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저께TV] ‘화정’ 남장 이연희, 미모 포기하길 잘했다
OSEN 표재민 기자
발행 2015.05.06 06: 48

배우 이연희가 ‘화정’에서 남장 여자가 주는 어색함 없이 비교적 안정적으로 안착했다. 얼굴에 잔뜩 검은 칠을 하고 등장한 이연희. 예쁜 외모가 극의 몰입을 방해하진 않았다.
이연희는 지난 5일 방송된 MBC 월화드라마 ‘화정’ 8회에서 본격적으로 등장했다. 그가 연기하는 정명공주는 조선의 공주이지만 목숨의 위협을 받은 후 일본으로 건너가 노예로 추락한 삶을 살고 있는 인물이다. 그가 역경을 딛고 반전을 꾀하는 일이 화려한 정치 속 군상을 담는 이 드라마의 빼놓을 수 없는 재미다. 
현재 정명은 신분을 숨긴 채 화이라는 이름으로 험한 유황광산에서 이를 악물고 버티고 있다. 7회 방송 말미에 살짝 등장했던 이연희는 8회부터 본격적으로 차승원과 함께 ‘화정’의 이야기 중심에 섰다. 여자라는 사실을 감추기 위해 남자 옷을 입고 머리도 덥수룩하게 묶은 이연희의 모습은 대표적인 미모의 배우라는 사실을 잠시 잊게 했다.

워낙 인형처럼 예쁜 얼굴이라 미모를 숨길 수는 없지만 예쁘장한 소년의 느낌을 만들어내는데 성공했다. 털털한 몸가짐과 평소보다 굵어진 목소리는 화이라는 남장 여자 노예와 잘 맞아떨어졌다. 자칫 남자로 보이기 위해 강한 어조를 택하고 부자연스러운 표정 연기를 할 수 있지만 이연희는 튀지 않았다. 남장 여자 연기가 겉돌지 않고 작품 속에 잘 스며들었다. 조선으로 돌아가겠다는 굳건한 의지, 그리고 불타오르는 복수심은 이연희의 얼굴에 신경을 쓸 틈을 만들지 않았다. 변화무쌍한 전개도 한 몫을 했다. 배우보다는 이야기에 집중하게 됐다.
이연희의 남장 여자 연기는 어찌 보면 도전이었다. 남장 여자는 ‘커피 프린스’ 윤은혜, ‘바람의 화원’ 문근영, ‘성균관 스캔들’ 박민영 등이 성공시킨 전례가 있다. 모두들 남장 여자를 훌륭히 소화하며 연기자로서의 전환점이 된 작품을 만들었다.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미모의 배우들이 제대로 연기를 소화하며 큰 인기를 누렸다. 그래서 더욱 부담감이 있었을 터다. 이연희에 앞서 연기한 배우들이 있기에, 남장 여자 연기가 더 이상 대중에게 신선하게 다가오지 않기 때문.
대신 이연희는 튀지 않는 무난함을 택했다. 목소리를 심하게 변조시키거나 표정을 과하게 만들지 않고 자연스럽게 안방극장에 녹아드는 전략을 펼치고 있다. 그는 이미 영화를 통해 한 차례 남장 여자를 도전하긴 했지만 시청자들의 평가가 즉각적으로 이뤄지는 드라마에서는 첫 발걸음을 뗐다. 아직 초반이긴 해도 비교적 큰 무리 없이 캐릭터 소화를 하고 있다. 이미 드라마 ‘미스코리아’를 통해 발전된 연기력을 보여줬고, 이번 ‘화정’에서도 일부에서 우려했던 연기력 논란까지는 벌어지지 않고 있다. 일단 출발은 나쁘지 않은 셈이다.
남장 여자 연기의 가장 큰 매력은 정체가 밝혀졌을 때의 짜릿함과 쾌감. 시청자들에게 통쾌한 즐거움을 주기까지 이연희가 화이라는 중성적인 매력이 강조돼야 하는 인물을 얼마나 매력적으로 담을지 벌써부터 기대를 모은다.
한편 ‘화정’은 혼돈의 조선시대, 정치판의 여러 군상들을 통해 인간이 가진 권력에 대한 욕망과 질투를 그린 대하사극이다.
jmpyo@osen.co.kr
‘화정’ 방송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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