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면가왕’ 첫 방송. 인상적인 장면이 있었다. EXID 멤버 솔지가 노래 부르는 모습을 보며 눈물을 흘리는 하니의 클로즈업 샷. 패널들은 “하니가 눈물을 흘리고 있다”고 말했고, 무대를 마친 솔지는 놀란 표정으로 “왜 우느냐”고 물었다. 하니의 말을 듣고는 솔지도 이내 눈시울을 붉혔다.
예상치 못한 감동이었다. 하니는 “언니가 너무 자랑스럽다”고 울음에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고, 솔지는 “하니야 울지 마”라고 다독였다. 본인도 울먹이고 있으면서 말이다. 그간 인정받지 못했던 설움과 이를 옆에서 함께 지켜본 멤버가 흘리는 뜨거운 눈물이었다.
‘복면가왕’ 참 의미가 드러난 순간이 아닌가. 뛰어난 실력을 가지고 있음에도 그간 빛을 보지 못하고 있던 설움의 참가자들을 양지로 끌어올려주는 것. 진짜 프로그램의 기획 의도는 여기서 나오는 감동일 것이다.
솔지는 그 첫 번째 주인공이었다. ‘복면가왕’이 설 연휴 파일럿으로 편성됐을 당시 출연해 압도적인 실력으로 우승을 거머쥐었다. 이후 그는 재조명 받았다. 그저 섹시 콘셉트의 걸그룹 멤버 중 한명으로 생각했던 솔지의 실력에 대중은 놀라움을 금치 못했고, 극찬들이 쏟아졌다. 여기에 그간 관심을 받지 못했다는 것에 대한 동정여론까지 더해지면서 반응은 폭발했다.
프로그램이 정규로 편성되고 첫 방송이 있었던 5일 ‘마리아’로 축하무대를 마친 솔지는 “할머니 할아버지도 알아봐주신다. 솔지 하면 ‘복면가왕’으로 알아봐 주시더라”고 말하며 만족스러워하는 모습을 보였다.
EXID는 사실 ‘복면가왕’이 가장 절실했던 팀이다. ‘위아래’의 역주행 열풍이 없었다면 이날 방송이 더욱 큰 의미가 있었겠지만, 어쩌다 얻어걸린 인기가 아니라는 것을 입증해 냈다는 것에 의미가 있다. 특히 솔지는 EXID가 수면으로 올라왔을 때도 예능 활동이 없었던 멤버라 주목 받지 못했기도 했던 터다.
솔지가 수혜자라는 것은 자명하지만, ‘복면가왕’도 솔지의 덕을 톡톡히 봤다. 이 같은 가수를 찾아내 무대에 올렸다는 것. 솔지를 통해 프로그램이 가진 진정성과 기획의도를 확실하게 보여줄 수 있었다.
이 프로그램이 정규편성 된 만큼 앞으로 ‘제2의 솔지’가 탄생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또 어떤 가수들이 설움을 딛고 일어나 대중 앞에 복면을 벗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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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제공. '복면가왕'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