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마나님, 유호정이 달라졌다. 남편의 외도를 알고도 어찌해야할지 모르고, 반항하는 아들의 모습을 보며 홀로 눈물을 흘리던 위축된 모습은 온데간데없었다. 의외의 카리스마를 선보이며 가풍을 이어받아 집안의 기조를 다진 것은 물론, 차분한 말싸움으로 내연녀 백지연을 몰아붙였다. 도도한 듯 차가운 표정으로 얼음을 하나씩 집어던지는 모습이 특히나 인상적이었다.
28일 밤 방송된 SBS 월화드라마 '풍문으로 들었소'(극본 정성주·연출 안판석) 20회에서는 최연희(유호정 분)이 한인상(이준 분)과 서봄(고아성 분)의 반란을 진압하기 위해 남편 한정호(유준상 분)과 연합전선을 형성, 집안 기강확립에 나서는 모습이 그려졌다.
이날 연희는 남편 정호의 바람기에 더불어, 아들의 가치관이 달라지는 것에 대해 위기감을 느끼고 살아생전 시어머니의 가풍을 이어받기로 했다. 이에 비서 선숙(서정연 분)을 불러 기강확립을 위해 강화된 의전 수칙을 하달했다.
의전수칙에는 주방아주머니들의 복장 통일과 박집사(김학선 분), 정순(김정영 분)의 정식 복장 착용을 비롯해 식사 중 선숙과 정순의 식탁 옆 시립, 인상, 봄, 이지, 진영까지 아침 7시 옷을 갖춰 입고 어른들께 문안인사 할 것, 이지 체중 10kg 감량할 것 등 복장과 식사 예절이 총 망라돼 있었다.
폭정에 가까운 하루아침의 결정에 가족들은 반발했다. 한이지(박소영 분)는 강력하게 반발했고, 정호와 최연희는 이 모든 것이 인상, 서봄 때문이라고 책임을 돌렸다.
비록 반발이 거세게 일었지만, 방송 이후 거의 처음 보는 유호정의 단호하고 카리스마 있는 모습이었다.
특히 남편의 내연녀와 말싸움을 하는 장면이 인상적. 논리 정연하고 차분한 말투로 내연녀 지영라(백지연 분)을 압도했다. 얼음을 던져 응징하는 모습도 꽤나 통쾌했다.
이날 연희는 송에 이혼소송으로 들른 지영라(백지연)와 만났다. 영라는 “남편이 소장 접수했다. 나는 실패자다”라며 자신의 이혼 소송 사실을 알렸다. 그러자 연희는 가까스로 마음을 추스르며 “불행한 결혼을 끝내는 게 왜 실패야. 계속 사는 게 실패지. 난 축하하겠다”라며 영라의 이혼을 언급했다. 이어 연희는 “한 대표가 너무 유치하게 굴었어. 너도 귀찮았을 거야. 여자끼리 머리채 잡고 싸우는 거 좀 웃기지 않니. 여자의 적은 여자다, 이런 거 하지 말자”라고 이야기 한다.
영라는 “너 이제 득도한 거 같다”고 비꽜고, 이에 연희는 “그냥 성장이야. 죽을 때까지 크는 거지 뭐”라고 여유있는 모습을 보인다. 그러다가 영라는 “나도 사과를 해야 마음의 짐도 덜고..”라고 하자 그는 “누구 맘대로 짐을 덜어? 그 짐 그냥 지고 살아. 나한테 이렇게 혼나면서”라고 말하며 얼음 통에 있는 얼음을 하나씩 꺼내 던졌다.
유호정의 입체적인 변신은 극의 재미를 더하는 요소 중 하나다. 남편에게 사랑받고 싶어 안절부절 하던 그의 변신은 묘한 즐거움을 준다. 강한 임팩트가 되는 동시에 블랙코미디 장르답게 다소 코믹하기도 하고.
한편 '풍문으로 들었소'는 제왕적 권력을 누리며 부와 혈통의 세습을 꿈꾸는 대한민국 상류층의 속물의식을 꼬집는 블랙 코미디 드라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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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풍문으로 들었소'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