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능 선수’ 이경규가 7년 만에 MBC로 돌아왔다. 그와 함께 1990년대 인기 프로그램이었던 ‘경찰청 사람들’이 예능적인 요소가 가미돼 16년 만에 안방극장을 찾았다. 아직은 다소 아쉬운 부분이 있지만 이경규를 비롯한 ‘예능 선수들’이 있어 변화가 기대되고 있다.
지난 달 30일 방송된 MBC 새 예능프로그램 ‘경찰청 사람들’은 진화된 범죄를 극화해서 시청자들에게 경각심을 일으키는 기획의도다. 이경규가 진행을 하는 가운데 6명의 진짜 경찰들이 함께 해서 사건을 추리하고 범죄 양상을 소개하는 구성이다.
1990년대 방송 당시 웃음 요소가 없었다면 돌아온 ‘경찰청 사람들’은 달랐다. MBC 예능본부에서 제작한 이 프로그램은 웃음 자막 삽입과 예능 선수 이경규의 진행이 다소 어두울 수 있는 분위기를 밝고 세련되게 만들었다. 실제 범죄 사건을 극화하는 구성이 노후하게 보일 수밖에 없는데 경찰들의 추리가 가미돼 이 같은 태생적인 한계를 어느 정도 상쇄시켰다. 물론 첫 방송이라 극화된 이야기에서 다소 어색한 연출로 인해 뚝뚝 끊기는 흐름, 경찰들의 추리 토론이 생각보다 활발히 이뤄지지 않았다는 아쉬움이 있었다.
이 프로그램의 2015년판의 강점은 시청자들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추리 요소를 강조했다는 점인데, 경찰 뿐만 아니라 추론에 강한 다른 분야 전문가와 함께 했다면 더 몰입도가 높았을 수도 있어 보인다. 사실 ‘경찰청 사람들’은 관찰 일색의 요즘 예능 흐름과 크게 다른 구성이다. 범죄 사건을 흥미롭게 다뤄 시청자들에게 범죄 형태를 소개해 경각심을 일으키는 역할을 해야하는 쉽지 않은 기획의도를 가지고 있다. 재미도 있으면서 공익적인 가치를 잃어버리면 안 되는 어려움이 있는 셈이다.
때문에 첫 방송은 다소 산만하고 어색한 기운이 풍겼던 것이 사실이다. 그렇다고 발전 가능성이 없는 것은 아니다. 일단 제작진은 당장 1일 진행되는 스튜디오 녹화에서 첫 방송의 문제점을 개선할 예정이다. MC의 역할에 있어서 좀 더 세밀하게 접근하고 경찰들이 활발히 이야기를 할 수 있도록 독려한다는 계획이다.
이경규는 첫 방송을 앞두고 진행된 기자간담회에서 “첫 녹화 후 오래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느꼈다”면서 “예전에는 프로그램 잘 되면 내가 잘 한 줄 알았는데, 끝나고 나서 생각해보니 PD들이 잘 했다는 생각이 든다. 연출력에 좌우가 되기 때문에, 이번에 제작진이 좋아서 잘 될 것 같은 생각이 든다”라고 말했다. 이 프로그램은 ‘아빠 어디가’를 연출한 김유곤 PD가 맡았으며, ‘무릎팍도사’의 성공을 이끌었던 박정규 CP가 기획을 책임지고 있다.
또 그는 “한 달 정도 해야 경찰들과 내가 하나가 될 것 같다”면서 “어려운 사건을 형사들과 어떻게 풀어내야 할지가 가장 큰 고민이다. 그 사건으로 피해를 겪은 분도 계신데 사건으로 웃기는 것도 어려운 일이다. 그렇다고 웃음을 빼면 재미가 또 떨어진다. 그 중간에서 힘든 부분이 있다”라고 고민을 털어놨다. 이경규가 사건의 핵심을 짚으면서도 너무 무겁지 않게 유쾌한 분위기를 이끌어가는데 있어서 진행 방식을 고민하고 있는 것.
그야말로 살아 있는 ‘예능 전설’인 이경규가 프로그램의 발전 가능성을 보고 변화의 그림을 그리고 있는 것. ‘경찰청 사람들’이 첫 방송의 아쉬움을 딛고 첫 술에 배부를 수 없다는 말처럼 시행착오를 거치며 안방극장의 입맛을 사로잡을 수 있을지 조금 더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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