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라는 말도 나왔다. 국내 세 손가락 안에 꼽히는 굴지의 연예기획사였지만, 지난 몇 년간 무섭게 성장하는 다른 회사들에 비해 이렇다 할 성과를 거두지 못하면서 부진했던 것이 사실. 그런데 요즘 JYP엔터테인먼트(이하 JYP)는 음원시장을 장악하며 이름값을 톡톡히 하고 있다. 올해 들어 제 자리를 찾은 모양새다.
그간 부진했던 이유는 뭘까. 또 갑자기 ‘잘 나가는’ 비결도 궁금했다. 최근 들어 컴백하는 팀마다 히트를 치고 있어 우연은 아닌 것 같다 싶었는데, 역시나 분명한 이유가 있었다. 회사의 성장을 위한 여러 가지 시도를 하는 중에 시행착오가 있었고, 체계가 잡히기 시작한 올해부터 나온 결과들이 맞아떨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성공적이었다. 지난 2월 컴백한 15&(피프틴앤드)가 ‘사랑은 미친짓’으로 음원 차트에서 롱런하며 사랑을 받았고, 3월 컴백한 미쓰에이가 미니앨범 ‘컬러스(Colors)’ 타이틀곡 ‘다른 남자 말고 너’로 바통을 이어받아 오래달리기를 하는 중이다. 여기에 JYP의 대표 박진영이 4월 가수로 컴백, ‘어머님이 누구니’로 1주일이 넘는 기간 동안 각종 음원차트에서 1위 자리를 지켰다.
그렇다면 JYP는 지난 3년간 어떤 시도를 했고, 어떤 체계를 정립하게 된 걸까.
박진영은 최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국내 엔터테인먼트 회사의 시가총액이 1조 원을 넘지 못하고 있다”면서 “2020년을 목표로 세우고 그동안 미국 진출 시도 등으로 얻은 노하우를 쏟아 붓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 시장에 도전했던 경험이 큰 도움이 됐다. 그는 “생각만큼 안 됐지만, 미국 회사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어떻게 대량생산이 가능한지 알게 됐다”고 밝혔다.
경영에 대한 자세한 설명은 아꼈다. 그러면서도 “크리에이티브한 것을 시스템화 하는 것이 포인트다. 이 시스템이 자리 잡는 데까지 지난 3년간 시행착오를 겪었다”고 전했다.
박진영은 애플의 스티브 잡스가 세상을 떠나는 것을 보면서 자신이 없이도 잘 돌아갈 JYP엔터테인먼트를 만드는데 노력을 기울였다고 한다. 그러기 위해서 그는 결정권을 내려놓게 됐는데, 이후 회사가 방황하기 시작했다.
그는 “내가 역할을 내려놓고 나니 말도 안 되는 뮤직비디오, 말도 안 되는 음악이 나왔다. 하지만 이런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의사결정 과정도 변화하고 교체됐다. 영역마다 체계화가 된 것인데, 이제 내 영향력은 최소화 됐다. 작곡도 마찬가지. 30명이 넘는 작곡가가 성장했고 그들의 곡이 나오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현재 박진영이 회사에 관여하는 부분은 15분의 1로 줄었다. 모든 것에 있어서 15분의 1 결정권이 있다. 컴백 팀을 결정할 때 15명이 모여서 사전평가를 진행한다. 실제 무대와 관련 있는 퍼포먼스팀, ANR팀 등 3개팀 직원들이 평가에 참여한다. 80점 미만일 경우 컴백을 미루고 가장 높은 점수를 받으면 (정해진)예산을 마음대로 쓸 수 있는 것. 뮤직비디오도 원하는 대로 찍을 수 있고, 무대도 제대로 꾸밀 수 있다.
올해 들어서부터 평가단의 ‘감’도 제대로 적중하고 있다. 큰 성공을 거두고 있는 ‘어머님이 누구니’는 94점을 받았고, 미쓰에이의 ‘다른 남자 말고 너’는 81점을 받았다고 한다.
레이블 체계도 자리를 잡아가는 중이다. JYP엔터테인먼트의 새 레이블 ‘스튜디오J’다. 지소울과 피프틴앤드가 그 첫 타석에 들어섰다. 올해 이 레이블에서 나온 15&의 ‘사랑은 미친 짓’은 박진영과 미쓰에이보다 더 큰 이익을 남겼다고.
박진영 “유니버셜뮤직까지 가는 것이 목표다. 그들의 단점을 알고 있기 때문에 그대로 하는 것은 아니다. 경영적인 것 등 장점만 빼올 것”이라고 목표를 분명히 했다.
3년간의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JYP는 내실을 단단히 다졌고, 그들만의 시스템을 구축했다. 이후 그 성과들이 하나둘씩 나오기 시작했다. 현재 갓세븐(GOT7)이 컴백을 준비 중이고, 새 걸그룹 프로젝트 식스틴이 시작된다. 앞으로 JYP는 얼마나 더 큰 성과를 거둬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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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YP엔터테인먼트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