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로 치차자면 서장훈은 MVP였다. 기가 막힌 어시스트로 ‘동상이몽’의 간판 골잡이 투톱 유재석, 김구라보다 빛나는 맹활약을 펼친 것. 출연자의 고민을 경청하고 진심이 묻어나는 조언과 격려를 아끼지 않았다. 뭉클함을 자아내는 자신의 경험담이 특히나 결정적이었다. 방송 이후 호평이 쏟아진 것은 당연했다.
서장훈이 빛날 수 있었던 이유는 출연자가 ‘무용계의 김연아’를 꿈꾸는 선수였기 때문. 지난 9일 방송된 SBS 예능프로그램 ‘동상이몽, 괜찮아 괜찮아’(이하 ‘동상이몽’)에서는 1등에 집착하는 엄마 때문에 힘들어하는 무용가 지망생 딸 김현아 양의 사연이 소개됐다.
이날 서장훈은 현아 양의 든든한 선배였다. 스포츠 스타를 꿈꾸며 유년시절을 보냈던 그이기에 공감하고 조언해줄 수 있는 이야기가 많았을 터. 농구선수로서 국내 최고의 자리에도 올랐던 바, 선배인 서장훈의 전문성이 가미된 어시스트는 뼈가 되고 살이 됐다. 뜨거운 진심이 묻어났고,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진지한 조언들이 꽤나 인상적이었다.
먼저 딸의 입장을 담은 VCR이 플레이 됐다. 혹독한 체중관리로 하루 한 끼를 야채로 채우고 고도의 연습에 몰입하는 현아 양의 모습을 보며 서장훈은 “가슴이 너무 아프다”며 안쓰러운 표정을 지었다. 영상 속 엄마는 퇴행성 허리 디스크를 앓고 있는 딸이 춤을 추다가 고통에 울음을 터뜨려도 당장 눈물을 그치고 다시 일어나라고 채찍질을 했다. 코치에 가까웠다.
착잡한 표정으로 VCR를 보던 서장훈은 “어머니가 잘못하고 계신 게 너무 많다”고 말했다. 그의 말의 요지는 엄마가 코치의 역할까지 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하루 종일 연습에 시달릴 텐데, 가정에서까지 엄마가 코치 역할을 한다면 아이가 스트레스를 받을 것이라는 주장. 또한 무용에 대해서는 당사자인 딸이 더욱 전문적으로 알 것이라는 이야기였다.
서장훈은 “그냥 내버려두라”고 말했다. 이유는 간단했다. 세계 최고의 선수가 되길 바란다면 혼자서도 어려움을 이겨낼 수 있는 의지가 필요하다는 것. 그런 의지가 없다면 이미 최고의 선수가 될 수 없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었다.
어머니의 입장을 담은 VCR을 보고도 서장훈의 주장에는 변함이 없었다. 딸의 하루를 책임지며 24시간을 붙어 지내는 엄마. 딸의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면서도 속으로만 눈물을 삼켜야했던 엄마였다. 이 영상을 본 후 패널들과 방청객들은 엄마의 마음을 이해하고 그의 편에 섰다.
하지만 서장훈은 영상을 보기 전보다 오히려 어머니를 더 설득하려고 나섰다. 딸도 딸이지만 이번 그의 조언에는 어머니를 위한 마음이 가득했다. 서장훈은 현아 양과 비슷한 상황이었던 자신의 이야기를 솔직하게 이야기했고, 여기에 진정성이 진하게 묻어났다.
그는 “저의 어머님 아버님이 저와 평생을 같이 하셨다. 그러다보니 농구 해설자보다 농구를 더 많이 안다. 나와 내 농구를 위해 헌신을 하신 거다. 이제 내가 은퇴를 하고 마음이 헛헛하셔서 그런지 아직도 다른 선수들의 중계를 보고 빠져계신다”고 말했다. 이어 “내가 방송에 나오는 이유에는 그런 부분도 있다. 헛헛함을 달래드리고 싶어서..”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서장훈은 “현아 양의 어머니도 인생을 즐기셨으면 좋겠다”고 진심어린 조언을 했고, 스튜디오에서는 박수가 터져 나왔다.
방송의 신 ‘유느님’ 유재석이 있었고, 촌철살인 입담꾼 김구라가 있었지만 이날의 MVP는 서장훈이 확실했다.
joonamana@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