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해, ‘딴따라’가 자부심 되기까지 70년의 기억 [종합]
OSEN 김사라 기자
발행 2015.04.30 15: 31

국내 최고령 MC 송해가 첫 평전을 내고 방송인 인생 70년을 되돌아봤다. 최근 89세 생일을 맞은 그의 인생에는 지금까지 발전해온 문화의 역사와 우리나라의 고통도 모두 끌어안은 근현대사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송해는 30일 오후 서울 리베라호텔 몽블랑홀에서 생애 첫 평전 '나는 딴따라다'의 출판기념회 겸 기자회견을 열고 취재진과 만났다. 송해 곁에서 1년여 간 밀착 취재 하며 이번 평전을 집필한 시인이자 문학평론가인 단국대 영어영문과 오민석 교수도 함께했다.
조금 의아할 수 있는 평전 제목 ‘나는 딴따라다’는 송해의 자부심을 담고 있는 말이다. 과거 ‘딴따라’가 광대이던 시절에서 요즘은 그야말로 ‘딴따라’가 스타고 우상인 시대. 송해는 “한이 서렸다. ‘딴따라’가 이름 같았던 세월이 길었다. 어디 가서 사람들이 우리 보면 ‘저거 누구야?’ ‘딴따라들이 왔어’ 그랬다”며, “작년 문화대상에서 내가 ‘나는 이겼다’고 했다. 우리 후배들도 혹 가끔 경시하는, 무시하는 얘기 나오더라도 이겨라. 그런 의미도 넣어서 책 이름을 지었다. 내가 고집을 했다”고 말했다.

평전을 내며 그는 “외길 인생을 살아온 사람이 느끼는 것이 있더라, 하는 생각이었다. 우리는 정말 급변하는 세상에 살고 있다. 수 많은 고비들을 넘기면서 위로를 받지 못하고, 많은 사람들이 위로를 하지 못하고, 그 가운데 또 고통을 받고. 그런 얘기를 사회에 말씀 드리는 것을 하고 싶었다”고 소감을 전했다.
오민석 교수는 “천하의 송해 선생님 일대기를 쓰는 영광을 안게 돼서 말 할 수 없이 기쁘다. 이 책을 통해 선생님이 더 이해되고, 또 국민들에 더 사랑 받으시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 대중 문화에 중요한 사건들과 기록들이 계속해서 생산되기를 기원한다”고 감사하는 모습이었다.
송해의 평전은 기존의 평전이나 전기와 다른 부분이 많다. 우선 책이 연대기 순으로 단순이 쓰이지 않았고, 챕터가 나뉘는 것 또한 ‘신’으로 정리돼 눈길을 끈다. 이에 대해 오민석 교수는 “태어나셨을 때부터 2015년 현재까지 진행을 하되 사이, 사이에 현재 이야기를 넣었다. 현재와 과거를 끊임 없이 반복하며 선생님의 무대 위 모습과 무대에서 볼 수 없는 다른 모습을 함께 담았다. 영화 시나리오처럼 타이틀을 ‘신1’, ‘신2’ 이렇게 수십 개의 신을 만들었다. 찍으면 영화 같을 것 같다. 이런 구성의 평전이나 전기는 없을 것”이라고 자부했다.
 
또, “송해 선생님에는 어마어마한 성취 이면에 고비, 고비마다 슬픔, 또는 아무리 성공을 해도 그것으로 커버할 수 없는 큰 슬픔이 있으시다. 아들을 잃으시고, 어머님, 아버지, 형, 여동생을 잃으셨다. 어떤 인생이 여기에 보답을 해주겠나”라며, “선생님이 걸어오신 모든 길은 한국 현대사의 비극이고 성취다. 대중 문화의 변천사와 같이 겹쳐져 있다. 그러니까 나는 개인사를 쓰면서 문화사를 썼다. 큰 보람을 느꼈다. 더욱이 쓰고 나서 느낀 것은 평전은 살아 계실 때 써야 한다는 것이다. 같이 동고동락하면서 써야 생생한 모습이 기록된다”는 설명을 함께 했다.
그의 말처럼 평전에는 송해의 성공보다는 도달하기까지의 과정이 담긴 듯 했다. 오민석 교수는 “사람들은 성공의 마지막 정거장만 보고 부러워한다. 그런데 여기 오기까지 많은 것이 있다. 나는 ‘송해 투혼’이라고 이름을 붙였다. 마지막만 보지 말고 투혼을 보라고 말 해주고 싶다. 선생님이 어떻게 겪고, 이겨 오셨는지 책에 담겨 있다”고 덧붙였다.
기자간담회를 마무리 하며 송해는 “살면서 가장 필요한 것은 건강이다. 건강을 잃어 버리면 다 잃어 버린다는 말이 있는데 지나갈 일이 아니다. 사람이 가장 필요로 하는 것이 건강인데, 운동이나 약 말고 건강을 찾으시길 바란다. 노래할 때 같이 부르시고, 춤도 같이 추시고 그렇게 마음 즐겁게 건강하시길 바란다”며 덕담을 건넸다.
또, “연예 활동을 한다는 것은 역시 일반 사람들과는 다르다. 본의 아니게 잘못되는 경우도 많이 있다. 이해를 해 주시고, 외길 인생 가는 분들이 이런 일이 있구나 하고 봐주시길 바란다”며 후배 방송인들을 위한 말도 아끼지 않았다.
 
한편 송해 평전 ‘나는 딴따라다’는 세간에 알려지지 않은 송해의 100년에 이르는 드라마를 한국 근대사와 대중 연예사를 통해 그려냈다. 일제 강점기부터 2015년의 현재에 이르기까지, 악극단 시절에서 한류 열풍에 이르는 파란만장한 한국 대중문화의 발전사가 오롯이 새겨졌다. 대한민국 근현대를 살아온 부모 세대에게는 추억과 그리움을, 젊은 세대에게는 격려와 영감을 주는 뜻 깊은 자료가 될 것으로 더욱 주목된다.
송해는 1988년부터 28년간 ‘전국노래자랑’ 단독 MC를 맡고 있으며 90세를 바라보는 최고령 현역 방송인이다. 84세에는 가수로서 생애 첫 단독 콘서트를 열어 ‘최장수 무대 공연’으로 기네스북에 등재됐으며, 지난해 제 5회 대한민국 대중문화예술상 시상식에서 문화, 예술 발전에 큰 공을 세운 예술인에게 주는 은관문화훈장을 수여 받았다.
sara326@osen.co.kr
김경섭 기자 greenfield@osen.co.kr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