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10대천왕', 현실감·공감성 결여…풋풋함만[첫방]
OSEN 박현민 기자
발행 2015.04.30 08: 36

10대들의 토크쇼를 표방한 tvN '고교10대천왕'은 분명 풋풋했지만, 딱 거기까지였다. 그들의 입을 통해 듣는 사회 문제는 자못 진지했음에도 분명 현실성이 결여됐고, 이로인해 시청자와 공감대 형성에 완벽하게 실패했다.
지난 29일 방송된 '고교10대천왕'은 고교생 10명과 방송인 김성주, 정형돈, 서장훈, 신아영 4MC가 취업부터 세금이나 집값 등의 사회문제, 그리고 고3의 연애까지 다양한 주제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이 전파를 탔다.
아이비리그 입학 예정, 4개 국어 능통자, 캐나다 최연소 윈드 심포니 단원 등 이른바 '고스펙'으로 무장한 고등학생 10인은 의외의 지식을 보여줘 신기함을 안기며 4MC의 기를 죽였다.

이들은 이날 스튜디오에 둘러앉아 '취업 재앙에 맞서는 10대들의 자세'라는 주제에 대해 "변별력을 위해 찾는 스펙은 존재하면 안된다" "과스펙화로 인해 점점 변별력이 없어져 더 많은 스펙을 필요로 한다. 그렇게 되면 언어를 몇 개나 배워야 하냐. 결국 스펙을 쌓는 데는 경제력이 요구되는데 이는 사회 계층이 나뉠 수 있는 심각한 문제가 될 수 있다"며 사회 문제를 꼬집어 눈길을 끌었다.
취업이 힘든 작금의 현실에서 10대들의 시각에서 이야기를 들어보는 것은 신선했다. 다만 실제 가슴앓이를 하고 있는 취준생들이 이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 공감을 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었다. 아직 사회에 나오지 않은, 게다가 상위 1%쯤으로 보이는 고등학생들의 입에서 나온 이야기는 결과적으로 '수박 겉핧기'식이 될 수 밖에 없어서다. 오히려 듣다가 헛웃음이 나오는 대목들도 다수 등장했다.
'서울대생 입장에서는 12년 열심히 공부했는데, 대기업에 가지 않고 중소기업에 가면 억울할 수 밖에 없지 않겠느냐'는 식의 이야기는 취준생들의 가슴을 후벼팔 뿐 그 어떤 대안도 제시하지 못했다. '중소기업 정규직을 가느니 대기업 비정규직이 낫다'는 발언도 위험했다. 이 과정에서 4MC 역시 부족한 재미요소를 위해 예능점 입담만을 수시로 시도할 뿐, 이렇다할 해답을 쥐어주진 않았다.
그나마 '고3의 연애'로 주제가 전환됐을 때는 10대 학생들의 풋풋한 연애 이야기가 스튜디오를 가득 채워 웃음을 안긴 정도였다. 다만, 이 또한 차회 예고편을 봤을 때 "속궁합이 안맞아 헤어진 사람도 있다", "혼전순결끼리 만나서 푸는 거다. 풀파워로" 등의 지나치게 수위 높은 성적 발언들이 대거 등장해 민망함을 안겼다.
'고교10대천왕'은 이제 막 첫 회를 끝냈다. 첫 방송 시청률 1.09%(닐슨코리아, 케이블기준)를 기록한 이 프로그램이 10대들의 재기발랄한 토크쇼가 될지, 아니면 아직 가치관이 제대로 정립되지 않은 학생들까지 뒤흔들 아슬아슬한 방송이 될지는 아직은 좀 더 지켜봐야할 분위기다.
gato@osen.co.kr
'고교10대천왕' 캡처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