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 닮아가는 걸까. 아니면 상쇄작용이 있는 것이 분명하다. 확실히 유재석은 세졌고, 김구라는 순해졌다. 두 방송 고수가 서로의 성향에 맞춰가며 인상적인 앙상블을 선보이는 중. 앞서 이들이 SBS 새 예능프로그램 ‘동상이몽’을 진행한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불협화음을 전망했던 이들의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함께 방송하는 이들의 특성을 금방 파악하고 장점과 재미있는 포인트를 귀신같이 집어내는 것이 MC 유재석의 독보적인 능력. 여기에 내용을 종합하고 한 방향으로 화제를 이끌어내면서 방송을 정리 정돈하는 것이 스튜디오에서의 유재석 스타일이다. 그런데 ‘동상이몽’에서 김구라와 함께 하는 유재석은 좀 더 세진 느낌이다. 좀 더 과감하고, 솔직해진 느낌이랄까.
반면 김구라는 순해진 모양새다. 다방면에 해박한 지식과 날카로운 시선이 바탕이 된 촌철살인 입담으로 게스트들을 들었다놨다했던 그다. 누군가의 단점이나 약점을 유머러스하게 건드리며 그들을 무장해제하게 만드는 능력도 탁월하다. 그렇게 탄생한 스타도 여럿 있는 바. 그런 김구라인데, ‘동상이몽’에서는 확실히 유해진 모습이다. 자신의 과거를 고백하고, 반성하면서 출연자에게 진심어린 조언을 하는 모습은 MBC ‘라디오스타’나 JTBC ‘썰전’에서의 김구라와는 사뭇 다르게 따뜻하고 인간적이다.
지난 2일 오후 방송된 ‘동상이몽 괜찮아 괜찮아’에서는 이 같은 모습들이 도드라졌다. 이날 방송에는 입만 열면 욕을 하는 이연주 양과 그의 어머니가 출연해 고민을 나누고 상담을 받는 모습이 전파를 탔다.
유재석은 거침없었다. AOA 지민이 “욕을 안 하는 유재석 선배가 멋있어 보이기도 한다”고 말하자 “나는 사실 욕을 참 잘한다”며 “아주 기가막히게 한다”고 의외의 모습을 공개했다. 그는 “때와 장소를 가리는 것이다. 재미를 위해서만 한다. 사석에서 아주 차지게 한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김구라의 변화가 특히나 인상적. 고민 모녀의 이야기를 듣던 김구라는 그 누구보다 진심어리고 진정성 있는 충고를 건넸다. ‘욕의 대가’ 답게 실제 욕과 관련된 사연이 많은 그는 진지하게 욕을 하면 안 되는 이유를 하나하나 설명, 시선을 모았다.
그는 “내가 초등학교 3학년 때 교장 선생님에게 따귀를 맞았다. 쉽지 않지 않나”라면서 "어릴 때부터 욕을 많이 했다. 그러던 중에 친구랑 싸운 적이 있었는데 마침 지나가던 교장 선생님이 이 모습을 봤다. 이유를 묻기에 나도 모르게 ‘이 새끼가’라는 말이 나왔다. 그걸 들으신 선생님이 내 따귀를 떄리더라“며 ”그 정도로 욕은 습관이 돼 자기도 모르게 나올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지금부터라도 욕을 줄여야 된다“라고 말했다.
또 과거 했던 막말 라디오 때문에 많은 지탄을 받았던 것들을 언급하면서 욕의 심각성도 전했다. 그는 “사람들은 욕 한 마디를 듣고 그 사람을 판단해버린다. 나도 예전에 했던 욕 때문에 사람들은 내게 선입견을 가지고 있다”라면서 “사람들이 나를 향해 비난을 해도 나는 그저 수긍할 수밖에 없다. 내가 한 것이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어 “내가 아들 동현이한테 이야기를 한다. 유재석은 존경을 받지만 나는 그걸 포기했다고. 10년 전 했던 막말 때문에 사람들은 아직도 나를 욕한다”라며 “동현이는 다행히도 욕을 하지 않는다. 말을 조심한다”라고 전했다.
‘동사이몽’은 프로그램 특성상 다양한 가치관과 라이프 스타일을 가진 이들의 여러 가지 의견이 중요한 요소로 작용한다. 그렇기에 상반되는 스타일의 유재석과 김구라의 진행은 이 프로그램이 진행되는 핵심이기도 하다. 그런 두 사람이 묘한 ‘케미’를 선보이며 함께 호흡을 맞춰가는 중이다. 차츰 오르고 있는 시청률만큼이나, ‘동상이몽’의 미래는 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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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동상이몽’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