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언제나 동화를 좋아하죠." 스탠 리 마블코믹스 명예회장은 마블스튜디오의 전성기에 대해 이처럼 말했다. 그의 말대로 마블코믹스 속 인물들은 현대판 영웅들이다. 그림 형제의 동화 속 주인공들보다 세련된 유머 감각과 다소 복잡한 철학을 지녔지만, 그것이 판타지라는 사실은 변함이 없다.
그렇다면 언제부터 국내 관객들은 마블 영웅들에 매료됐을까. 그들의 인기가 전 세계적으로 보편적이라고 해도, 국내 팬들의 충성도는 굉장히 높다. 대표적인 예가 지난달 23일 개봉한 '어벤져스: 에이지 오브 울트론'(이하 어벤져스2)다. 62만 관객이란 역대 외화 최고 오프닝 기록을 시작으로 각종 기록들을 갈아치우고 있다. 마블스튜디오 작품 최초로 1,000만 클럽에 입성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일각에선 이 뜨거운 열기를 두고 '침공'이라고 표현한다.
#작전1: 대중을 공략하라, 흥행이 보인다
슈퍼히어로 군단인 '어벤져스'에는 각기 다른 개성을 자랑하는 다양한 멤버들이 있다. 그중 아이언맨 캐릭터의 대중적인 인기가 압도적이다. 전형적인 영웅에서 벗어난 유쾌한 면모를 지닌, 첨단 과학으로 무장한 영웅이다. 안방극장에서 자주 보는 재벌남이기도 하다. 아이언맨 토니 스타크를 연기하는 배우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의 유명세 또한 적잖은 영향을 끼쳤다. '아이언맨1'(2008)이 431만 명(이하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 기준), '아이언맨2'(2010)이 449만 명, '아이언맨3'(2013)이 900만 관객을 모았다.
아이언맨이 구심점으로 활약한 '어벤져스'(2012)이 흥행한 것도 당연한 일이다. 전 세계적으로 대대적인 성공을 거뒀고, 국내서도 707만 관객을 동원했다. '어벤져스'의 흥행은 아이언맨 이외 다른 캐릭터들에게도 영향을 줬다. '토르: 다크 월드'(2013)가 303만 명을, '캡틴 아메리카:윈터솔져'(2014)가 396만 명을 동원해 전편 보다 월등히 높은 흥행을 기록했다. 아이언맨의 인기가 '어벤져스'의 흥행으로, '어벤져스'의 흥행이 다른 어벤져스 멤버의 인기로 이어지며 선순환된 셈이다.
물론 마블 코믹스를 원작으로 마블스튜디오가 직접 제작하는 영화들이 공유하는 세상을 뜻하는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Marvel Cinematic Universe, MCU)에 속하는 영화라고 처음부터 성공한 것은 아니다. '인크레더블 헐크'(2008)나 '토르: 천둥의 신'(2011) '캡틴 아메리카:퍼스트 어벤져(2011) 등은 미지근한 반응을 얻었다. 아직까지 어벤져스 멤버들과 연결고리가 적은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2014)도 131만 명을 동원, 북미와 비교해 아쉬운 성적을 보여줬다.
#작전2: 마니아를 양산하라, 지갑이 열린다
일부 팬들이 마블을 개미지옥에 비유한다. 한번 발을 들이면, 봐야할 것들이 흘러넘친다. 물량공세가 상당하다고 볼 수 있다. MCU에 속하는 영화는 물론 원작인 코믹스와 드라마는 당연하다. 영화관에서는 볼 수 없는, 블루레이 디스크에 수록된 단편 영화인 마블 원샷까지 섭렵해야 '좀 아는 사람'으로 불린다. 블루레이 디스크 구매를 유도하는 마블스튜디오의 수완인 동시에 그만큼 MCU가 방대하면서 구체적인 세계관임을 있음을 알 수 있다.
