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2TV 새 월화드라마 ‘후아유-학교2015’는 기존 ‘학교’ 시리즈와는 조금 다르게 출발했다. 자살과 실종이라는 충격적인 사건, 외모가 꼭 같은 쌍둥이 자매의 엇갈리고 뒤바뀐 운명을 그려낸 발단 부분은 강렬했다. 이는 냉정히 말해, 소위 ‘통속극’이라 부르는 드라마들과 크게 다를 바 없는 설정이었지만 주인공과 배경이 고등학생에 고등학교라는 점에서 한편으론 신선함을 주기도 했다. 결과적으로 드라마틱한 시작은 기존 시리즈들과 확실히 차별화되는 ‘후아유-학교2015’만의 요소다.
이 같은 차별화 못지않게 중요한 사실은 ‘후아유-학교2015’가 KBS의 브랜드라 할 수 있는 ‘학교’ 시리즈의 명맥을 잇는 작품이라는 점이다. 기존 ‘학교’가 사랑받을 수 있었던 것은 오늘을 살아가는 고등학생들의 교실 풍경을 생생히 그려내려는 노력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를 통해 시청자들은 공감하고 소통할 수 있었다. 때문에 지난 ‘후아유-학교2015’의 첫 방송 이후에는 자칫 너무 드라마틱한 설정이 현실을 가릴까 시청자들 사이에서 우려가 없지 않았다.
하지만 지난 28일 방송된 ‘후아유-학교2015’에서는 학교의 현실들을 보여주는 내용이 그려져 우려를 씻어냈다.
이날 은별(김소현 분)로 깨어난 은비(김수현 분, 1인2역)는 자신을 기억하지 못한 상태에서 가족과 친구들을 만났다. 은별의 삶은 통영에서 보육원에서 자란 고아에 ‘왕따’로 괴롭힘을 당하던 은비의 삶과는 정반대였다.
은별은 공부도, 노는 것도 못하는 게 없는 ‘잘 나가는’ 아이였다. 학급에서는 1등을 했고, 친구들은 그런 그를 좋아했다. 기억상실증에 걸린 은비가 조금씩 은별의 삶에 적응을 해가기 위해 노력을 하는 과정에서는 학교와 그 속에서 살아가는 아이들의 관계는 현실적으로 그려졌다.
엄마들은 좋은 과외메이트와 선생을 구하기 위해 정보를 공유했다. 그 속에서는 정보를 더 가진 자와 그렇지 못한 자의 알력 다툼도 있었다. 강남에 사는 세강고등학교 아이들은 술을 파는 노래방에서 함께 술을 마시며 놀았다. 120만원 가까이 되는 비용은 ‘지갑’이라 불리는 ‘왕따’의 몫이었다. 은별의 좋은 친구인 줄만 알았던 송주(김희정 분)는 그렇게 ‘지갑’을 사용할 줄 아는 또 다른 얼굴의 ‘노는 친구’였다. 노래방에서 실컷 논 후 계산을 하기 위해 꺼낸 ‘지갑’ 서영은(김보라 분)의 카드는 정지 상태였고, 결국 그 때문에 아이들은 경찰서에 불려가게 됐다. 선생님은 아이들의 술값을 계산하고 집으로 돌려보냈다.
교실에는 남자 일진과 여자 일진이 존재했다. 일진 권기태(박두식 분)는 자신을 두려워하지 않는 공태광(육성재 분)을 때리며 권력을 과시했다.
이처럼 ‘후아유-학교2015’ 2회에서는 1회에서는 찾아볼 수 없었던 교실 안 풍경들이 세세하게 그려졌다. ‘학교’ 시리즈의 지지기반은 언제나 현실이었기에 ‘후아유-학교2015’ 역시 그 명맥을 잇기 위해서는 이를 제대로 살려내는 것이 중요하다. 드라마틱한 설정을 뼈대로 현실 그리기에 돌입한 이 드라마가 그 균형을 끝까지 잘 맞춰갈 수 있을지 기대감을 자아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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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아유-학교2015'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