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성한 작가가 생명 경시 사상으로 보일 수밖에 없는 전개로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극중 인물의 자살 여부를 두고 ‘낚시질’을 하는 것부터 사람이 죽은 후 충격에 빠질만한 상황에서 끊임없이 음식 먹는 장면을 배치했다. 마치 죽음을 축제마냥 여기는 비윤리적이고 볼썽사나운 전개를 펼쳤다.
지난 1일 방송된 MBC 일일드라마 ‘압구정백야’ 139회는 백야(박하나 분)가 유서를 남기고 실종된 가운데, 그가 자살을 했는지 아니면 살아 있는지 알 수 없는 질질 끄는 전개가 그려졌다. 벌써 3회째 백야는 죽었는지 살았는지 생사를 알 수 없다.
다만 백야의 주변 인물들이 끊임없이 눈물을 짓는 일이 반복되고 있는 중이다. 사람의 죽음을 두고 흥미를 자극하는 전개를 벌이는 것도 어이가 없는데 이 드라마에 만연한 생명 경시 사상이 시청자들을 분노하게 했다.
바로 백야가 죽은 와중에 ‘산 사람은 살아야 하지 않겠느냐’라는 의지를 담은 식사 장면이 여러차례 펼쳐진 것. 식당에 가서 해물탕을 3인분 주문하고, 짜장면을 먹는 사람들이 인상 강하게 담겼다. 또한 참외를 먹으면서 씨를 먹느냐 안 먹느냐를 물어보고, 연인의 죽음 혹은 실종으로 슬퍼하는 장화엄(강은탁 분)에게 초밥을 먹으라고 포장해 온 사람도 있었다. 임성한 작가는 자신의 작품에서 음식을 통해 인성을 표현하고, 음식을 통해 자신의 요상한 가치관을 강요해왔다. 그의 머릿속에 강력하게 박혀 있는 운명론과 내세론 역시 음식으로 표현되고 있다.
백야가 죽었다고 생각해 오열하는 이들 중 일부가 음식을 먹고, 다른 사람은 입에 대지도 못하는 장면을 3차례나 집어넣은 것은 의도가 있는 것. 보통 드라마는 사랑하는 이가 죽었을 때 식음을 전폐하는 그림을 삽입하는데, 임성한 작가는 한 회에 3차례나 먹어대며 노골적인 생명 경시 사상을 드러냈다.
심지어 다른 드라마라면 보통 죽을 먹는다. 물론 주변 사람이 세상을 떠났다고 해서 밥을 챙겨먹지 않는 것도 문제가 있겠다. 그래도 30분가량의 방송 시간 동안, 음식 먹는 장면을 세 차례나 집어넣은 것은 단순히 살기 위해 먹는 것이라는 의미를 넘어섰다.
내세론을 설파하느라 생명 존중과는 거리가 먼 행보를 보여왔던 까닭에 이날 방송에서 맛있는 음식들이 이어지는 장면은 불쾌하기 짝이 없었던 것. 서은하(이보희 분)가 아들 조나단(김민수 분)이 죽은 후 방귀를 뀌며 ‘속이 다 시원하다’는 의미를 전달했던 것과 같은 맥락이기 때문이다.
현재의 살고 있는 세상을 떠나는 것에 큰 의미를 부여하지 말라는 가치관은 이 드라마가 가족 드라마 시간대에 방송된다는 것을 감안하면 참 무책임한 처사가 아닐 수 없다. 그래서 임성한 작가와 현재까지는 그의 은퇴작이 될 가능성이 있는 ‘압구정백야’는 오늘도 욕을 한바가지 먹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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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압구정백야’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