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닐라 어쿠스틱, 이별 테마 봄노래가 주는 묘한 공감 [인터뷰]
OSEN 김사라 기자
발행 2015.04.28 16: 41

‘차라리 나 네게 다시 전화를 걸까, 문자를 할까, 돌아갈까’…이별 후에 한 번쯤 누구나 느끼는 공허함과 아쉬움이 있다. 바닐라 어쿠스틱은 이번에 달콤한 사랑 대신 쓸쓸한 이별을 노래하며 듣는 이에게 촉촉한 공감을 선사했다.
바닐라 어쿠스틱의 음악은 과하지 않고 화려하지 않다. 그 대신 잔잔한 감동과 담백한 애틋함이 있다. 지난해 정규 3집 파트1 ‘에우다이모니아(Eudaimonia)’를 발표한 바닐라 어쿠스틱은 약 10개월 만인 지난 17일 파트2 ‘에우다이모니아’를 들고 돌아왔다. 여전한 편안한 감성, 하지만 어딘가 새로운 느낌이 가미된 앨범이다.
바닐라 어쿠스틱은 ‘에우다이모니아’의 뜻에 대해 ‘행복’이라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어쩐 일인지 이번 앨범은 이별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최근 OSEN과 만난 멤버들은 이별 또한 행복의 일부일 수 있는 이유에 대해 설명했다.

“파트1은 사랑을 시작하는 단계의 설렘, 밀당의 감정을 담았다면 파트2는 전반적으로 사랑이 끝난 후의 외로움이나 아쉬움, 슬픔이 많이 묻어 있어요. ‘1분도 못 버텨’라는 제목의 노래가 타이틀곡인데, 제목에서 유추할 수 있지만 그리움이나 외로움으로 인해서 전화를 할까 하는 생각을 1분도 참을 수 없다는 내용이에요. 행복을 담겠다는 것 보다는 외롭다는 것도 행복을 찾는 과정일 수 있기 때문에…앨범 맥락 적으로 봤을 때는 외로움을 통해서 행복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죠.” (바닐라맨)
이번 앨범에는 타이틀곡 ‘1분도 못버텨’를 비롯해 ‘론리 드라이브(Lonely Drive)’, ‘그런 사람(Hello)’, ‘언제쯤일까요’, ‘러브럽’ 등 총 7곡이 수록돼 있다. 싱글로 냈던 두 곡 외에 다섯 곡이 신 곡인데, 이 중 네 곡이 슬픈 곡이다. 갑자기 음악이 슬퍼진 이유를 묻자 바닐라맨은 “실화를 바탕으로 한 것”이라고 답했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작업이었어요. 외로운 곡만 나오게 되더라고요. 사실 그래서 멤버들이랑 감정 교감이 잘 안 됐는데 제가 슬픔을 강요했죠. (웃음) 이번에는 정말 제 얘기를 담고 싶었거든요. 다른 방향으로 흔들리기 싫었어요.” (바닐라맨)
“저는 요즘 좋아하는 사람이 있어요. 하루, 하루를 좋게 보내고 있어요.” (타린)
“저도 연락하고 지내는 사람이 있어요.” (성아)
성아와 타린은 봄 기운을 만끽하는 중. 하지만 바닐라맨의 자작곡은 정말 진솔한 감정이 담긴 듯 하다. 근 4개월 동안 이별에 아파했다는 것이 멤버들의 설명. 앨범도 본래 계획보다는 조금 늦어져 이제야 나오게 됐다. 봄에 나온 이별 노래지만, 바닐라맨은 이 또한 행복을 위한 위로와 격려가 되길 바랐다.
“봄이잖아요. 산들산들한 것을 많이들 기대 하실 텐데, 슬프기도 한 것 같아요. 슬픈 사람들도 있는데. 그런 사람들에게 위로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바닐라맨)
 
