습을 보고 느낀 것이 많아요. 솔직히 전에는 가이드 곡을 주면 그걸 외우고 따라했죠. 표면적으로 보여주는 것에 신경을 많이 썼던 것이 사실이에요. 그런데 중요한 건 그게 아니더라고요. 노래의 구성과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중요하다는 것을 알게 됐어요. 이제야 ‘나도 음악하는 사람이다’라고 말할 수 있을 정도가 된 것 같아요.”
하고 싶은 말들을 담아 그려낸 첫 앨범이 지난해 발매한 ‘상큼한 아이스크림 같은 나는 31’이었다. 앨범 전곡을 작사 작곡, 프로듀싱했고 자신의 본명 권지안으로 처음 대중에 선을 보였다.
“저의 이야기를 하고 싶어서 본명으로 낸 제 소중한 첫 앨범인데, 사실 이슈가 안 되고, 쓴 소리도 많이 들었어요. 주변에서 ‘왜 갑자기 너와 어울리지 않는 음악을 하느냐’고 의아해 하기도 했고요. 그래도 그만큼 성장하고 내공이 쌓이고 있는 것이라 생각해요.”
도전은 멈추지 않았다. 어쿠스틱한 앨범에 이어 ‘사랑 하나면 되는데’, ‘우리에겐’으로 깊어진 정통 발라드 감성을 보여주더니 지난 27일에는 신곡 ‘첫사랑’으로 신스팝 장르를 선보였다. 피터팬컴플렉스의 동명 곡을 재해석한 이 곡은 원곡의 신디사이저 인트로가 여성스럽고 복고적인 분위기로 바뀌어 발랄하고 유쾌한 느낌이 가미됐으며, 피터팬컴플렉스 전지한과 솔비의 색다른 조화가 돋보이는 노래다. 
요즘 솔비의 주변에는 연예인보다 예술가들이 더 많다고 한다. 피터팬컴플렉스와의 만남도 미술을 통해 이뤄졌다. 
“미술로 알게 된 지인을 따라서 공연에 갔다가 피터팬컴플렉스가 ‘첫사랑’을 부르는 모습을 봤어요. 저건 무조건 내가 해야겠다 싶었죠. 2년 전부터 제가 찜해놓은 곡이에요. 신스팝에 꽂혀서 일렉 사운드의 몽환적인 분위기를 내는 음악을 해보고 싶었죠.”
이 같은 끊임없는 도전에는 또 다른 의미가 있다. 솔비는 자신이 도전하고 무언가를 이뤄내는 모습을 통해 대중에 메시지를 던지고 싶었다.
“연예인이라는 직업은 많은 사람들에게 재미와 즐거움을 주는 직업이죠. 저도 마찬가지로 노력하고 있습니다. 또 한 가지. 제가 새로운 것에 도전하고 이뤄나가는 모습을 통해서 ‘솔비도 하는데 내가 못할 리 없다’는 용기와 희망을 주고 싶어요.”
joonamana@osen.co.kr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