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동민의 '진정성'은 어떻게 알 수 있나
OSEN 이혜린 기자
발행 2015.04.30 14: 16

[OSEN=이혜린의 스타라떼] 세시간이냐, 30초냐.
이 부분이 명확해지면 우리는 장동민의 '진정성'을 가늠해볼 수 있을까.
세시간 기다렸다면 진짜고 30초만에 갔다면 가짜일까. 장동민이 고소인을 찾으려 한 것은 진짜 직접 사과의 뜻을 전하고 싶어서일 수도 있고, 고소인 측 관계자 입장에선 진짜 자기 눈앞에 띈 시간만 계산해 30초가 나왔을 수 있다. 문제는 현실적으로 '30초'가 어느 정도 과장이 포함됐을 가능성을 묵과하고 그대로 방송에 내보낸 SBS '한밤의 TV연예'일 것이다.(제작진은 취재를 바탕으로 한 방송이었다고 입장을 밝혔다)

물론 장동민의 진심을 너무나 엿보고 싶었던 '한밤의 TV연예' 제작진의 마음은 알 것도 같다. 이번 사안은 그 사과의 진정성을 두고 가장 많은 갑론을박이 생긴 사건일테니까.
그동안 연예인의 사과가 100% 대중을 만족시키기 얼마나 어려운지 보여준 사례는 없지 않았다. 에네스 카야의 아리송한 사과문이나 이병헌의 자필편지가 그랬다. 그런데 장동민은 가장 적극적인 기자회견을 자처했음에도 불구하고, '진정성'을 전달하는데 제일 애를 먹는 느낌이다.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이번 사안은 실수가 아닐 것이라고 보는 의견이 많기 때문일 것이다. '한때의 실수'가 아닌, 지속적으로 유지돼온 가치관이 직결된 사안이라고 보니, 이 '짧고 굵은' 논란 하나로 쉽게 '반성'을 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짐작이다. 일견 타당한 넘겨짚음일 수 있고, 장동민 입장에선 너무 억울한 선입견일 수 있다.
그의 직업이 개그맨이라는 점도 불리하다. 대중은 그의 진지한 얼굴에 익숙하지 않다. 특히 기세등등하던 그의 개그 스타일과 '사과', '반성' 등의 단어가 수시로 나오는 사과 기자회견은 절대 어울리지 않는다. 처음 보는 표정은 당연히 어색하고, 어색한 장면은 그 속내에 다른 게 있지 않을까 음모론에 불을 지핀다.
사과가 충분해보이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삼풍백화점 생존자 관련해서는 피해자를 직접 만나려 시도하는 등 매우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인 그가 앞서 논란이 된 여성 관련 발언들에 대해서는 그다지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는듯한 인상을 주기도 했다. "멍청한" 것으로 치부된 여성들을 구체적으로 지목한 반성은 없었던 것이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즉각적이고 구구절절한 사과야말로 '진정성'은 없지 않았을까 싶기도 하다. 대부분의 사과문이 기획사 홍보팀에서 작성되고 연예인의 '컨펌'을 거친다는 점을 감안하면 더욱 그렇다. 진정성은 소속사의 글솜씨가 좌우하는 것이다.
사실 문제가 된 장동민의 그 멘트에서 더 큰 문제는 "여자들이 멍청해서"가 아니라, 여자가 과거를 반드시 숨겨야 한다고 믿는 가치관이었다. 여자친구가 피임을 하려하면 기분이 안좋을 것 같다고 당당하게 말할 수 있는 여성관이었다. 가치관은 즉각 사과가 가능한 일이 아니다. 비난을 받고 있는 당사자도 반대 의견을 들여다보고 찬찬히 반성할 시간이 필요한 일이다.
장동민의 속내가 진심의 반성인지, 여론에 대한 반발심인지 그 누구도 알 수 없지만, 반성할 시간을 주지도 않고 더 '진정성 있는' 사과를 내놓으라는 건 진짜 진정성을 가리는 일인지도 모른다.
JTBC 등 방송사는 장동민 및 옹달샘을 계속 출연시킬 계획이다. '덕분에' 장동민이 어떻게 변해가는지 대중은 똑똑히 보게 될지도 모른다. 이 살얼음판에서 진심으로 변해가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 그 진정성을 장기간 입증해내야 하는 것. 몇달 정도 사라졌다가 수척해진 얼굴로 나타나 다시 전성기를 회복하는 것보다 더 혹독한 길일지도 모른다.
개인적으로는, 여성들의 처녀성을 두고 그 많은 말을 쏟아낸 것으로 뒤늦게 알려진 유세윤이 '마녀사냥'에서 여성들을 상대로 어떤 연애상담을 더해갈 것인지도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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