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뜩할 정도다. 남궁민이 연기하는 캐릭터 권재희도 권재희지만, 그의 연기력 자체가 소름끼치도록 무섭다. SBS 수목드라마 ‘냄새를 보는 소녀’(이하 ‘냄보소’)에서 다정한 셰프와, 잔인한 연쇄 살인마까지 양극단을 오가며 사이코패스의 모습을 임팩트 있게 그려내면서 극에 긴장감을 더하고 있다.
지난 29일 방송된 ‘냄보소’에서는 그의 ‘미친’ 연기력이 드라마를 압도했다. 용의주도한 범행으로 수사망을 빠져나가면서 경찰을 비웃고, 약 올렸다. 마치 이런 상황을 즐기기라도 하는 듯한 표정과 행동들이 섬뜩한 분위기를 더했다.
그가 연쇄살인마라는 사실이 시청자들에게 알려진 이후부터 남궁민(권재희)은 무표정한 듯 광기가 살짝 묻어나는 차가운 표정으로 보는 이들을 무서움에 떨게 하고 있다. 드라마 속 스타 셰프인 그는 방송 초반 부드럽고 따뜻한 미소와 젠틀한 매너를 선보이며 시청자들의 호감을 산 바 있어, 그가 잔인한 연쇄살인마라는 사실이 더욱 더 섬뜩하게 다가오는 것이다.
지난주 방송에서는 살인을 저지르고 치밀하게 알리바이를 조작하면서 섬뜩함을 자아냈다. 특히 어젯밤 방송에서는 그의 사이코패스적인 모습이 부각되면서 긴장감은 극으로 치달았다. 이날 방송에서 최무각(박유천 분)은 연쇄살인범이 최은설(신세경 분)의 행적을 쫓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채고 그를 잡아낼 함정을 꾸민다. 무각은 권재희(남궁민 분)가 현장에 모습을 보이자 추격에 나섰다. 이 과정에서 재희가 팔에 부상을 입으면서 혈흔을 남기고, 이에 용의선상에 올랐던 재희를 구속하는 것은 시간문제인 것으로 보였다.
그런데 DNA 검사 결과 불일치 판정이 나왔다. 알고 보니 이는 재희의 계략이었던 것. 미리 사람을 준비해 범인인 척 현장에서 도망을 치게 만들었던 것이다. 경찰과 게임을 하듯 따돌리고 그 과정을 지켜보며 즐거워하고 있었다. 특히 경찰을 속이기 위해 일부러 자신의 팔에 깊은 상처를 내며 자해하는 모습은 충격을 더했다.
이 과정이 남궁민의 사이코패스 연기로 완벽에 가깝게 그려졌다. 그동안 선한 역할을 주로 해왔던 남궁민은 이번 드라마에서 처음으로 살인자 역할을 맡아 섬뜩한 연기를 선보이고 있다, 선한 얼굴로 신세경(초림 역)에게 호감을 사고, 훈훈한 외모로 대중들의 관심을 끄는 셰프로 분한 한편, 뒤로는 사람들을 아무렇지 않게 죽이는 사이코패스 역할을 완벽하게 해내고 있다. 사이코패스 연기자 계보에 올려도 좋을 듯한 연기다. 박유천과 신세경의 달달한 케미 현장만큼이나 그의 연기변신 또한 드라마의 관전포인트가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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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냄새를 보는 소녀'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