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규 편성이 성사된다면, 여배우들의 ‘어벤져스’가 될 것이 분명하다. 단 이틀 만의 방송으로 눈부신 성장을 보인 이 액션 여배우들은 시청자들의 바람대로 돌아올 수 있을까? 만만치 않아 보이는 과정이 있었지만, 미모에만 가려있던 여배우들의 새로운 매력을 끌어내는데 이 보다 더 좋은 프로그램은 없었다. 어찌보면 영화가 못한 일을 예능이 해낸 셈이다.
지난 9일 방송된 KBS 2TV 파일럿 예능프로그램 ‘레이디 액션’은 여배우들이 보인 의외의 매력들이 호평을 받으며 2회를 끝으로 막을 내렸다.
애초 이 프로그램은 불가능해 보이던 톱 여배우 여섯 명을 섭외하는 데 성공하며 기대감을 모았다. 한 영화에서도 보기 힘들 여배우들은 예능을 위해 뭉쳤고, 남다른 근성을 보여줬다. 시작 전부터 조민수부터 김현주, 이시영, 최여진, 손태영, 이미도 등 각각의 탄탄한 커리어를 갖고 있는 배우들이 액션에 도전기가 어떻게 그려질지 기대를 모았다.
실제 방송은 생각보다 높은 수준의 액션과 거기에 도전하는 여배우들의 눈물과 땀이 뒤섞여 보는 이들의 흥미를 끌어냈다. 고공 와이어, 수중, 화염 액션 등 고난도라 할 수 있는 액션 연기를 마스터하는 여배우들의 모습은 매순간 한계에 도전하는 듯해 긴장감을 줬고, 끝내 이를 해보이며 한계를 넘는 모습에서는 감동이 묻어나왔다.
가장 돋보였던 것은 역시나 각 여배우들이 발휘한 개성이었다. 나이의 한계를 뛰어넘은 조민수, ‘형’이라 불리며 남다른 에너지를 드러낸 이미도, 복싱으로 다져진 날렵함으로 실력을 보여준 이시영, 두려움을 극복하며 의외의 모습을 보여준 김현주, 남다른 ‘엄마표’ 집념을 보여준 손태영, 특유의 유연함으로 액션도 정복한 최여진 등은 성격 뿐 아니라 각각의 액션 스타일과 이미지로 다채로운 재미를 만들어냈다.
또 여배우들이 보여주는 열정적인 모습은 웃음에 더불어 감동을 주기 충분했다. 여배우들은 이 프로그램의 마지막 단계인 10분짜리 단편 영화를 찍기 위해 오후2시부터 다음날 10시까지 자진해 촬영을 하는 열의를 보여줬다는 전언. 지화자 조민수, 삼손 이미도, 메두사 김현주, 조커 손태영, 은갈치 최여진, 치타 이시영 등은 ‘정규’로 분한 정두홍 무술감독을 상대로 화려한 액션 연기를 펼쳐보였고, 정규 편성을 바라는 제작진의 재치 있는 설정과 어우러지며 웃음을 더했다.
영화계를 비롯해 예능계에서도 여자들의 설 자리가 좁은 요즘, 이 여배우들이 보여준 신선한 도전은 주목을 받을만했다.
앞서 ‘레이디 액션’의 제작발표회에서 정두홍 무술 감독은 “한국에 액션 배우라고 할 수 있는 배우가 있나? 나는 없다고 생각한다”며 “특히 여배우도 마찬가지다. 대신에 연기도 잘하고, 드라마나 영화에서 가장 많이 액션을 보여줬던 배우는 하지원 씨라고 생각한다. 이 프로그램이 끝나고 나서는 내가 인정했던 하지원 옆에 이번에 촬영한 여배우 6인이 나란히 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하며 액션 스타가 부재한 영화계의 현실을 안타까워한 바 있다.
그런 면에서 ‘레이디 액션’은 영화에서나 예능에서나 남자들의 세계 속 홍일점으로 존재했던 여배우들의 존재감을 부각시켰다는 점에서 남다른 의미가 있는 프로그램이었다. 정규로 돌아온다면, 영화계에 지속적으로 좋은 영향을 끼칠 수도 있는 일. 과연 이 프로그램이 정규 편성될 수 있을지 기대감을 모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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