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산도 변한다는 10년, 곧 폐지될 것 같았던 프로그램이 버텨온 시간이었다. ‘무한도전’은 최고의 자리에 올랐고 지금도 그렇다. 멤버들은 말 한 마디가 파장을 일으키는 톱스타가 됐고, 프로그램은 문화의 흐름도 바꾸는 막강한 영향력을 갖추게 됐다. 그래도 변하지 않은 게 있다면 이들이 끊임없이 도전을 한다는 것. 10살 생일상 대신에 무인도에서 사투를 벌인 ‘무한도전’의 10년 방송의 저력은 여기에 있다.
MBC 예능프로그램 ‘무한도전’이 지난 2일 10주년을 되돌아보는 시간으로 무인도 도전을 택했다. 같은 그림을 보여주는 것을 극도로 싫어하는 이 프로그램이 대놓고 ‘재탕’을 준비한 이유가 있었다. 지난 10년을 추억하고 앞으로의 10년을 기약하는데 있어서 생고생이 가능한 무인도는 적격이었다.
2005년 4월 23일 첫 방송을 한 이래 꼬박 10년의 세월이 흘렀다. 소소한 자축의 시간을 가진 이들이 향한 곳은 사람이 살지 않는 무인도. 이들은 그 곳에서 8년 전 태국의 엘리도에서 처절한 생존기를 보여줬던 것을 재현했다. 멤버들은 나이를 먹었고, 체력은 떨어졌지만 여전히 제작진은 독했다. 하늘에서 떨어뜨리는 음식을 받아먹겠다고 아등바등하고, 짜장 라면 하나를 가지고 나눠 먹으며 험난한 하루를 보냈다.
도전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고 촬영 종료를 외치는 김태호 PD의 말 한 마디는 이 프로그램이 10년간 방송할 수 있었던 무시무시한 힘을 엿보는 순간이었다. 언제나 무모한 도전을 하고 있지만 최고의 인기를 누리는 탓에 그 진정성이 의심받는 일이 많은 프로그램. 유재석은 이날 무인도를 떠나는 배에서 의미심장한 각오를 표현했다.
“앞으로의 10년을 맞는 첫 회다. 새로운 마음으로 하겠다. 큰 웃음 드리도록 노력하겠다”는 유재석의 우렁찬 진심은 지난 10년 한 자리에 버텼던 ‘무한도전’의 힘이자, 앞으로의 10년이 큰 무리가 없을 것이라는 믿음을 갖게 했다.
무인도 특집은 유쾌함이 넘친 특집은 아니었다. 누군가는 재미 없었다고 할 수도 있겠다. 그래도 평균 이하의 남자들이 매회 펼치는 도전으로 출발했던 지난날을 돌아보는 시간이었기에 의미가 있었다. 어설픈 뗏목으로 무인도 탈출을 꿈꾸다가 실패한 후 지난 10년을 회고하는 멤버들의 모습은 거창하게 자신들의 걸어온 길을 되돌아본 것도 아니었는데 뭉클했다.
별의 별 일이 많았다며, 지난 10년이 어떻게 흘러갔는지 모르겠다고 회상하는 유재석의 담담한 고백, 10년까지 방송을 할 줄 몰랐다며 감격스러워하는 정준하의 표정. 시리도록 아름다운 노을은 이들의 노력을 알기에 눈물이 핑 돌게 했다. 매회 새로운 특집을 만들어가며, 그리고 언제나 다른 예능프로그램이 가지 않았던 길을 가느라 굴곡이 많았던 프로그램이었다.
정상의 자리에 오른 후에는 누구보다 혹독한 시련을 겪었고, 그럼에도 도전을 멈추지 않아 또 다른 논란을 만들었다. 이들의 논란과 반성, 그리고 무리수와 성공은 도전의 결과물이었고 성장의 발판이었다. 그래서 이 프로그램을 사랑하는 이들은 마치 내 가족마냥 무한한 의리를 보여줬다. 시청자들의 높은 충성도, 그리고 이를 고맙게 여기는 제작진과 출연진의 진심은 시청자와 ‘무한도전’이 연대의식을 갖게 되는 비결이다.
‘무한도전’의 새로운 10년이 시작됐다. 지난 10년보다 재미 없다는 힐난을 받을 수도, 이제는 유종의 미를 거둬야 한다는 매도가 있을 수도 있을 터다. 단순히 재미가 없다는 이유 하나로 위기가 찾아왔다는 여론몰이 속에 방송을 해야 하는 날도 있을 터고, 진짜 프로그램 존폐 기로에 놓이는 순간도 있을 터다. 그럼에도 앞으로의 10년을 기대하는 것은 지난 10년간 이 프로그램을 통해 어지간히 웃었고 울었던 시청자들이 많았기 때문일 터다. 웃자고 만드는 예능인 ‘무한도전’에게 너무 많은 것을 기대하진 말기를. 지금처럼 간간히 웃음을 선물하고 간간히 감동을 안기면 그것만으로도 프로그램의 존재 이유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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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한도전’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