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을’의 차례다. ‘풍문으로 들었소’ 유준상(한정호)의 비리와 노조 문제에 을들의 반란이 시작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갑의 횡포와 세태를 꼬집는 블랙코미디 장르의 드라마인 만큼 앞으로 펼쳐질 전개가 보는 이들에게 통쾌한 카타르시스를 선사할 전망.
한 가지 걱정이 되는 점은 갑의 위치에서 악역을 해줘야하는 유준상과 유호정이 밉지 않다는 점이다. 이들이 악독하고 꼴 보기 싫어야 당할 때의 통쾌함이 커질 텐데, 두 사람은 이상하도록 밉지 않다. 오히려 코믹하고 때로는 귀엽기까지 해 편을 들고 싶을 정도.
어찌됐건 유준상(한정호)는 이제 긴장을 해야 할 것 같다. 지난 4일 오후 방송된 SBS 월화드라마 ‘풍문으로 들었소’(극본 정성주, 연출 안판석) 21회에서는 한정호(유준상 분)의 아들 한인상(이준 분)이 그의 비리를 알게 되고, 또 집안의 가정부와 집사들 계약에 문제를 제기하는 모습이 그려졌다.
이날 인상은 친구인 장회장의 딸 장현수(정유진)에게 한송의 비리가 담긴 자료를 얻게 된다. 장현수는 “대산그룹이 해외계좌에 2000억 빼돌릴 때 한송이 수수료 20% 챙겼다더라”고 말하며 “우리 엄마가 너희 엄마 때문에 열 받은 날 말해준 것”이고 전했다.
이에 인상은 “한송도 해외계좌가 있단 말이냐”고 되물었고, 장현수는 “심지어 네 이름으로 신탁 방식으로 된 것도 있다”며 “난 엄마가 가끔 이런 말을 해준다. 너희 부모는 고상해서 이런 말 안 하시겠지만. (대산이) 월급은 안 주고 비자금 조성했다고 노조에서 고소했다더라”고 말하며 한송의 비리를 폭로했다.
또한 이날 박 집사(김학선 분), 이선숙 비서(서정연 분) 등은 정호네 집안과 사실상 백지 계약인 상태라는 사실에 혼란을 느끼며 불안해하기 시작했다. 최연희(유호정 분)의 섭정을 견디다 못한 선숙과 박집사는 다른 직원들과 함께 자신들의 근로계약서를 확인하기 위해 나섰다. 이들은 양재화(길해연 분)에게 전화를 걸어 “쌍방이 가져야 하는 계약서를 받지 못 했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재화는 “뭔가 조짐이 좋지 않다”고 여기며 유신영(백지원 분)을 찾았고, 유신영은 “계약 절차 상 문제는 없었다. 하지만 내용 자체를 문제 삼을 수는 있다. 그건 알아두라”고 경고했다. 박집사와 이선숙 등은 “난 원래 계약서 자체가 없었다. 선대 양반이 군대 문제도 해결해줬는데 그때 계약서 쓰자고 할 수 있나. 그때만 해도 그런 개념이 없었다”고 말하기도.
또한 선숙은 연희에게 “조금 더 구체적으로 했으면 좋겠다”며 간접적으로 두루뭉술한 계약관계에 대해 불편함을 드러냈다.
이들을 도와줄 사람은 작은 사모님 서봄(고아성 분)뿐이었다. 뼛속부터 귀족이 아닌, 서민 집안 출신이었기에 이들의 든든한 조력자자가 될 수 있었던 것. 한송의 비리까지 알게 된 그가 향후 어떤 행보를 보일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한편 '풍문으로 들었소'는 제왕적 권력을 누리며 부와 혈통의 세습을 꿈꾸는 대한민국 상류층의 속물의식을 꼬집는 블랙 코미디 드라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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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