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이나타운’ 김고은 “포기한 비주얼, 의외로 예쁘게 나왔다” [인터뷰①]
OSEN 김윤지 기자
발행 2015.05.02 10: 46

곱다. 배우 김고은은 ‘예쁘다’는 표현보다, 이름 그대로 곱다는 표현이 더 잘 어울린다. 하얗고 말간 얼굴로 배시시 웃을 땐 수줍음 많은 소녀였고, 장난기 섞인 말투와 들뜬 목소리로 좋아하는 이야깃거리를 말할 땐 발랄함이 묻어났다. 몸짓에서 느껴지는 풍성한 표현력이, 그가 왜 충무로가 주목하는 20대 여배우인지 알 수 있었다.
김고은은 3년 전 영화 ‘은교’로 데뷔했다. 순수와 관능을 오가는 여고생 은교 역을 마치 맞춤옷처럼 자연스럽게 소화했다. 가녀린 그가 얼마나 강한 폭발력을 지녔는지 말해준 작품이었다. 덕분에 그해 신인여우상을 휩쓸었다. 이후에도 ‘몬스터’(2014), ‘협녀’ 등 도전은 계속됐다. 하지만 ‘몬스터’는 흥행에 실패했고, 당초 올 초 개봉 예정이었던 ‘협녀’는 개봉이 지연됐다. 그의 존재감이 흐릿해질 때쯤, ‘차이나타운’(감독 한준희, 제작 폴룩스픽쳐스)이 등장했다.
지난달 29일 개봉한 ‘차이나타운’은 태어나자마자 지하철 10번 보관함에 버려진 소녀 일영(김고은)과 그를 키우는 사채업자 엄마(김혜수)의 이야기다. 김혜수는 몇 마디 되지 않는 대사로 강렬한 카리스마를 내뿜는다면, 김고은은 특유의 유연함과 섬세함으로 캐릭터의 성장을 그려낸다. 이처럼 두 사람의 상반된 기질은 만들어 내는 시너지는 상당하다. 엄마와 일영의 아슬아슬한 관계를 끝까지 흥미롭게 끌고 간다. 특히 마지막 장면의 흡입력이 상당하다. 

 
엄마와 일영의 사이를 뒤흔든 이는 그들 영역 밖에 있는 남자였다. 일영은 평소처럼 채무자와 그의 가족을 찾아 위협을 일삼는데, 기가 죽기는커녕 살갑게 구는 또래 석현(박보검)을 만난다. 석현이 안기는 따뜻함은 일영에게 있어 생애 최초의 감정이었다. 김고은은 “친절함의 세계가 낯설었을 것”이라고 풀이했다. 평범한 남녀 관계였다면 시쳇말로 ‘썸’이겠지만, 그런 감정 자체를 모르는 일영에게 석현은 의아한 인물이라고 했다.
“일영은 석현을 지켜주고 싶은 마음이 들었을 거예요. 눈앞에서 사람이 죽어도 놀라지 않을 일영이지만, 석현만은 무사하길 바라죠. 어떻게 보면 일영은 순수한 아이예요. 석현에 대한 감정 또한 그 나이 또래에 충분히 가질 수 있는 아주 사소한 동요와 감정이죠. 그 뒤에는 가혹한 처벌이 따르죠. 그것이 그들 세계의 방식이에요. 무엇이 옳고 그른지 쉽게 판단할 수 없어요. 하지만 연민이 느껴졌어요.”
일영은 끊임없이 담배를 핀다. 아역으로 성인이 된 후 첫 등장부터 담배를 입에 물고 있다. 준비 단계에서 제작진과 상의를 하며 장면을 꼼꼼히 따져 흡연신을 배치했다. 그럼에도 흡연하는 장면이 꽤 많이 등장한다. 컷마다 담배 연기를 빨아들여야 했다는 뜻이기도 했다. 아무래도 배우에게는 고역이었다. 김고은은 “죽을 뻔 했다”며 너스레를 떨었다. 이내 “처음에 힘들었지만, 나중엔 요령이 생겼다”고 덧붙였다.
극중 김고은은 거의 화장기 없는 수수한 얼굴로 나온다. 주근깨와 기미, 피로로 가득한 엄마와 대비를 이루며, 그의 젊음과 연약함을 드러낸다. 동시에 한참 외모를 꾸미는 또래 소녀들과 다른 세상에 살고 있는 동떨어짐을 말해준다. 이에 김고은은 “비주얼은 포기하고 갔다”며 “하지만 화면으로 보니 의외로 예쁘게 나왔다. 그래서 만족스러웠다. 나중에 촬영감독님에게 감사의 악수를 건넸다”며 유쾌하게 웃었다. 
“이제 일상적인 캐릭터를 하고 싶어요. 작품이 끝난 후 그 감정 때문에 힘든 적이 없었는데, 이번에는 ‘차이나타운’이 끝나고 감정이 좋지 않았어요. 소진된 느낌이 들어 무기력해지고 지쳤죠. 하루 종일 누워서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은 시간이었어요. 이유를 도통 알 수 없어 혼란스러웠는데, 돌이켜 보니 짐작할 순 있어요.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는 걸 깨닫지 못할 만큼 둔한 성격인데, 지난 3년 동안 네 작품을 하면서 아무렇지도 않았던 게 더 이상했던 거예요.”
때문에 ‘차이나타운’ 촬영을 마친 올해 초에는 유난히 희고 깨끗한 피부가 망가졌단다. 원상 복구된 지금에서야 “피부의 소중함을 깨달았다”며 혀를 내밀며 웃어보였다.  ‘차이나타운’은 일영의 성장기인 동시에 김고은의 성장기였다. 힘들고 외로운 기억을 그는 아무렇지 않게 툭 꺼냈다. 여린 소녀와 같았지만, 속은 깊고 단단했다. 충무로가 끊임없이 그를 찾는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차기작도 이미 정해졌다. 윤여정과 호흡을 맞추는 창 감독의 ‘계춘할망’이다. 제주도에서 이달 촬영을 시작한다. “제주도를 기대하고 있다”며 신난 얼굴이었다. ‘차이나타운’이 오는 13일 개막하는 제 68회 칸국제영화제 비평가주간에 초청 받은 덕분에 칸 방문 가능성도 조금은 열려 있다.
“사실 한준희 감독님이 더 축하받을 일이기 때문에, ‘더 축하드린다’고 했어요. 평소에 꿈꾸던 영화제이니까 가보고 싶긴 해요. ‘나도 가도 되는 건가’ 싶은 마음에 감독님에게 살짝 눈치를 주기는 했어요.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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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경훈 기자 rumi@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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