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그룹 레인보우의 멤버 고우리가 MBC 주말드라마 '여왕의 꽃'(극본 박현주, 연출 이대영)에서 활력소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분량은 적지만 적재적소에서 웃음을 안기거나 긴장감을 조성하고 있다는 평가다.
극중 고우리가 맡은 역할은 재준의 약혼녀 유라 역이다. 부족함 없이 사랑 받고 자란 그는 노는 것이 마냥 좋은 철부지다. 인철(이형철)과 혜진(장영남)에겐 사랑스러운 외동딸로, 부모에게 떠밀려 재벌가 차남 재준(윤박)과 결혼을 준비한다. 무식하고 생각이 깊지 않지만, 솔직한 모습 그대로가 그의 장점이다. 설정상 재준과 이솔(이성경)의 사이를 갈라놓는 훼방꾼이지만, 그보다는 두 사람 사이를 애틋하게 만드는 푼수에 가깝다.
그렇다. 재준과 이솔의 로맨스는 숱하게 반복된 전형적인 신데렐라 스토리다. 모든 것을 다 가진 남자는 가난하지만 긍정적인 여자에 빠져든다. 악연으로 시작된 만남부터 익숙하다. 남자는 사정이 넉넉지 않은 여자를 돕고, 그 과정에서 두 사람은 사랑하는 사이가 된다. 여기서 예상 가능한 인물이 등장한다. 이솔을 반대하는 재준의 어머니 희라(김미숙)다. 아니나 다를까 희라는 재준과 이솔의 결별을 종용하고, 재준은 여자를 위해 결별을 택한다.
클리셰(판에 박은 듯 한 문구나 진부한 표현)에 좀 더 가까워지려면 몇 가지 요소가 더 필요하다. 그중 하나가 남자주인공의 어머니를 동조하는 약혼녀 캐릭터다. 남자주인공에 상당한 집착을 보이고, 남자주인공의 어머니에 버금가는 악행을 저지르곤 한다. 그렇지만 유라는 이와는 거리가 멀다. 부모 말에 따라 신부 수업을 받는 것이지, 자신만의 생각은 없다. 재준에게 호감은 있지만, 그가 자신을 좋아하지 않는다는 것도 잘 알고 있다.
지난 3일 방송된 16회에서도 유라는 재준에게 중요한 정보를 전달했다. 두 사람의 약혼식장에 이솔이 등장하자 재준은 동요했다. 유라는 의아해 하며 희라가 유라를 해고시키려 했다고 말했다. 재준은 그제야 어머니 희라가 자신과의 약속을 지키지 않았음을 깨달았다. 유라의 무심한 행동이 재준의 결심을 흔들어 놓았다. 어떤 의도나 계략이 담긴 행동이 아니었다. 이런 백치미가 곧 유라였다.
고우리는 KBS 2TV 시트콤 '선녀가 필요해'(2012), SBS 드라마 '기분 좋은 날'(2014) 등을 통해 연기 활동을 꾸준히 이어오고 있다. 연기 경력이 많지 않지만, 톡톡 튀는 감초 연기를 무난히 소화하고 있다. 이제 반환점을 돈 '여왕의 꽃'에서 그의 역할도 좀 더 풍성해질 터. 배우 고우리의 활약이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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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왕의 꽃'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