첫 드라마는 2013년 방영된 ABC 방송국 '에이전트 오브 쉴드'다. 쉴드는 극중 국제안보기관으로, '아이언맨1'부터 꾸준히 등장한 요원 필 콜슨(클락 그레그)가 주역이다. 캡틴 아메리카 스티브 로저스(크리스 에반스)의 연인 페기 카터(헤일리 앳웰)을 중심으로 한 ABC 방송국 '에이전트 카터'도 있다. 지난 1월 8부작으로 방송됐다. 지난 4월 공개된 넷플릭스 '데어데블'은 오락성과 작품성에서 고른 호평을 받은 작품이다. 낮에는 존경받는 변호사로 밤에는 가면을 쓴 데어데블로 활동하는 맷 머독(찰리 콕스)의 이야기다.
마블 원샷도 마니아들에겐 빼놓을 수 없는 즐거움이다. '토르:천둥의 신'의 '컨설턴트', '캡틴 아메리카: 퍼스트 어벤저'의 '토르의 망치를 가지러 가던 길의 기묘한 사건', '어벤져스'의 '아이템 47', '아이언맨3'의 '에이전트 카터', '토르:다크 월드'의 '왕을 경배하라' 등이 여기에 해당된다. '컨설턴트'는 3분 정도 분량에 불과했지만, '에이전트 카터'는 15분이 넘는다. MCU를 더욱 풍성하게 이해할 수 있는 요소들로, 블루레이 디스크 구매자들에게 주어지는 특전과 같다.
#작전3: 몰아쳐라, 빠져나오지 못한다
영화와 코믹스, 드라마, 마블 원샷까지 봤다고 자만하면 안된다. 마블은 그렇게 쉽게 당신을 포기하지 않는다. 지금까지 수준의 완성도를 계속 유지한다면, 적어도 2019년까지 '마블의 덫'에서 헤어나오기 힘들 전망이다.
앞서 마블은 2019년 라인업까지 발표했다. 오는 6월 개봉하는 '앤트맨' 을 비롯해, '캡틴 아메리카: 시빌 워'(2016), '닥터 스트레인지'(2016),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2'(2017), '토르: 라그나로크'(2017),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 1부'(2018), '블랙 팬서'(2018), '캡틴 마블'(2018),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 2부' (2019), '인휴먼즈' (2019) 등이 있다. 지난 2월 마블스튜디오와 소니픽쳐스가 새 '스파이더 맨' 시리즈 공동제작에 합의하면서 2018년 개봉한 '스파이더맨' 새 버전이 여기에 추가됐다.
물론 모두 MCU로 묶여 있기 때문에 이야기는 계속된다. '어벤져스2'와 가장 먼저 직접적인 연관성을 보여줄 작품은 '시빌 워'다. '어벤져스2'에서 아이언맨와 캡틴 아메리카는 안보에 대한 의견 차를 보여줬다. 두 사람은 '시빌 워'에서 미국 정부의 슈퍼히어로 등록제를 두고 서로 이념 갈등을 겪는다. 두 사람 외에도 블랙 위도우 역 스칼렛 요한슨, 스칼렛 위치 역 엘리자베스 올슨, 호크아이 역 제레미 레너 등이 출연한다. 제목으론 캡틴 아메리카 솔로 영화이지만, 어벤져스 멤버 대부분을 만날 수 있다.
새로운 슈퍼히어로 캐릭터도 지속적으로 등장한다. 개미처럼 몸의 크기를 줄일 수 있는 앤트맨, 미국 만화계에서 사실상 최초 흑인 슈퍼히어로라는 블랙 팬서, 마블 최초 여성 슈퍼히어로 캡틴 마블 등이 여기에 해당된다. 괴짜 외과의사였지만 지구에서 가장 강력한 마법사인 닥터 스트레인지도 매력적인 인물이다. 영국 BBC 드라마 '셜록' 시리즈로 스타덤에 오른 베네딕트 컴버배치가 출연을 확정하고, 올 11월부터 촬영에 돌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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