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장고를 부탁해’의 이연복과 최현석 셰프가 영화 같은 대결을 펼쳤다. 두 사람의 요리 경력은 20여년의 차이가 있지만 모두 각자의 분야에서 고수로 인정받는 세프들인 만큼 이들의 대결은 그야말로 ‘레전드’라는 표현이 부족하지 않았다.
지난 4일 방송된 JTBC ‘냉장고를 부탁해’에서는 이연복과 최현석 셰프가 ‘니 요리가 뭐니?’라는 주제로 가수 양희은의 냉장고 속 재료를 사용해 새로운 요리를 선보이는 내용이 전파를 탔다. 이연복 셰프는 ‘연복쌈’을, 최현석 셰프는 ‘스푼 파스타’를 만들었다.
이연복과 최현석 셰프. 고수들의 만남만으로 기대를 모은 두 사람은 요리를 하면서도 상당한 긴장감을 형성하며 보는 이들의 심장을 쫄깃하게 했다. MC 정형돈이 두 사람의 대결을 ‘치킨게임’이라고 표현할 정도였다. 이들의 긴장감은 요리를 하면서 그대로 나타났다.
요리 시작 전 두 사람의 기싸움은 팽팽했다. 이연복 셰프는 요즘 직접 만들지 않는 ‘춘빙’을 손으로 만들겠다고 하자 최현석 셰프는 요리가 시작 전 “나는 최초로 거품을 한 번 빼보겠다”며 웃음기가 싹 가신 얼굴로 말했다. 그동안 허세와 장난기 가득한 모습으로 요리에 임했던 것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었다.
드디어 본격적인 대결에 앞서 최현석 셰프는 “내 주방 동료들은 지금 나를 보면 깜짝 놀랄 거다”고 말해 궁금증을 자아냈다. 요리할 때 소매를 걷지 않는 다는 것. 그러나 이날 최현석 셰프는 소매를 바싹 걷었다. ‘대가’ 이연복 셰프와의 대결이 그 정도로 긴장된다는 것. 최현석 셰프는 “이연복이라는 이름 석자 만으로 이렇게 긴장되는 건 처음인 것 같다. 최선을 다해보겠다”고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그간 누구와 만나도 항상 자신 있고 허세 가득했던 최현석 셰프은 없었다. 항상 대결이 시작되면 앞치마를 털고 매는 허세를 보여줬지만 이연복 셰프 앞에서는 빨리 앞치마를 매고 요리에 돌입했다.
이연복 셰프도 마찬가지였다. 중식칼로 화려한 칼놀림을 선보이며 감탄을 자아냈던 그도 춘빙을 반죽하다 손이 떨리는 모습을 보였고 재료손질을 하다 손을 베어 피까지 났다. 예상치 못했던 상황이었지만 요리를 멈출 수 없기에 이연복 셰프는 장갑을 낀 채 요리를 했다. 모두 긴장된 표정으로 말없이 숨죽여 두 사람의 요리대결을 지켜봤다. 상황을 중계해야 하는 김성주의 목소리만 들렸다.
15분이 지나고 이연복과 최현석 셰프는 악수를 했고 모두 기립해 박수를 보냈다. 대결의 우승은 이연복 셰프에게 돌아갔다. 최현석 셰프는 대가 이연복 셰프와 포옹한 것까지, 요리의 시작부터 끝까지 마치 한 편의 스릴 넘치는 영화를 본 듯한 느낌이었다. 대결만으로 스릴러 영화 못지않은 긴장감과 진한 감동을 선사했다. 두 사람의 대결은 ‘냉장고를 부탁해’의 레전드 편으로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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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TBC ‘냉장고를 부탁해’ 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