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 개그 트리오 옹달샘은 웃겼다. 막말 논란으로 호되게 채찍질을 맞았던 옹달샘 멤버들이 ‘나를 돌아봐’에 정상적으로 출연해 웃음을 안겼다. 이제 남은 일은 진심 어린 사죄의 뜻을 가슴 한 켠에 늘 남겨두며, 지킬 것은 지키는 웃음을 만들어가는 행보일 테다. ‘매너가 사람을 만든다’는 말처럼 웃음 제조에도 기본적인 예의는 있다.
옹달샘 멤버 유세윤, 장동민, 유상무는 지난 1일 방송된 KBS 2TV 파일럿 예능프로그램 ‘나를 돌아봐’에서 큰 편집 없이 정상적으로 출연했다. 이 프로그램은 역지사지의 마음으로 타인의 마음을 헤아리는 리얼리티 프로그램이다.
장동민은 김수미의 일일 매니저를 하고 있다. 유세윤과 유상무는 번갈아가면서 서로의 ‘몸종’ 역할을 수행 중이다. 이경규는 조영남의 일일 매니저다. 사실 이 프로그램은 두 명의 출연자가 역지사지의 마음을 품어본다는 구성 아래 개성 강한 이들이 함께 시간을 보내면서 재밌는 웃음 조합을 만들고 있다.
옹달샘 멤버가 전원 출연하는 까닭에 최근 불거진 막말 논란만 아니었으면 상당히 큰 파괴력을 자랑했을 프로그램이다. 그래서 파일럿 4회 방송을 마친 후 정규 편성이 된다면 더 큰 재미를 선사할 것으로 기대된다. 무거운 생각 없이 가볍게 보면서 웃을 수 있는 구성이다.
이 프로그램의 웃음 중심에는 옹달샘이 있다. 절친한 까닭에 서로에게 밉상 행동을 하는 유세윤과 유상무, 평소 남부럽지 않은 성질부리는 캐릭터인데 김수미 앞에서는 순한 양 같은 장동민의 행동이 웃음을 자아낸다. 김수미의 온갖 짜증과 구박, 심부름을 견디는 장동민의 바빠서 처량하기 그지없는 일과가 ‘나를 돌아봐’의 가장 큰 웃음 지점이다. 1일 방송에서도 ‘장동민의 운수 더러운 날’이라는 명명이 어울릴 정도다. 장동민은 김수미의 부름에 정신없이 뛰어다니고, 우동을 엎어 옷을 버리며, 심지어 원숭이 오줌까지 맞는 불운으로 울상을 지었다.
장동민의 측은하게 보이는 행동에도 꿋꿋하게 부려먹는 김수미의 올곧은 심지가 막무가내로 보이던 장동민을 호감으로 바꾸는 요소이기도 했다. 장동민과 같이 악역 캐릭터는 당해야 재밌다. 이 방송을 보면 웃기기 위해 큰 실수였던 막말을 한 개그맨이긴 해도 인간적으로 나쁜 사람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기 때문. 막말 파문이 아니었어도 워낙 센 캐릭터였기에 더 센 내공을 가진 김수미에게 당하기 좋게 판을 깔아놓은 제작진의 선택은 현명했던 셈이다.
유세윤과 유상무도 마찬가지다. 장난스럽게 서로를 괴롭히는 일과 속에서 장난이 상처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는 반성이 곁들어지기도 했다. 평소 다소 가볍고 거친 언행으로 결국 데뷔 후 최대 위기에 놓인 이들이 프로그램 제목대로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을 가졌다. 이는 시청자들에게 웃음을 안기는 동시에 이들에 대한 날선 시선을 조금은 거두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물론 여전히 그들을 불편해하는 이들도 많지만 ‘돼먹지 못한 방법’으로 웃겼던 이들에게 ‘진짜 사람이 돼 웃기길’ 바라는 이들이 더 많아 보인다.
사실 옹달샘 멤버들의 막말 논란은 삼풍백화점 붕괴사고 피해자와 관련된 발언으로 걷잡을 수 없이 부정적인 여론으로 흘러갔다. 이들은 기자회견을 자처해 피해자와 자신들의 경솔한 발언으로 상처를 입은 모든 이들에게 진심을 다해 사과했다. 사죄와 사과, 반성이라는 말을 반복하며 고개를 숙였다. 누군가는 이들의 반성에 진정성이 없다고 폄하했지만, 더 이상 어떤 사과를 해야 받아들일 수 있느냐는 의견도 설득력이 있었다. 너무 심한 마녀사냥을 경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발생했다.
그러니 진짜 중요한 것은 이제부터인 셈이다. 반성의 시간을 갖고 피해자가 받아줄 때까지 사과를 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한 이상, 진정성 있는 행동이 필요하다. 웃기려고 소수자와 약자에 대한 무차별적인 언어폭력을 휘둘렀던 이들이 혹독한 시련을 겪은 만큼 앞으로 웃음 형성 과정에서 신중한 고민과 행동이 필요하다. 스스로 참회의 시간을 갖겠다고 말한 만큼 두 번의 실수는 없어야 할 터다. 옹달샘을 보며 신나게 웃었던 많은 이들, 혹은 막말로 불편했던 모든 이들에게 다시 웃음 선물을 해야 할 막중한 책임이 생겼다. 제 2의 데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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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돌아봐’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