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 방탄소년단(랩몬스터, 슈가, 진, 제이홉, 지민, 뷔, 정국)이 교복을 완전히 벗고 청춘에 물들었다. 그런데 찬란하게 빛나는 화사한 청춘이 아닌, 찬란함 뒤에 가려진 불안함을 전면으로 끄집어냈다. 아무래도 이들에게는 단순히 청춘의 열정이나 빛남보다는 흔들림이 더 매력적으로 다가왔지 싶다.
29일 발표된 방탄소년단의 새 앨범 '화양영화 pt. 1'은 그들이 그리고 싶었던 불안한 청춘의 단면을 담아냈다. '인생에서 가장 아름답고 행복한 순간'을 표현한 앨범명 '화양연화' 안에 달콤하고 아름답지만 또 그만큼 씁쓸하고 아프기도 한 청춘의 모습을 방탄소년단식 화법으로 풀어낸 것이다.
8개월 전까지만 해도 '학교 3부작' 시리즈로 소년의 느낌이었던 방탄소년단은 물씬 남자의 향기를 품고서 올봄을 맞았다. 분위기부터 바꿨다. 몽환적인 눈빛과 물에 젖은 머리칼, 그리고 흔들리는 눈동자까지 좀 더 감성적으로 변한 모습이다.
앨범 발매를 앞두고 최근 인터뷰를 위해 OSEN과 만난 방탄소년단은 신곡 발표에 대한 기대감과 설렘, 그리고 컴백 준비로 인한 피곤함이 집약된 모습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새 앨범을 소개할 때나 음악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면 멤버 모두 또렷하게 자신의 생각을 하나씩 설명했다.
"빨리 무대를 보여주고 싶어요. 티저를 보고 팬들도 좋아해주는 것 같아서 다행이죠. 이번 콘셉트가 앨범과 정말 잘 맞는 것 같아요."
방탄소년단은 '화양연화 pt. 1'에서 가장 큰 변화를 시도했다. 렌즈를 노려보던 강렬함을 조금 걷어내고 한층 편안하고 또 나른한 분위기로 카메라 앞에 섰다. 마냥 어리고 반항적인 소년이 아닌, 조금씩 성장해 청춘에 접어든 남자였다. 재킷 이미지부터 확 달라져 핑크빛으로 물들었고, 타이틀은 청취자 배려 모드를 작동시켰다.
"의도한 바가 있긴 하죠. 대중성을 높이자고 생각한 것은 아니지만 어째든 변화할 때가 됐다고 생각했어요. 우리 것만 고집하기에는 다른 것도 해보고 싶었어요. 우리가 어느 정도 지켜왔던 게 있는데 의도한 바가 그랬어요. 정규 1집 끝내고 변화할 때라고 생각했어요."
이번 앨범 타이틀곡 '아이 니드 유(I NEED U)'는 어반스타일이 접목된 일렉트로힙합곡. 물론 방탄소년단의 강렬함을 유지하면서도 서정적이고 팝적인 느낌을 녹여내면서 음악적인 변화를 꾀했다. 끝을 향해 추락하는 사랑을 붙잡아 보려는 남자의 애타는 마음을 청춘으로 풀이했다.
"사랑은 청춘, 청춘의 불안함에서 빠질 수 없는 요소라고 생각해요. 굉장히 '사랑해. 미안해'라는 사람을 향한 단어가 많이 나오는데 이걸 청순이라고 바꿔서 생각할 수도 있고. 여러 가지 고민의 흔적이 보일 거예요. 치밀하게 짰는데 그런 부분을 들어준다면 감사할 것 같아요."
지난 2013년 '2 쿨 4 스쿨(2 COOL 4 SKOOL)'로 데뷔한 방탄소년단은 '학교 3부작'이라는 일관된 주제로 그들의 음악적 색깔을 구축해왔다. 10대의 가장 큰 관심사인 꿈과 행복, 사랑을 아우르는 학교를 졸업하고, 아름다움과 불안이 공존하는 이 순간, 청춘을 주제로 삼았다.
"학교 3부작을 시작할 때 '왜 이걸 하느냐?'는 질문을 많이 받았는데, 답은 '저희가 학교를 다니니까'였어요. 가장 잘할 수 있는 이야기가 학교였던 거죠. 이번에는 저희가 보편적으로 말하는 청춘의 때에 접어들지 않았나 생각했어요. 그런 의미에서 청춘을 노래하게 됐죠."
사실 청춘이라고 하면 대부분 청춘의 찬란함을 먼저 생각한다. 보편적으로 말하는 청춘의 시기라고 하면 대부분 빛나고 아름답고, 열정적이던 시절을 떠올리게 될 것. 하지만 방탄소년단은 2부작으로 이어질 '화양연화' 시리즈에서 먼저 불안정한 청춘의 모습을 건드렸다. 랩몬스터는 한 마디로 "더 매력적"이라고 설명했다.
"청춘의 불안함이 훨씬 더 매력적이지 않나요? 아름답고 빛나는 것도 두 가지 모두 이야기하고 싶었는데, 일단 그늘진 쪽을 이야기하는 것이 더 맞는 옷 같았어요. 더 매력적으로 다가왔죠. 마치 금기처럼, 그 부분을 강조해서 야이기를 했어요."
보통의 청춘에 접어든 방탄소년단. 가수라는 특수한 직업 때문에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청춘의 삶을 누리기는 쉽지 않겠지만 멤버들 모두 입을 모아 "틈틈이 알아서 잘 보내고 있다"는 답을 내놨다. 무엇보다 그들 스스로가 지금 당장이 청춘이라고 느끼기보다는, 나이가 들어서 생각했을 때 이 시기가 청춘일 것 같다는 느낌이라고.
"나중에 생각해보면 지금이 제일 행복했던 순간이었으면 좋겠어요. 다 크고 나서 생각해볼 때요."
확실히 방탄소년단의 선택은 옳았다. 이번 새 앨범은 이날 0시 발표 직후 음원차트를 휩쓸고 있는 상황. 타이틀곡 '아이 니드 유'는 주요 차트에서 1위를 차지했고, 몇몇 차트에서는 수록곡 줄세우기 현상도 일어났다.
청춘의 공허함, 불안함으로 인한 외로움을 묘하게 매력적으로, 그리고 마음에 닿게 풀어낸 방탄소년단. 출발부터 좋은 성과를 거둔 이들의 청춘이 더욱 찬란하게 빛나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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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히트엔터테인먼트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