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김범석의 사이드미러] 반수해서 더 좋은 대학에 들어가는 일이 쉽지 않은 것처럼 속편도 웬만한 포부와 집념이 아니고선 전편의 인기를 뛰어넘는 게 간단치 않다. ‘위험한 상견례2’는 영호남 지역 갈등과 송새벽 이시영의 의외의 찰진 호흡으로 260만명을 동원하며 흥행한 전편을 크게 추월하지 못한 코미디다. 여러모로 4년 전 영화에 빚을 진 스키드 마크 가득한 속편이 돼버렸다.
이 영화의 밑바닥에 깔린 정서와 얼개는 만화 톰과 제리의 그것과 유사하다. 아무리 15세 관람가라지만 뼛속 깊이 적대적인 도둑과 경찰 집안의 상투적 대립도 식상하고, 서로 쫓고 쫓기는 양가 자녀들이 집안 반대를 무릅쓰고 결혼을 강행하며 벌이는 좌충우돌도 그다지 신선하지 않다. 그나마 위안이라면 어떻게든 한 번이라도 더 웃기기 위한 감독과 배우들의 코믹 열정 정도랄까.
문화재 절도로 지명 수배중인 달식(신정근) 강자(전수경) 부부의 바람은 잡히지 않는 것과 훈남 아들 철수(홍종현)가 천재적인 범죄 유전자를 발휘해 부모의 가업을 물려받는 거다. 하지만 경찰 가족인 영희(진세연)와 연애중인 아들은 이런 부모의 기대를 등지고 7년째 경찰 공무원 시험에 도전한다. 영희 가족에게 결혼을 허락받기 위해선 공무원증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경찰이 되려는 아들을 못마땅해 하는 달식 부부는 전산 해킹과 답안지 조작으로 철수의 공무원 입성을 번번이 방해하고, 절도범 집안과 사돈 맺기를 완강히 반대하는 영희 아버지 만춘(김응수) 역시 철수를 예비 사위로 인정하지 않는다. 이 과정에서 의문의 부녀자 연쇄 살인 사건이 벌어지고, 철수와 영희의 애정 전선도 이 사건과 얽히며 둘은 일대 위기를 맞게 된다.
한바탕 웃자고 만든 영화에 드라마 개연성과 플롯을 따지며 쌍심지를 켜는 건 코미디에 대한 예의도 아니며 그것 자체가 또 다른 코미디로 번질 수 있다. 임성한 작가의 막장 드라마는 욕 하면서 볼 때 가장 효용이 높아지는 것과 같은 이치다. 이런 장르의 영화라면 진부한 스토리와 다음 장면 예상을 살짝살짝 비껴가는 소소한 상상력이 전개되길 바랄 뿐인데 전편에 이어 메가폰을 잡은 ‘순풍 산부인과’ PD 출신 김진영 감독은 이런 기대와 바람을 어느 정도 충족시킨다.
배우들은 오버하지 않고 진지하게 연기하는데 펼쳐진 상황 자체가 ‘웃플’ 때 관객은 절로 무장해제 되고, 달식이 개와 의사소통하는 장면 등 몇몇 요절복통 신에선 큰 웃음도 맛 볼 수 있다. 카메오의 좋은 예를 보여준 전편 출연진 김수미 정성화의 선택과 집중도 알맞은 수준. 볼거리를 위해 비행기를 섭외하고, 한 겨울 영하의 날씨에 찍은 차량 추격신과 액션 장면도 코미디 영화치고 박진감 있게 연출됐다.
다만, 쉽고 뻔해 보이는 드라마를 보강하기 위한 고육책이었겠지만 MSG 성격으로 가미된 연쇄 성폭행 살인 사건이 의도한 만큼 극적 긴장감을 불어넣지 못 했고, 다소 과잉으로까지 여겨진 건 아쉬웠다. 관객의 관심을 살짝 다른 곳으로 돌리려는 맥거핀으로서의 역할도 아니었고, 잠입 수사를 벌이는 영희의 비키니 수영복 신으로 연결되는 정도로 쓰였다는 인상.
드라마 ‘각시탈’ ‘닥터 이방인’을 통해 주로 청순가련형 캐릭터를 연기한 여주인공 진세연은 털털한 매력과 유연한 몸놀림으로 코믹 액션극에도 일가견이 있음을 보여줬다. 공대 출신인 청와대 ‘그분’도 나와 웃음을 한몫 거들지만, 각종 게이트로 시끄러운 요즘 정치 현안을 떠올리면 마냥 웃을 수만은 없다. 코미디로선 긴 편인 120분. 롯데 배급 대행으로 29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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