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저께TV] '무도', 무인도서 변한 점과 안변한 점
OSEN 이혜린 기자
발행 2015.05.03 07: 01

MBC '무한도전'은 변한듯 변하지 않았다.
높은 인기와 거친 풍파를 거치면서 좀 변할 법도 하지만 멤버들은 여전히 먹을 것 하나로 아웅다웅 싸웠고, 그래서 다 함께 힘을 모으는 장면에선 더욱 감동이 셌다.
지난 2일 방송된 '무한도전' 무인도 특집 2탄은 이같이 안변해서 더 감동적으로 변한 '무한도전'의 매력이 십분 발휘됐다.

제작진은 무인도라는 극단적인 상황에서 코코넛과 아이스크림 등 먹을 것을 매우 제한적으로 제공하며 멤버들의 헝그리 정신을 끌어냈다.
저질체력부터 틈만 나면 치고 올라오는 이기주의는 10년전과 똑같았다. 공중에 매달린 코코넛을 따기 위해 밧줄을 타고 올라가야 했는데, 멤버들 대부분은 조금도 올라가지 못한 채 저질 체력을 토로해야 했다. 뒷일은 생각안하고 서로를 골려주는 데에 집중하는 멤버들은 추운 날씨에도 먹물을 뒤집어 쓰며 낄낄댔다.
코코넛이 매우 간절해지자 이들은 서로 몸을 뭉개며 인간 사다리도 만들었는데, 민망한 자세만 거듭하게 될 뿐 소득은 없었다.
그래도 변한 게 있다면 유재석이었다. 유재석은 꾸준한 운동으로 꽤 탄탄한 몸을 갖게 됐다. 줄을 타고 올라가 코코넛 두개를 따는 데 성공할 땐, '무한도전'의 초심을 잃은 게 아닌가 의심이 가기도 한 상황. 그러나 높은 위치를 무서워하고 먹물을 뒤집어쓰고 짜증을 내는 그의 모습 또한 10년 전과 다를 게 없었다.
멤버들의 화합을 방해하며 이기주의를 끌어내는 제작진의 방식도 변하지 않았다. 드론이라는 '첨단장비'를 활용하긴 했으나 공중에서 무른 음식을 투하시켜 멤버들을 갈등케 하는 노림수는 여전했다.
멤버들은 땅에 떨어진 홍시를 핥아먹는가 하면, 서로 자기 얼굴에 음식이 떨어지게 하려고 밀고 또 밀었다. 유재석의 얼굴에 묻은 아이스크림을 핥기 위해 정형돈과 하하가 혀를 내밀고 달려드는 장면은 '무한도전'이 아니면 용납되기 어려운 장면이기도 했다.
멤버간 옥신각신은 여전했지만 철이 좀 들긴 했다. 멤버들이 변했음을 보여주는 가장 결정적인 장면은 가까스로 끓인 라면 하나를 나눠 먹었을 때다. 보말을 따러 유재석이 자리를 비운 사이 멤버들은 짜장 라면을 하나 끓이는데 성공하는데, 의리 게임을 하면서도 다음 주자를 위해 라면을 남겨주는 장면으로 사뭇 다른 그림을 만들어냈다.
물론 서로 조금이라도 더 먹으려는 술수와 남이 조금이라도 더 먹을까봐 견제에 들어가는 모습은 웃음을 자아냈지만, 어쨌든 유재석이 도착했을 때 라면은 충분한 한 입이 남아있었다.
피도 눈물도 없었던 예전과는 다소 달라지나 싶었지만, 결국 딱 한 입이 남았을 땐 멤버들 모두 이성을 잃고 싸우고 말았다.
제작진은 변하지 않고자 하는 마음이 감동적이었다. 마지막 미션은 배가 있는 200미터 지점까지 헤엄을 쳐서 섬을 탈출하라는 것. 멤버들은 뗏목을 만들어 바다에 빠지는 고생을 했지만, 거센 파도에 조금도 나아가지 못했다.
모두가 각자 가정을 책임지는 30~40대 남자들이 된 이들은 말도 안되는 미션에 툴툴대면서도 또 금세 무인도에 적응해 불을 피우고 몸을 말렸다. 김태호 PD는 이들에게 "사실 방금은 만조때라 뗏목으로 나갈 수 없었다. 불가능한 도전이었지만, 오랜만에 무모한 도전을 보고 싶었다"며 무인도 탈출을 도왔다.
돌아오는 배에서 멤버들은 그토록 더 먹고 싶었던 짜장라면을 공급받았다. 라면을 여유있고 행복하게 나눠 먹는 모습은 '무한도전' 스럽지 않았지만, 10주년이었기에 남다른 뭉클함을 선사했다.
rinny@osen.co.kr
'무한도전' 캡처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