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그리맘’, 참담한 현실 꼬집은 강한 용기에 박수를 [종영①]
OSEN 표재민 기자
발행 2015.05.08 06: 48

종영한 ‘앵그리맘’은 슬프지만 거울을 보듯 현실이었다. 드라마였지만 마냥 허무맹랑한 이야기는 아니었다. 그래서 시청자들은 이 드라마를 보며 가슴 한켠이 답답해지기도 하고, 대리만족의 쾌감을 느끼기도 했다. 그리고 마지막까지 세월호 침몰 사고로 상처를 입은 우리 사회 곳곳의 사람들을 감쌌다.
지난 7일 종영한 MBC 수목드라마 ‘앵그리맘’은 학교폭력에 시달리는 딸을 구하고자 엄마 조강자(김희선 분)가 학교로 돌아가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았다. 드라마가 다루는 학교는 현실적이었지만, 엄마가 고등학생으로 위장한다는 설정은 판타지였다. 가상과 판타지의 절묘한 조합 속 이 드라마는 우리 사회의 폐해를 세밀하게 다뤘다.
학교는 한국 사회의 병폐가 한데 모여 있는 축소판이었다. 어른들의 이기심 속에 학생들은 행복하지 않았고 또 다른 학생들을 괴롭혔다. 이 같은 강한 자가 약한 자를 괴롭히는 어른들의 세계를 곧이곧대로 따라한 학생들의 모습을 보고도 이기적인 어른들은 묵과를 한다. 불합리한 일들이 일상처럼 벌어지는 곳 ‘앵그리맘’이 전하는 학교는 참담했다. 이 드라마는 우리가 수도 없이 접했던 현실을 다루는 것뿐만 아니라 아픈 피해자들을 감쌌다. 여기에서 위로와 공감이 됐다.

작금의 세태를 적나라하게 담으며 강자가 고등학생으로 생활한다는 설정 외에는 이질감이 느껴지지 않는 드라마. 그래서 이 드라마는 현실과 맞닿아 있었고 다른 드라마에 비해 어두운 구석이 있었다. 가볍고 유쾌한 이야기는 아니었기에 폭넓은 사랑을 받지는 못했다. 시청률은 줄곧 2위였고, 막판에는 SBS ‘냄새를 보는 소녀’와 지상파 드라마 꼴찌 자리를 두고 엎치락뒤치락 했다. 시청률로 평가를 해서는 안 되는 드라마였다.
 
‘앵그리맘’이 전하는 묵직한 이야기는 궁극적으로 타인에 대한 관심과 사랑, 그리고 이해가 필요하다는 것. 드라마는 후반부 세월호 참사를 떠오르게 하는 별관 붕괴 사고를 다루며 시청자들을 가슴 먹먹하게 만들었다. 세월호 침몰 사고 1주기쯤에 안방극장에 전달된 우리 모두를 반성하게 하는 이야기. 드라마가 가진 파급력을 올바르게 활용하는 제작진의 올곧은 드라마관이 바탕이 돼 있기 때문에 가능했다.
무엇보다도 마지막에 전달한 이야기는 뭉클했다. 강자가 홍상복(박영규 분) 일당을 법의 심판을 받게 했지만 정의 구현은 이뤄지지 않았다. 모두 낮은 형량을 받았고 심지어 상복은 대통령 특별사면으로 빠져나왔다. 대신 권력의 개였던 상복이 누군가에게 죽임을 당하면서 권선징악은 이뤄졌다. 그리고 이 드라마는 “세상의 모든 봄에는 겨울이 있고, 모든 겨울에는 봄이 있다. 뿌리만 튼튼하면 어떤 혹독한 겨울이 와도 봄꽃을 피어오를 것”이라면서 세월호 침몰 사고 후유증을 은유적으로 감싸며 마무리했다. 여전히 사회 현실은 답답했지만 ‘앵그리맘’은 희망을 이야기하며 마무리 지었다.
완성도 높은 이야기뿐만 아니라 감각이 있는 연출과 신인 작가다운 패기 있으면서도 섬세한 대본, 그리고 배우들의 열연도 빼놓을 수 없다. 김반디 작가는 지난 해 MBC 극본 공모전을 통해 ‘앵그리맘’ 집필 기회를 얻었다. 뻔한 듯 뻔하지 않게 접근하는 사회 현실 이야기는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김희선은 첫 엄마 연기를 통해 시청자들의 공감을 이끌어냈고, 김유정과 지수 등 이 드라마의 학생 역할을 한 배우들의 연기 또한 일품이었다. 현실을 비유한 드라마에서 배우들이 안정적인 연기를 하며 소구력 있는 작품을 만들었다.
‘앵그리맘’ 후속인 ‘맨도롱 또똣’은 화병 걸린 개미와 애정결핍 베짱이의 사랑이라는 독특한 발상에서 시작하는 로맨틱 코미디 드라마다. 오는 13일 오후 10시 첫 방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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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제공, ‘앵그리맘’ 방송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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