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 이 배우 연기하는 거 좀 보소. ‘냄보소’는 요즘 남보소(남궁민 보면 소름)다. SBS 수목드라마 ‘냄새를 보는 소녀’(이하 ‘냄보소’)에서 배우 남궁민이 섬뜩할 정도로 소름끼치는 연기력으로 브라운관을 압도하고 있다. 전매특허인 부드러운 보이스가 살인마의 속삭임으로 들릴 정도. 회가 거듭되고 극이 클라이맥스로 치달을수록 그의 무서운 존재감도 덩달아 커지는 중이다.
그의 사이코패스 살인마 연기가 더욱 섬뜩한 것은 양극단을 오가기 때문. 남궁민이 연기하는 캐릭터 권재희는 다정하고 매너만점인 스타셰프다. 친절한 말투와 눈웃음은 기본, 부드러운 목소리로 여심을 녹이기에 충분한 매력남. 그런 그가 연쇄 살인을 저지르고 그것을 기록하는 두 얼굴의 사이코패스라니, 충격적일 수밖에 없다.
특히 갑자기 돌변하는 ‘미친’ 눈빛 연기가 인상적이다. 선량한 눈웃음을 남발하다가도 혼자 무언가 생각에 잠긴 듯 멍한 표정을 지을 때, 광기어린 듯 초점 없는 눈동자가 보는 이들을 공포에 떨게 만든다. 임팩트 있는 그의 연기력이 극에 긴장감을 불어넣으면서 보는 맛을 제대로 살려내고 있다.
남궁민은 방송 초반 부드럽고 따뜻한 미소와 젠틀한 매너를 선보이며 시청자들의 호감을 샀다. 사실 너무나도 친절하고 매력적이었기에 그를 살인범으로 의심하는 사람들도 다수 있긴 했다. 극이 전개되고 본격적으로 그의 정체가 밝혀지면서 드러난 남궁민의 모습은 영락없는 사이코패스다.
지난 6일 방송된 11회에는 좀 더 본격적이었다. 권재희(남궁민 분)가 바코드 살인사건의 범인이라는 것을 확신하는 최무각(박유천 분)의 모습이 그려졌다. 두 사람은 극적으로 외나무다리에서 마주하는데 이 장면이 특히나 스릴있었다.
재희는 무각의 핸드폰에 스파이 앱을 깔아 사건에 주요인물인 초림의 아버지 오재표(정인기 분)에 접근했고, 재표를 찾아 가던 무각은 외길에서 재희와 마주친다. 재희는 “나는 맛 집을 찾으러 이곳에 왔다”고 핑계를 대며 태연하게 대응하는데, 그러면서 짓는 표정과 만들어내는 분위기가 긴장감을 극도로 끌어올렸다.
재표를 완전히 자신의 편으로 만들어내면서 그를 이용해 목격자인 딸을 집으로 유인해내는 용의주도함도 등골을 오싹하게 만들었다. 앞에서는 친절한 태도로 웃음을 지으며 뒤로는 그를 이용해 목격자를 죽이고 그까지 죽이려는 계획을 세우고 있는 것.
결국 방송 말미 재표의 딸 오초림(신세경 분)이 재표를 찾기 위해 재희의 집에 방문하고, 재희는 그를 죽일 만반의 준비를 하는 모습을 보여 다음주 방송에 대한 궁금증을 증폭시켰다.
이 과정이 남궁민의 사이코패스 연기로 완벽에 가깝게 그려졌다. 그동안 선한 역할을 주로 해왔던 남궁민은 이번 드라마에서 처음으로 살인자 역할을 맡아 섬뜩한 연기를 선보이고 있다, 선한 얼굴로 신세경(초림 역)에게 호감을 사고, 훈훈한 외모로 대중들의 관심을 끄는 셰프로 분한 한편, 뒤로는 사람들을 아무렇지 않게 죽이는 사이코패스 역할을 완벽하게 해내고 있다. 사이코패스 연기자 계보에 올려도 좋을 듯한 연기다. 박유천과 신세경의 달달한 케미 현장만큼이나 그의 연기변신 또한 드라마의 관전포인트가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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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냄보소' 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