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스물 다섯 살"이고 싶다..‘배배’
OSEN 이혜린 기자
발행 2015.05.10 10: 14

[OSEN=이혜린의 스타라떼] 여성의 깊은 눈망울과 찰랑이는 머릿결을 에둘러 음미하던 시대는 지나갔다. 이제 허리보다 훨씬 더 두꺼운 엉덩이 라인, 모두가 입이 떡 벌어지는 몸매가 극찬 대상이다.
 
솔직하고 과감한 표현이 대세로 떠오르면서 남자들이 여자에게 반하는 지점도, 요구하는 조건도 굉장히 구체적이고 직설적으로 그려지고 있다.

포문을 연 건 박진영. 그는 신곡 ‘어머님이 누구니’에서 ‘허리는 너무 가는데 힙이 커, 맞는 바지를 찾기 너무 힘들어’라며 자신의 이상형을 구체화한다. 박진영이 대뜸 ‘넌 허리가 몇이니?’라고 묻는데 ‘24요’라고 답하는 걸로 봐선 꽤 어릴 것으로도 예상된다.
 
바통은 빅뱅이 받는다. 빅뱅은 ‘배배’에서 ‘너와 몸이 완전 착착 감기네’라며 ‘영원히 넌 스물다섯이야 내게’ ‘넌 시들지마 이기적인 날 위해’ ‘꺾이지 말아주오 제발 너만은’이라고 노래한다.
장현승이 ‘니가 처음이야’라고 노래하는 이유도 ‘니 몸매는 딱 한 단어로 GOOD, 볼 때마다 모두가 다 입 벌어짐’ 때문이다.
 
박진영의 노래는 최근 깡마른 몸보다 건강미가 대세인 트렌드를 기가 막히게 짚어냈고, 빅뱅의 노래는 19금 코드를 너무나 재치있게 풀어냈다는 점에서 작품성도 아주 높은 것으로 풀이된다. 장현승의 노래도 남성 솔로의 섹스 어필을 잘 그려낸 것으로 보인다.
노래가 좋으니 여자들도 흥얼흥얼 따라부르게 된다. 그런데 이 매력적인 남자들의 ‘몸’ 극찬을 신나게 듣다보면 한쪽 마음이 미묘하게 불안하다.
쿨하게 ‘난 박진영의 이상형일 필요는 없어’라고 생각하더라도, 내 엉덩이 라인은 어떤지 한번은 뒤돌아 보게 된다. ‘시들지마’라고 노래하는 빅뱅의 달콤한 목소리를 듣는 ‘이미 꺾인’ 누나들의 마음은 아린다. 뮤비에서 여자의 가슴에 ‘HOLLA’를 써넣은 장현승의 모습은, ‘H’ 하나도 써넣기 버거운 ‘일반 가슴’들의 마음을 복잡하게 만든다.
그러나 남녀 관계에 있어 ‘몸의 매력’이 얼마나 중요한지는 애써 부인할 필요가 없다. 이미 몸이 최고 화두로 떠올랐는데 노래에서 이를 외면하는 것도 웃기긴 하다. ‘찹쌀떡’을 응용한 빅뱅의 가사는 성인 코드 노래의 한 획이라 할만도 하다. 표현의 영역은 넓어질수록 좋다.
다만 다음 타자는 걸그룹이면 좋겠다. 남자들이 이렇게 ‘돌직구’를 날려줬는데, 여전히 ‘상큼한 너의 미소’ 따위(?)를 노래해서야 되겠나. 컴백을 준비 중인 소녀시대가 신곡에서 ‘삼각근으로 향하는 섹시한 힘줄’을 노래하길, 씨스타가 신곡에서 ‘한껏 업된 엉덩이’를 찬양하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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