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썸남썸녀’에는 강제적인 사내 연애가 없다. 이른바 남녀간의 억지스러운 ‘러브라인’이 없고, 대신 서로의 짝을 찾아주기 위해 발벗고 나서는 동성 혹은 이성친구들이 있다. 진정성이 없어 보이게 하는 가장 강력한 ‘억지 러브라인’이 없으니 이 프로그램의 담백한 재미가 더 높아진다.
지난 5일 방송된 SBS 예능프로그램 ‘썸남썸녀’는 연애 문진표를 작성하는 스타들의 모습이 공개됐다. 이 프로그램은 스타들이 사랑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며 서로 조언하고 사랑을 찾기 위해 협력하는 과정을 담는다.
김정난·선우선·김지훈, 채정안·채연·윤소이, 심형탁·이수경·강균성·서인영이 한 집에 살면서 허심탄회한 이야기를 나누는 구성이다. 관찰 예능프로그램을 표방하고 있으며, 제작진의 개입을 최소화하고 있다. 보통 남녀 스타들이 연애를 주제로 하는 프로그램에 출연할 경우 생기는 식상한 불상사가 있다. 바로 뻔히 가상 연애라는 것을 다 아는데, 제작진과 출연진이 두 남녀 사이에 ‘뭔가가 있는 것처럼’ 만드는 일명 ‘억지 러브라인’이다.
그런데 이 프로그램은 일단 강제적인 사내 연애가 없다. 서로의 진정한 짝을 찾아주기 위해 마치 친구마냥, 친한 언니와 오빠마냥 오지랖을 떠는 이들만 있을 뿐이다. 왜 서로가 연애를 제대로 하지 못하는지에 대한 맹점을 찾아 꼬집기도 하고, 앞으로의 사랑을 찾아가는 과정에 있어서 좋은 방향으로의 선동도 있다. 그야말로 사랑을 꿈꾸되 사내 연애가 아닌 외부로 눈을 돌리는 과정 자체를 방송하며 시청자들에게 사랑과 연애에 대한 질문을 던지는 구성인 셈이다.
그래서 이 프로그램은 많은 젊은 남녀의 공감대를 자극한다. 가짜로 의심되는 상황이 없으니 카메라 안의 이야기이긴 해도 어느 정도의 진정성을 가진 진짜로 다가오게 만드는 힘이 있다. 스타들이 거침 없이 털어놓는 진솔한 고백들에 웃기도 하고, 가슴 뭉클한 순간을 맞이한다. 마치 동네 언니마냥 친근하게 농담을 할 줄 아는 채정안부터 다소 기가 세보이긴 하나 솔직하게 말해줘서 속시원한 구석이 있는 서인영, 똑부러져보이나 의외로 허당 매력이 있는 이수경까지 이 프로그램을 통해 색다른 시선으로 바라보게 하는 스타들이 있다.
진짜 남매처럼 서로의 연애를 걱정하고 투닥거려서 몰입도가 높은 김정난, 선우선, 김지훈과 세 여자의 끈끈한 우정의 중심에서 친화력을 발휘하는 채연, 기대 이상의 솔직한 면모를 보여주고 있는 심형탁과 윤소이, 엉뚱한 줄 알았지만 진지한 구석이 있는 강균성 등이 재발견되고 있다.
이들의 말 한 마디는 때론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들며, 때론 '맞아 맞아'를 연발하게 만든다. 개인의 취향과 가치관에 따라 공감이 되기도, 뭔가 아닌 듯 트집을 잡아 또 다른 이야기거리로 만드는 구성인 셈이다. 이게 바로 공감 있는 주제를 가진 프로그램이 시청자들을 끌어모으는 원천 기술이다. 이렇게 보면 '썸남썸녀'는 다른 프로그램과 차별점을 갖는 확연한 원천 기술이 있다.
사랑과 연애에 대해 가볍진 않아도 마냥 심각하게 다루지 않아 재밌는 ‘썸남썸녀’. 그리고 이 프로그램을 통해 가식 없는 모습으로 시청자들을 만나며 매력을 발산하는 스타들이 있어 화요일 밤 안방극장이 즐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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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썸남썸녀’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