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쪼개기] ‘나를 돌아봐’ 이경규·장동민 재발견, 욕먹어야 산다
OSEN 표재민 기자
발행 2015.05.02 10: 45

그래, 이경규와 장동민은 욕을 먹어야 했다. KBS 2TV 파일럿 예능프로그램 ‘나를 돌아봐’가 평소 독한 말을 내뱉는 것으로 웃음을 선사하는 이경규와 장동민이 호되게 당하는 처량한 모습으로 강한 재미를 선사하고 있다. 프로그램 제목대로 이들이 자신을 돌아볼 수 있도록 타인에게 당하기만 하는 구성은 시청자들을 포복절도하게 하는 동시에 호감도를 높이고 있다.
‘나를 돌아봐’는 KBS가 4부작으로 기획한 파일럿 예능프로그램이다. 시청자 반응에 따라 정규 편성을 결정 짓는 체계를 밟는데, 일단 분위기는 좋다. 보고 있다 보면 나도 모르게 박장대소를 하고 있는 모습을 발견하니 예능프로그램으로서의 소임은 다했다.
두 명의 출연자가 역지사지의 마음을 품어본다는 구성. 장동민은 대선배이자 욕쟁이 캐릭터의 독보적인 위치에 있는 김수미의 매니저가 됐다. 방송가의 유명한 ‘버럭 캐릭터 창시자’인 이경규는 자유로운 영혼으로서 어디로 튈지 몰라 당황스러운 조영남의 수발을 드느라 진땀을 빼는 중이다.

두 사람이 이 프로그램에서 하는 일은 뛰어다니고, 당황하는 일이 전부. 어쩌다 각각 김수미와 조영남에게 반기를 들었다가는 더 큰 화를 불러온다. 장동민은 김수미의 ‘폭풍 심부름’에 뛰어다니기 바쁘고, 이경규는 나이 50살에 밥을 먹다가도 남대문을 갔다가 상암 MBC를 찾아가야 하는 고충에 긴장을 잔뜩 했다.
행여나 길을 잃어 라디오 생방송에 늦을까 밥이 코로 들어가는지, 입으로 들어가는지 알 수 없는 가운데 조영남은 이경규를 시험에 들게 하는 발언들을 빵빵 터뜨린다. 그야말로 폭탄이 터지면 또 다른 곳에서 지뢰가 터지는 혼비백산의 하루를 보내고 있는 셈이다.
 
이쯤 되니 두 사람이 처량하게 보이기도 한다. 워낙 다른 프로그램에서는 불호령을 떨어뜨리는 일을 주도하는 사람들인데, 이들보다 더 센 ‘대마왕’이 행차하니 그야말로 ‘깨갱’하는 강아지와 다름 없다. 여기에서 ‘나를 돌아봐’의 재미 요소가 발현된다. 타인을 통해 자아를 성찰한다는 기획의도 아래 평소 자신의 행동을 돌아보는 시간이 되는 과정. 이런 반성의 시간들은 이경규와 장동민을 다시 바라보게 만든다. 대리만족의 통쾌하면서도 어쩐지 불쌍해 감싸주고 싶은 마력이 생긴다. 
예능에서 재미를 위해 독설을 내뱉지만 김수미와 조영남에게 당하는 과정에서 보이는 인간적인 매력이 상당한 것. 괜히 주눅이 든 모습에 응원을 보내고 싶고, 간간히 반격을 가하기도 하지만 돌아오는 것은 ‘맹비난’이라니. 시청자들이 웃지 않고 버틸 수가 없는 것. 동시에 두 사람에 대한 호감도가 상승하고 있다. ‘웃기기 위해 강하게 말할 뿐이지 세상 나쁜 사람은 아니’라는 인식이 생기게 하기 때문. 
‘나를 돌아봐’는 파일럿 방송 종영까지 단 1회만 남았다. 정규 편성이 된다면 상대적으로 시선이 가지 않는 유세윤과 유상무에게 새로운 짝을 찾아준다든지 출연자 조합을 새로 짜고 자막을 좀 더 정교하게 만들 필요가 있어 보인다. 일단 호평 속에 방송이 되고 있는 ‘나를 돌아봐’가 이경규와 장동민의 재발견 외에 또 다른 수확을 거둘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jmpyo@osen.co.kr
'나를 돌아봐' 방송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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