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2TV 예능프로그램 ‘인간의 조건’ 시즌2(이하 ‘인간의 조건2’)가 2일 종영을 앞두고 있다. 시즌1과의 차별화를 앞세우며 당당하게 입성했던 이 프로그램은 17회 만에 아쉽게 막을 내리게 됐다. 2%대까지 내려간 초라한 시청률 성적표와 함께다.
‘인간의 조건2’는 그간 배우 편이라는 부제를 달고 배우 윤상현, 허태희, 봉태규, 현우, 김재영, 그리고 은지원이 출연했다. 시즌2의 조건은 자가용, 인터넷, 돈, 쓰레기, 휴대폰 없이 사는 ‘오無 라이프’ 미션. 배우로 구성된 ‘인간의 조건2’ 멤버들은 파주의 황토집이라는 제한된 공간을 선택, 미션에 오롯이 몰입하며 시즌1과 다른 그림을 그려왔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시청자들은 시즌1과 다른 그림인 시즌2를 외면했다. 사실 다른 점 때문이라기보다는 시즌1만큼의 재미를 주지 못한 이유가 컸다. 시즌1의 경우에는 개그맨들이 출연진의 대부분이라 시끌시끌한 분위기 속 활기찬 에너지를 전하며 호응을 얻었었다. 하지만 시즌2에서는 은지원이나 허태희를 제외하고는 예능에 익숙하지 않은 배우들이 출연했고, 이들이 활약은 ‘잔재미’ 이상을 보여주지 못했다. 밋밋한 감이 없지 않아 있었다.
배우들이 출연하는 예능 프로그램이 언제나 재미가 없는 것은 아니다. MBC ‘나 혼자 산다’의 경우를 보더라도 늘 인기를 끌었던 멤버들은 예능인이 아닌 배우들이었다. 여기서 한 가지 지적할 수 있는 점은 ‘인간의 조건2’가 가졌던 공간의 한계다.
시즌2는 배경으로 서울 근교의 한 황토집을 선택, 2박3일간 폐쇄적인 공간에서 멤버들이 엎치락뒤치락 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그러다보니 시즌1에서 볼 수 있었던 멤버들의 자연스러운 일상은 부재했고, 재미는 반감됐다. 물론 마을 사람들과 소통도 있었고, 간혹 멤버들의 일상 공간이 나오기도 했지만 이는 스쳐지나가는 정도였다. 멤버들끼리 불꽃 튀는 예능감을 만들어 내지 못하는 상황이라면 오히려 이들의 일상을 자연스럽게 비쳐주는 편을 택하는 게 안전했을 것이다.
또 하나 ‘인간의 조건2’의 아쉬운 점으로 지적되는 것은 체험주제가 명확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이번 시즌2에서는 자가용, 인터넷, 돈, 쓰레기, 휴대폰 없이 사는 ‘5無라이프’가 기본적인 설정이었고, 2-3회마다 한 가지 조건이 더 추가됐다. 그러나 황토집이라는 제한된 공간에 있었기에 멤버들은 일상에서보다 특별한 불편함을 느끼지 못하는 모습이었고, 사실상 미션의 의미가 유명무실했다. 앞서 말한 공간의 한계와도 연결되는 이 문제점은 현대인의 생활과 떼려야 뗄 수 없는 휴대폰, 인터넷 등이 없을 때의 불편함을 현실감 있게 그려냈던 지난 시즌과 비교되는 것이었다.
결국 시즌1의 영광을 되찾기 위해 시작된 시즌2는 본전도 찾지 못한 모습으로 아쉬움을 줬다. 이날 오후 종영하는 이 프로그램이 유종의 미를 거두고 다음주부터 새롭게 시작하는 시즌3에 힘을 실어줄 수 있을지 기대감을 모은다.
한편 ‘인간의 조건3’는 각종 예능프로그램에서 물오른 입담을 뽐내는 윤종신을 필두로, 가수 조정치, '인간의 조건' 시즌1을 이끌던 원년멤버 정태호와 '개그콘서트'에서 큰 웃음을 선사하는 박성광, 인기 셰프 최현석, 정창욱 등이 출연한다. ‘도시에서 농부되기’를 콘셉트로 하며 오는 9일 첫 방송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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