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혜자와 장미희, 이런 '女女케미'도 참 오랜만이다.
지난 6일 방송된 KBS 2TV 수목드라마 '착하지 않은 여자들'(극본 김인영, 연출 유현기 한상우) 21회에서는 강순옥(김혜자 분)과 장모란(장미희 분)이 함께 밀착해 시간을 보내는 모습이 그려졌다.
시작은 레시피 노트를 들고 사라진 박총무(이미도) 찾기였다. 순옥을 음해하는 루머를 퍼뜨린 것도 모자라, 레시피가 적힌 소중한 요리노트까지 들고 사라진 박총무를 잡기 위해서 장모란이 직접 나선 것. 장모란은 박총무와 마주쳤지만, 놓치고 만다.
이에 장모란은 순옥에게 '장을 보러가자'고 속여서 자신이 운전하는 차에 태운 뒤 박총무가 자랐던 고향집으로 향했다. 이곳에서도 허탕을 친 두 사람. 서울로 돌아가려는 순옥을 모란이 붙들어 결국 실내 포장마차에서 소맥잔을 주고 받으며 한층 관계가 돈독해진다. 잠자리에서 모란이 순옥에게 시도했던 '야자타임'도 그런 맥락에서 이해 가능했다.
하지만 이날 두 사람의 여로맨스의 불을 지핀 건, 바로 '혜자킥'이었다. 앞서 '착하지 않은 여자들' 2회 당시 30년 전 남편 철희(이순재 분)가 가정을 버리고 택했던 모란을 찾아가 가슴팍을 향해 날린 발차기가 이 둘의 앙금과 분노를 털어내고, 지금의 여여케미를 만들어내는 데 일조했던 바.
이후 순옥은 모란에게 모란을 버린 약혼자를 보게 되면 걷어차주겠노라는 약속을 했다. 결국 호텔 식당에서 아침을 먹던 두 사람은 모란의 과거 약혼남 한기영(이덕화 분)을 발견, 약속을 지키기 위해 한기영임을 확인하고 그를 향해 돌진하는 순옥의 모습으로 마무리됐다.
'혜자킥'이 기영에게 먹혔는지, 그 결과는 중요하지 않았다. 차회 예고편에서 "나 약속 지킨거죠?"라는 순옥의 대사와 함께 "나랑 약속 지켜준 사람은 언니밖에 없다"는 모란의 화답에서 느껴지듯, 두 사람은 이 사건으로 인해 한층 더 돈독해질 게 확실해 보였던 것만은 사실이다.
다만, 건강이 더 악화되는 듯한 모란의 모습이 수시로 화면에 등장했던 점은 역시나 불안 요소다. 향후 더 가까워진 순옥이 모란을 멀리 떠나보내는 것은 상상만으로도 안타까움에 보는 이까지 가슴이 아플 지경일 것이 불 보듯 뻔한 일이기 때문에다.
많은 드라마들이 젊은 배우 위주의 로맨스로 흘러가거나, 아니면 지나치게 자극적인 막장극으로 치닫고 있을 때 유독 이 '착하지 않은 여자들' 만큼은 보통 사람들의 평범한 삶을 그리며 공감을 자아내는 쪽을 택했다. 특히 이제는 드라마 한 쪽편으로 밀려나 있는 중장년 여배우들을 중심축으로 끌어내 특별한 케미를 만들어냈다는 점에서도 그 의미가 남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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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하지 않은 여자들'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