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절한 부부관계일까, 질척이는 불륜일까. MBC 새 주말드라마 ‘여자를 울려’(극본 하청옥, 연출 김근홍) 속 덕인(김정은)과 경철(인교진), 진희(한이서)의 지지부진한 삼각관계가 이어지고 있다. 경철은 뻔뻔하게도 덕인을 찾았고, 덕인은 경철을 원망하기는커녕 걱정했다. 진희는 극단적인 행동을 했다.
9일 오후 방송된 7회에서 경철은 만취해 덕인의 밥집을 찾았다. 진희의 집안사람들로부터 무시를 당한 경철은 속상한 마음에 혼자 술을 들이켰고, 술기운을 빌어 덕인에게 향했다. 덕인은 경철을 애틋이 여기며 각종 음식을 마련했고, 경철은 술잔을 기울이며 진희의 집에서 겪은 굴욕담을 털어놨다. 덕인은 그의 이야기를 담담히 들을 뿐이었다.
진희는 집을 박차고 나간 경철을 걱정했다. 진희의 전화를 받은 이는 덕인이었다. 덕인은 경철을 데려가라고 말했다. 마주한 두 사람 사이에는 어색한 기류가 흘렀다. 덕인은 “혼자 데려갈 수 있냐” “조심히 가라”며 조심스러운 어투였고, 진희는 자존심이 짓밟힌 기분이었다. 진희는 술이 깬 경철에게 온갖 행패를 부렸다. 경철은 “다시 가지 않겠다”며 사과했다.
덕인은 웬만한 남자를 쉽게 제압하는 전직 여형사 출신이었지만, 망나니 남편 경철에겐 지고지순한 아내였다. 자신을 모욕했던 경철을 내치지 않고 가게로 받아들였고, 그를 위해 새우 껍질을 깠다. 어린 아들을 사고로 잃은 아픔을 가슴에 품고 사는, 시어머니와 시댁 식구들에게 더할 나위 없는 착한 며느리였다. 외강내유의 인물이었다.
경철은 전형적인 못난 남편이었다. 내심 덕인을 그리워하면서도 진희에게 휘둘렸다. 지질하다 못해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이었다. 진희는 아내를 찾아간 경철과 자신을 불쌍하다는 듯 대하는 덕인의 태도에 경악했다. 문제는 그 다음이었다. 맨발로 집밖으로 뛰쳐나가 달려오는 차 앞에 섰고, 실성한 사람처럼 소리 질렀다. 이기적인, 익숙한 불륜녀 캐릭터였다.
물론 덕인에게는 아픔을 나누며 조금씩 가까워지고 있는 진우(송창의)가 있다. 경철과 진희는 덕인과 진우의 관계를 더욱 애틋하게 만들어줄 요소다. 하지만 덕인은 경철만 등장하면 답답함을 안기는 안타까운 아내가 된다. 덕인 캐릭터가 흥미로운 이유는 그가 사내 못지않은 씩씩한 여장부였기 때문이다. 덕인의 신선한 매력을 가리는 진부한 불륜 스토리가 언제까지 이어질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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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를 울려’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