오랜만에 만난 바닐라맨은 확실히 분위기부터가 달랐다. 부드러워졌고, 묘하게 더 솔직해졌다.
“원래 저는 정말 무감각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는데. 살아 가면서 가치관이 변하는 것 같아요. 전에는 일에 최대한 집중하다 보니까 인간 관계나 감정을 줄이려고 했어요. 이제는 생각이 바뀌었죠. 결국은 중요한 게 인간관계에요. 그러다 보니 감정에 솔직해진 것 같아요. 나이도 한 몫 한 것 같은데, 그렇게 살아가다 보니까 정말 중요한 게 뭔지 자연스럽게 알게 된 거죠.” (바닐라맨)
“저는 사실 이번에 오빠의 슬럼프를 많이 느꼈어요. 작업 하면서 오빠가 우울해 있어서, 그 감정이 와 닿았어요. 그게 정말 잘 느껴졌거든요. 노래를 들으시면 아마 듣는 분들도 느끼실 거에요. 오빠의 감정이 전에는 많이 안 들어가 있었기 때문에, 전에는 제 상황을 대입해서 감정 이입을 했는데 이번에는 오빠 상황에 이입했어요. 오빠가 이런 마음이구나…” (성아)
바닐라 어쿠스틱은 여러모로 조금씩 커가고 있다. 음악적으로도 조금씩 변화하고 있고, 인지도 면에서도 그렇다. 인디 밴드라기에는 이름이 더 익숙한 것 같지만 방송에서는 잘 볼 수 없는 묘한 그룹. 노래도 어쿠스틱하다거나 인디 느낌이라거나 이런 애매한 말로 표현하기 어렵다. 공감의 폭이 넓기 때문인지도. 이 때문에 바닐라 어쿠스틱을 사랑하는 팬들도 많이 늘고 있다.
“저희는 크게 못 느끼는데 주변에서 잘 됐다고 얘기를 많이 해주세요. 주변 사람들이 보기에 오히려 그렇게 느껴지는 것 같아요. 저희는 그런가 보다 하지만 아직은 많이 아쉽죠. 더 잘 돼야죠. 아직 피부로 체감할 정도는 아니니까요.” (바닐라맨)
 
바닐라 어쿠스틱은 앞으로 더 많은 팬들과 소통하고 싶다며 의욕을 보였다. 타린과 성아는 특히 방송 활동에도 조금 욕심 내는 모습. 물론 라이브 음악을 하는 방송 말이다.
“아무래도 쇼 적인 면이 약하고, 그런 게 마이너스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있어요. 제가 어색한데 보는 분들은 얼마나 어색하겠어요. ‘올댓뮤직’이나 ‘스케치북’처럼 음악 프로그램도 라이브 가능한 프로그램에는 종종 출연하고 있죠.”
바닐라 어쿠스틱의 장기적인 목표는 역시 오래, 오래 함께 음악을 하고 싶다는 것. 멤버 한 명, 한 명씩 결혼을 하고 개인적인 상황이 바뀌더라도 계속 음악을 할 수 있도록 상황을 만드는 것이 먼저란다. 물론 그와 함께 음악도 변하겠지만, 멤버들은 “지금도 변하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한 곳에 머무르지 않고 늘 발전하는 음악을 자신했다.
“10개월이라는 시간이 지난 만큼 기다리셨으니까 더 많이 들어주시고 사랑해 주셨으면 좋겠어요. 앨범 활동도 많이 할 테니까 많이 관심 가져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노래 다 좋으니까 꼭 전곡 들어 주세요.” (바닐라맨)
“잘 됐으면 좋겠어요. 더 잘 돼서, 다른 가수와 콜라보를 많이 하게 되는 해였으면 좋겠어요.” (성아)
“음원 말고 현장으로도 많이 와주세요!” (타린)
바닐라 어쿠스틱은 오는 6월 13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KT&G상상아트홀에서 3집 발매 기념 단독 콘서트를 개최 할 예정이다.
 
sara326@osen.co.kr
쇼파르뮤직 제공.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