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인 유재석이 곧 ‘무한도전’이다. 그가 무인도 생고생에서 또 한 번 빛나는 리더십을 보여줬다. ‘무한도전’ 방송 10년 동안 나이는 들었지만 노력형 자기관리로 좋아진 체력으로 험난한 일을 자처했다. ‘무한도전’ 방송 10주년을 이끈 유재석의 리더십이 무인도 특집에서 더 발현됐다.
2일 방송된 MBC 예능프로그램 ‘무한도전’은 10주년 생일을 맞아, 시청자가 다시 보고 싶은 특집으로 꼽힌 ‘무인도 2015’ 2탄이 공개됐다. 무인도 특집은 방송 초기 고된 육체노동을 하던 멤버들의 모습이 상기됐다. 양복과 불편한 구두를 신고 멤버들은 땀을 뻘뻘 흘렸다.
이날 멤버들은 제작진이 높은 곳에 인공적으로 달아놓은 코코넛만 있는 무인도에 남겨져 24시간 동안 사투를 벌였다. 다른 멤버들이 밧줄을 제대로 타지 못한 가운데, 유재석만 홀로 밧줄을 타며 멋있는 타잔의 모습을 보여줬다. 사실 코코넛안에는 먹물이 담겨 있었다. 몸도 마음도 만신창이가 됐다.
특히 유재석은 6m 위에 설치된 코코넛을 획득하는데 성공하며 그간의 자기관리를 엿볼 수 있었다. 10년 전 나무를 타지 못했던 그는 밧줄을 힘껏 탈 수 있는 체력을 갖추고 있었다. 다른 멤버들이 10년간 변한 게 없다고 자조할 때, 유재석은 10년 전 젊었을 때보다 좋은 체력으로 모두를 놀라게 했다. 평소 운동을 열심히 하며 방송 활동을 오래할 수 있도록 발판을 마련하고 있는 그의 능력이 10주년 특집인 무인도 특집에서도 엿볼 수 있었다.
이날 유재석은 짜장 라면이 끓는 사이에 멤버들과 함께 먹기 위해 보말을 채취했다. 힘든 무인도 생존기에서 그는 생존을 위해 중심을 잡았다. 탈출을 꿈꾸며 열악한 상황을 벗어나고자 할 때도 유재석은 포기하지 않았다. 모두들 비관적인 말을 할 때 할 수 있다면서 쉬지 않고 도전했다. 배를 만들어 탈출용 뗏목을 만드는데 앞장섰다. 그의 움직임 하나하나가 무한도전이었다. 이날 무인도 특집은 그 어느 때보다 리더 유재석의 감동적인 행보가 빛난 순간이었다.
한편 원조 무인도 특집에서 인간 사다리를 만들었던 ‘무한도전’은 이날 역시도 서로의 신체에 기대 사다리를 만들었다. 절로 곡소리가 나올 정도로 쉽지 않았다. 정형돈은 인간 사다리를 만들어 코코넛을 따려다가 실패한 후 “왜 이래야 하는데”라고 소리를 질렀다. 이어 정형돈은 “솔직히 못 살리겠어. 예전 같지 않다”라고 털어놨다. 하하 역시 “예전 것 그냥 봐라”라고 덧붙이며 과거 인기 있었던 특집을 재현하는 게 쉽지 않다고 말했다.
제작진은 멤버들에게 하늘에서 음식을 떨어뜨렸다. 멤버들은 찍찍이 장갑을 낀 채 음식을 받아서 먹기 위해 뛰어다녔다. 초창기 제작진이 건네주는 음식 하나에 죽기 살기로 덤비던 모습이 떠올랐다. 카메라가 달려 있는 무선 항공기인 드론에서 떨어지는 음식을 먹겠다고 입을 벌린 후 처절하게 사투를 벌였다. 케이크와 홍시를 먹겠다고 죽자 살자 달려들었다.
이 프로그램은 초기 평균 이하의 남자들이 벌이는 처절한 생존기가 재미를 선사했다. 이번 무인도 특집은 초창기의 모습을 보는 듯 했다. 그 사이 ‘무한도전’은 큰 영향력이 있는 ‘공룡 예능’이 됐고 출연자들은 톱스타가 됐지만 그래도 무인도 특집은 10년 전의 ‘B급 유머’가 난무하던 추억을 되새기게 했다. 굳이 10주년에 힘든 고생 카드를 꺼낸 것은 이유가 있었다. 10주년을 기점으로 향후 10년도 이제껏 달려온 것처럼 가열차게 달려가겠다는 의미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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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한도전’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